열쇠 구멍으로 고인 자택 내부 취재도…
끊이지 않는 자살·시신 보도 논란
▲ 고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의 자택 내부를 열쇠 구멍을 통해 촬영한 화면<사진/6월 8일 MBN 종합뉴스 갈무리>
언론의 자살·시신 보도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분야다.
지난 6월에는 YTN, TV조선, MBN이 정의기억연대가 운영하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의 우리 집’ 소장의 사망 소식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자택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집 내부를 촬영한 장면을 보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 회(위원장 허미숙)는 지난 26일 열린 정기회의에서 세 방송사가 현장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심의규정을 어겼다며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한 상태다.
방통심의위의 7월 지상파방송·종합편성·보도채널 심의의결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 목포 MBC에서 제작해 ‘MBC 뉴스데스크’ 시간에 보도한 <남녀 3명 동반자살 시도…2명 사망> 기사도 ‘권고’ 조치를 받았다. 자살 장소와 수단,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노출해 관련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었다.
JTBC가 5월 14일 보도한 <시신서 사라진 금니… ‘펜치 든’ 장례지도사 포착> 기사도 시신의 얼굴과 머리 부위가 노출되는 CCTV 영상을 여과 없이 방송해 시청자에게 충격과 혐오감을 줬다며 방통심의위로부터 행정지도(의견 제시)를 받은 바 있다.
지난 4월엔 기수가 한국마사회의 승부조작 등 비리를 고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소개하면서 자살 장소와 자살의 수단,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며 KBS-2TV ‘생방송 아침이 좋다’가 ‘권고’ 결정을 받기도 했다.
자살이 아닌 사망 사건을 보도하는 데 있어서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지난 6일 춘천 의암호에서 발생한 선박 전복 사고 당시에도 일부 언론은 보트가 전복된 채 수문으로 빨려 들어가고 사람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의암호 사고는 인공 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고무 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1명이 구조되고 5명이 숨졌으며 1명은 실종된 사고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영상 기자는 “세월호 당시 방송사들이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자꾸 내보내 유족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겨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일부 방송들이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며 “실종자를 찾지 못해 사건이 발생한 뒤 20일이 넘도록 수색 작업 중인데, 언론이 유족들에게 배가 전복되고 댐에 빨려 들어가 추락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봐야 하는 고통을 주면 되겠느냐.”고 비판 했다.
안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