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기자, 그들이 위험하다!
방수복, 방화복, 에어 마스크, 공기통, 방독면, 헤드 렌턴.... 갖가지 보호 장비를 갖춘 소방관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하철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잠시 후 평상복에 손수건 하나로 입을 가린 카메라 기자들이 그 뒤를 따라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안전모, 고글, 방화복, 방진마스크, 방독면을 착용한 공무원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불현장으로 모여든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 카메라 기자.
대형 사고나 재난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끔 그런 장소에서 만나는 소방관이나 공무원들은 기침과 눈물을 흘리는 카메라 기자의 모습을 보고 “큰일 납니다.”, “더 큰 사고 만들지 말고 멀리 물러나세요.”하며 취재를 만류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들의 호의를 웃음으로 무시하며 “괜찮습니다.”, “제 안전은 제가 책임을 져요”하며 호기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카메라기자들도 보통의 인간이다. 그들을 채용하는 전형에 신체적으로 특별히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것은 아니며, 화마(火魔)를 겁내지 않을 만큼 재난 상황에 훈련된 사람을 채용하는 것 역시 아니다. 카메라 기자 그들 역시 수시로 위험을 직감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카메라기자들은 왜 지금도 철저한 준비 없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보유 장비가 부족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안전 장비라야 전쟁지역에서 사용하는 방탄장비(헬멧, 재킷), 방독면이 전부이다. 그것도 따로 보관되기 때문에 신속하게 현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특별히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현장에서의 지나친 취재 경쟁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취재팀은 먼저 도착한 타사 취재팀이 어떤 영상을 확보했는지. 또 도착 전에 특별한 상황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이는 낙종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리를 잡는다. 속속 전해지는 현장 상황이 대략 파악될 무렵에 화재 현장에서 걸어 나오는 타사 취재진을 보기라도 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누구 할 것 없이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여러 방송사 취재진이 특정 화재 현장에 몰릴 경우, 근거리에서 진화 작업이나 구명 활동을 하는 구급 대원들에게 불편을 끼치기도 한다.
카메라기자들의 안전 불감증
화재 현장이나 대형사고 현장에서 취재하는 카메라 기자는 때로 그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지를 잊게 된다. 실제로 검은 연기 저편에서 불타고 있는 전동차를 촬영한다든가 연기로 자욱한 산불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행위인지 잘 알지 못한다. 구조대원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안전장비를 이중 삼중으로 취하고 들어가는 소방관을 보고, 방독면 하나만 믿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때 카메라 기자들은 구조대원이 고도로 훈련되고 화재 현장의 경험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순간에 잊어버린다. 또 방독면의 경우, 화재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짧다는 사실 또한 쉽게 망각한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각 방송사마다 상황에 따라 상이한 안전정비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화재 현장에서 착용하는 옷, 안전화, 연기를 피할 수 있는 방독면, 고글 등은 필수적이다. 또한 이와 동시에 실제로 화재 현장에 안전장비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협회가 앞장서서, 각 방송사 보도 영상 책임자들을 통해 재난 현장이나 화재 현장에서의 지나친 경쟁을 방지할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 이 준칙의 틀 안에서 경쟁이 이루어져야 카메라 기자들의 신체적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방송사만이 전쟁을 대비한 안전 교육을 받은 상태다. 실제로 교육을 수료한 기자들은 다양한 현장 상황에 따른 실제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전쟁뿐 아니라 다양한 재난 상황에 따른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카메라기자 스스로 재난이나 화재의 위험을 체득 할 수 있다.
대형 사고나 화재는 매 해 일어난다.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현장에 카메라 기자 있다. ‘전에도 큰 문제가 없었는데.. ’하며 자신할 것이 아니라 언제고 안전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던 카메라기자의 안전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