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교육과정화 시작한 초중고 미디어교육,
영상제작교육 부실화 우려
올 해 일부 고교 정규교과 편성하기도, 미디어교육‘미디어 리터러시’에 편중,
영상을 언어로 사용하는 시대, 학생들의 교육수요에 미달
▲현재 초중생고생을 대상으로한 미디어교육 장면, 우뚝섬영상미디어센터 제공
교육부가 2024년부터 각 급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모든 교과와 연계해 수업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미디어 교육이 정규교육과정화 되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24일 내놓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교육부는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및 기초소양 함양을 위해 생태전환교육과 함께 민주시민교육을 전 교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민주시민의 태도와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그동안 사회, 도덕 등 관련 교과를 중심으로 반영했던 교육 과정을 모든 교과에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또, 창의적 체험활동, 자유 학기 활동 등 비교과 활동과 연계해 참여·체험 중심의 수업과 자치활동을 강화하겠다는 게 교육부 구상이다. 교육부는 올 하반기 이러한 내용의 새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고시하고,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부터 중·고등학교에 연차 적용할 방침이다.
모든 교과와 연계하지 않고 별도의 과목으로 개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덕성여고는 2020년 2학기에 ‘청소년과 미디어’ 교과목 신설을 승인받았다. 덕성여고 박한철 교사는 해당 교과서 개발에 대표 저자로 참여해 교육청의 인정 도서로 최종 승인받았고, 덕성여고는 지난해부터 ‘청소년과 미디어’를 교양교과군 진로선택과목으로 편제, 주당 2시간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교사는 올해 1월 웹진 ‘미디어리터러시’에 기고한 글에서 “(전에는) 정규 교과목 편성이 불가능한 시스템이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재들을 창체 시간에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절차 없이 ‘청소년과 미디어’ 과목을 학교 교육과정에 편제해 가르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도 지난 2월 내놓은 ‘경기도교육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추진계획’에서 주제 중심 프로젝트 수업과 함께 고교 학점제와 연계하여 미디어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하는 방안을 권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교육부의 미디어 교육 방침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에 대한 이해 및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여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에 중점을 두다 보니, 영상 부문에 대한 이해나 제작 등에 대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부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안계현 미디어교육팀장은 “언론진흥재단에서 각 학교에 미디어 강사를 파견하면서 기존 강사들을 대상으로 매년 보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요즘엔 학생들이 영상 제작 실습을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보수 교육을 그쪽으로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학생들이 단순한 수용자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생산자’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생산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방향을 수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표현하는 사회참여 활동 확대를 통한 ‘선한 생산자’ 교육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미디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미디어 활용으로 책임있는 민주시민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임병길 우뚝섬미디어센터 이사장은 “영상은 요즘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언어”라며 “아이들이 소통의 도구로서 영상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상기자를 비롯한 시니어방송언론인들
미디어교육 분야로의 진출 고민해야
청소년, 성인 대상 다양한 영상표현, 제작 교육, 영상윤리교육 필요
협회, 영상중심 미디어교육 위한 교재개발, 교수법 연수 모색
언론계에서는 미디어 교육 확대를 앞두고 언론인들이 퇴직 이후 미디어교육 전문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 연수를 통해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는 방법과, 협력기관과 연계해 미디어 교육 공모
사업을 지원하는 방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기존 미디어 교육도 언론진흥재단이 학교, 공공도서관,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을 대상으로 공모를 통해 미디어 강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확대되면서 현직 교사들이 교육을 맡을지, 외부 강사를 통해 협력수업을 할지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며 “미디어 교육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협력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유지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영상 취재에 전문화된 영상기자가 미디어 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론은 물론 기획부터 편집까지 콘텐츠 제작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과 교수법 등을 갖춰야 한다.
장혜진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 시청자사업팀장은 “연초에 미디어 교육 관련 과정이 공개되면 지원서와 함께 교육안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며 “뉴스영상 제작을 특화한 프로그램보다는 콘텐츠 제작이나 리터러시 교육을 하기 때문에 리터러시 분야는 이론을, 영상 제작 분야는 기획부터 촬영, 편집 등 마무리까지 일련의 과정을 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 팀장은 이어 “시청자미디어센터의 교육은 수강생 연령대가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데, 여러 대상을 다 아우르지는 못하더라도 특정 대상을 상대로 수업을 전달할 수 있는 스킬이나 교수법 등은 본인이 어느 정도 개발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영상기자협회 나준영 회장은 “시니어 영상기자들이 미디어 분야에서 영상 제작 전반에 대해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미디어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영상의 촬영과 편집, 영상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의 역량을 키우고, 영상의 제작윤리와 사회적 영향에 대한 이해와 감성을 일깨워, 영상을 일상의 언어로 사용하는 시대에 영상기자들이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고 미디어교육에서 역할 할 수 있도록 하는 집단적 고민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심 있는 영상기자들이 미디어교육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영상촬영, 제작과 관련한 교재 개발, 교수법연수 등을 협회 차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언론진흥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민간 자격증인 ‘미디어교육사’ 자격증을 등록하고, 11월 첫 시험을 시행할 예정이다.
안계현 미디어교육팀장은 “영상기자들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뉴스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해 왔기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기도 유리하고, 실제로 활동을 한다면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요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텍스트’만 하는 게 아니라 영상 제작, SNS, 유튜브, 광고 등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영상 분야까지 종합적으로 두루 아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