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중단·신년 기자회견 보류, 공식일정 취재 ‘제한’ 늘어나
‘10.29참사’ 현장 방문도 대통령실 전속촬영팀이 제공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겠다는 건가”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데 이어 신년 기자회견도 갖지 않는 등 대언론 접촉이 줄어든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통령의 영상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비속어 논란 이후 기자단의 취재 접근권이 줄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통령실을 출입하는 한 영상기자는 “최근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의 일정과 관련해 영상기자가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며 “예전에는 개인적인 사안이나 시간상 취재진이 접근하기 힘든 사항, 보안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면 취재진이 한 팀 이상 들어갔는데, 최근에는 많은 부분을 대통령실 전속촬영팀이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전속촬영팀이 찍은 영상은 대통령실에서 논란이 될 만한 요소를 모두 없애고 입맛에 맞는 내용만 편집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마사지한’ 영상들만 언론에 주는 것은 대통령의 지지율에 저해될 것 같은 기자들의 취재를 막겠다는 의도”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참사 다음날 대통령이 이태원 현장에 들렀을 때 기자단에 일정 공지가 없어서 ‘중요한 사항인데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한 일도 있었다.”며 “대통령실 쪽에서 ‘대통령이 관저에서 나오면서 출근길에 갑자기 들러 자기들도 몰랐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현장에 대통령실 전속촬영팀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는데, 현장에 전속이 있었다는 건 홍보 라인에서는 대통령 일정을 다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며 “참사 직후이다 보니 유가족의 오열이나 정부를 질타하는 쓴소리 같은 게 들어가지 않길 바라는, 결국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통제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기자도 “공식 일정이 하나도 없다고 해 놓고 저녁에 서면 브리핑이 나오고, 조금 있다가 전속촬영팀이 찍은 영상을 준다.”며 “언론이 대통령실에서 주는 대로 받아쓰는 곳도 아니고, 현장 비공개도 모자라 아예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자신의 활동을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고, 불리하거나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을 알리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에게 대통령의 활동을 알려야 할 의무를 배신하는 것”이라며 “전속 촬영팀이 촬영한 내용을 배포하는 식이라면 취재원에 의해 언론이 농락당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고, 언론사나 국민의 관점에서 대통령의 활동을 취재하고 평가해야 하는 언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언론이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할 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더 큰 실수로 더 큰 국익 훼손을 가져오지 않도록 경계하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며 “언론을 적으로만 생각하고 피하거나 배척하는 방식은 민주적이지 않고 이해득실을 따져봐도 손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과의 소통 총량은 물론 기자단과의 접점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