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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로 털고 주인 바꾸고 압수수색으로 겁 주고 돈줄 죄고…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 어디까지?

압수수색.jpg
▲지난 5월 30일 MBC 뉴스룸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경찰에게 MBC노조, MBC기자회, MBC영상기자회가 항의하고 있다.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도 모자라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하면서까지 윤석열 정부가 언론 장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뭘까. 

 방통위는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26일 이후 전체회의에서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미 29일 차관회의와 다음 달 4일 국무회의 상정 의결을 예고한 상태다. 이 계획대로라면, 대통령실의 권고 이후 한 달 만에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법 개정 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당사자인 한상혁 전 위원장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렇게 급히 서두르는 것은 총선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차기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의 밑자락을 신속히 깔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은 ‘여권 인사의 방통위 장악 → 방통위에서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진 교체 → 이사회가 KBS와 MBC 사장 교체 → 교체된 사장이 정권 입맛에 맞는 내부 인사 단행 → 내년 총선에서 정권 편향적인 방송 시행’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 수신료 분리징수 빼든 대통령실, KBS 내부에선 사장 퇴진 요구도
 정부는 지금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방통위에 법령 개정을 권고하자마자 방통위가 일사천리로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방통위는 심지어 입법예고 기간을 유례없이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KBS의 한 저연차 기자는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와 관련해 여론을 수렴했다고 하는데, 정당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이후 진행 과정을 보더라도 공영방송을 정권 쪽에 유리하게 이용하려고 길들이는 차원에서 이 카드를 꺼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고참 기자는 “과거 MB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 때는 사장을 낙하산으로 보내 내부를 장악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기사를 작성하도록 했는데, 이제는 공영방송 자체를 축소시키고 영향력을 미미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취약한 재원을 흔드는 방법을 들고 나왔다”며 “공영방송은 권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자산이자 공기인데, 이걸 흔든다는 것 자체가 반민주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이 KBS의 ‘재원’을 건드린 ‘효과’는 확실했다. 내부 직원들이 김의철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보수 성향의 노동조합인 ‘KBS노동조합’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소속 KBS 직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KBS를 위한 KBS 직원과 현업방송인 공동투쟁위원회(이하 새KBS공투위)’가 지난 20일 편파방송과 무능경영 등의 책임을 들어 김 사장과 이사진의 퇴진을 요구했고, 경영협회, 아나운서협회, 영상제작인협회, PD협회 등 KBS의 4개 직능단체도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반면, 기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KBS 기자협회는 23일부터 26일까지 전체 회원 504명을 대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장과 경영진은 물러나라는 내용을 기자협회 입장문에 담는다’에 대해 모바일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참여자 418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0명(52.63%)이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198명(47.37%)이었다.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이 철회되면 즉시 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수신료 분리징수와 사장 거취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수단방법 안 가리고 방송장악을 하겠다는 첫 번째 시도가 공영방송 핵심 재원인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겠다는 것"이라며 “현행 방송법에는 방통위가 수신료 징수방법을 변경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명백한 위헌적·위법적 직무집행”이라고 비판했다.

 한 언론학자는 “KBS는 방송법상 공영방송이자 국가기간방송이고, 방송통신기본법상 재난방송 주관사”라며 “이러한 KBS가 법에 명시된 방송사로서 보장된 책무를 이행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재원의 안정성 확보인데, 일부 보도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재원 문제 가지고 위상 자체를 위태롭게 해선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 MBC, 기자에 이어 뉴스룸 압수수색까지…감사원 국민감사로 방문진·MBC ‘흔들기’
 대통령 비속어 보도 이후 MBC에 대한 정부의 탄압도 노골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기자 개인 뿐만 아니라 뉴스룸 압수수색까지 시도하고, 감사원의 국민감사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MBC 기자 A씨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A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압수하고 차량, 주거지도 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내 뉴스룸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MBC 구성원의 반발로 수사관 2명이 해당 기자의 업무 공간을 확인하고, 압수할 물품이 없다며 돌아갔다.

 MBC 등 언론계 안팎에서는 A기자가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당사자이고, 개인정보유출이 뉴스룸을 압수수색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복·과잉수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일 노보를 통해 “온갖 취재 정보가 모여 있는 언론사의 뉴스룸을 공권력이 압수수색하는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더욱이 기자 한 명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를 수사하겠다고 언론사의 뉴스룸을 뒤진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사방식“이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또 “MBC 뉴스룸에 대한 전례없는 압수수색 시도는 MBC 장악 시나리오의 신호탄”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일체의 시도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의 한 기자는 “정부가 보수 언론을 제외한 나머지 언론에 재갈 물리기를 넘어선 ‘무력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YTN, KBS에 이어 MBC 차례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다.”며 “이번에는 압수수색 시도를 통해 ‘겁주기’에 그쳤지만 방통위원장을 면직한 상황에서 ‘언론장악 전문가’를 내세워 방문진을 장악하고 MBC 사장을 교체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청한 한 언론학자는 “취재와 보도는 헌법에서 보장된 언론자유의 핵심”이라며 “언론의 특별한 가치를 생각하면 압수수색이 법률상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자와 언론사 뉴스룸에 대한 압수수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진행 중이다.  보수 언론단체는 지난해 11월 MBC의 방만 경영 등을 문제 삼아 국민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MBC와 방문진은 ‘감사원이 감사 대상이 아닌 MBC와 자회사에까지 위법한 직무감찰을 벌이고 있다며’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MBC와 방문진은 “감사원이 방문진의 내부 비공개회의 속기록, MBC의 재무 정보 등 감사 항목과 관계없는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방문진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동시에 탈법적으로 MBC을 감사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 주식 매각 통한 민영화 앞둔 YTN, ‘단협’개정 통해, 보도의 공정성· 자율성, 고용안정 추진
 공기업 대주주가 가진 주식에 대한 매각 공고를 앞둔 YTN은 정부의 ‘사영화’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을 확정하면서 YTN 대주주인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에 YTN 주식 매각을 권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한전KDN 노조는 “지분 매각을 통한 사영화는 언론 장악의 외주화”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주식 매각을 막진 못했다.

 대신 YTN지부는 최근 고용 안정과 공정방송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13일 발행된 특보에 따르면, YTN노사는 고용안정협약을 신설해 △경영상의 이유로 YTN 본사나 계열사를 매각·분할할 때 △대량 해고나 희망퇴직 등을 실시할 때 반드시 고용안정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위원회는 회사와 과반수 노조 각각 3명씩 노사 동수로 구성되고, 의결은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진다. 구조조정을 할 때 노조의 합의를 거치도록 한 장치다 . 

 공정방송과 관련해서는 △사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들의 공정방송 의지와 자격을 검증하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조합원이 보도 업무로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을 때 고의나 과실이 없으면 회사가 소송 비용과 배상금을 부담하도록 했다. 또, 최근 YTN 인수자로 떠오르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국일보 등을 견제하기 위해 보도국장 자격에 ‘YTN 재직 10년’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고한석 지부장은 “사영화 위기 앞에서 노종자의 권리는 단협으로 단단히 했다”며 “이제 우리사주조합을 확대하는 등 주주 권리를 강화해 사영화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YTN의 저연차 기자는 “기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사영화 되면 사주가 생기는 건데, 보도에 있어 기자들이 사주의 눈치를 보고 선택적 보도를 하거나, 광고 때문에 보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봐 가장 걱정 된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또 “지분 매각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땐 내부에서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매각이 현실화하니 이제는 정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구성원들이 많아졌다”며 “매각 자체를 반대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지금 언론에 오르내리는 보수 언론사나 언론단체, 대통령 측근이나 대기업 등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급 기자는 “지금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특정 개인을 염두에 두고 우리 지분을 넘기려는 것으로 보여 ‘사영화’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며 “최대주주가 누가 되느냐보다 공적 재원인 방송이 특정 개인에게 넘어간다는 자체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각 언론사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시도하고 있을 뿐 결국 귀결점은 언론장악”이라고 꼬집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컨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준공영방송을 사영화해 공영방송 목소리를 줄이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언론 시장을 재편해서 현 정권이 표방하는 친기업 친시장 정책들을 언론의 견제와 비판 없이 펼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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