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통위원장 공영방송 “가짜뉴스확산, 국론분열시켜와” 대대적 구조개편 예고
6기 방통위, 5인 중 2인 체제로 출범…KBS·MBC 경영진 교체 ‘시작’
언론·시민사회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방송장악기구 해체 투쟁 나설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8월 18일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후, 여야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않자 윤 대통령은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했다. 이 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인사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16번째다.
‘언론장악 기술자’라며 언론·시민사회가 반대해 온 이 위원장은 지난 28일 열린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맹비난하며 ‘공영방송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은 이날 열린 6기 방통위 첫 회의에서 법인카드 부당 사용 등으로 해임됐다 2021년 해임무효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강규형 전 KBS 이사를 EBS 이사에 임명했다. 또, MBC 재직 시절 5천만 원 가량의 법인카드를 지인과의 골프 등에 사적으로 유용한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앉혔다. 이날 전체회의는 상임위원 5인 가운데 윤 대통령이 임명한 이 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 등 2인만이 참여했다. 국회에서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재가하고, 공석이 된 여야 추천 상임위원 자리가 찰 때까지 당분간 방송통신 현안에 대한 비정상적인 2인 의결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시민사회와 야권은 이동관 방통위 출범에 대해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며 “방송장악기구를 해체하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3개 언론·시민단체는 28일 경기도 과천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권과 이동관에 의해, 낡은 양당정치에 의해 수명을 다한 방송장악기구를 해체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 방송 독립과 공공성을 보장할 새로운 미디어 규제 체제를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모든 부문의 공공성을 재고할 광범위한 범국민 투쟁기구를 구성해 윤석열 독재시도와 이동관 방송장악위원회에 대항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을 향해 “반헌법적 언론장악의 범죄를 낱낱이 자백하고 국민과 역사 앞에 사죄하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이 후보자가 임명된 지난 25일에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화 이후 가장 참혹했던 언론 탄압·장악 주동자가 방송 독립과 공공성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방통위 수장이 됐다”며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언론과 표현의 자유 역사에 닥친 심대한 위기”라고 반발했다.
나준영 영상기자협회 회장은 “정부는 (일본이 방류한) 오염수가 문제없다는 홍보영상을 만들었다.”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이후엔 그 홍보물들을 공영방송이 뉴스와 프로그램에서 이런 홍보물을 제작, 방송하도록 갖은 압력을 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7일부터 이동관 지명 철회 촉구 전국 순회 기자회견을 해 온 언론노조는 이날 중앙집행위원회 결의문을 통해 “공영방송 장악을 넘어 붕괴를 초래할 이 사태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징벌적 손해배상 강행, 포털 뉴스서비스 장악, 신문•출판 지원사업 예산 삭감으로 이어져 신문•방송•출판 등 언론노조 전 조합원이 지켜온 노동의 가치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언론노조는 업종과 지역의 구분을 넘어 윤석열 정권과의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낸 성명에서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였던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랬듯 방송장악의 행동대장이 되어 공영방송 임원 교체, 보도 개입·통제, 광범위한 사찰, 기자 대량해고 등을 아무런 반성 없이 재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들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수많은 의혹에 대한 최소한의 해소도 없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거부한다”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벌어질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 위원장이 재원 압박과 사장 교체 등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고 총선에 유리한 여론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임기 2개월을 남긴 한 전 위원장을 조기 면직한 뒤 출범한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했으며, KBS이사회 남영진 이사장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여권인사들을 임명해 KBS 사장 선임 권한이 있는 이사회를 여6, 야5의 구도로 만들었다. KBS 이사회는 30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상정하기로 했다.
방통위는 또, 지난 21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해 전면적인 실지 검사·감독을 벌여 ‘MBC에 대한 경영 관리감독 의무 소홀’과 ‘신임사장 선임과정의 검증 부실’을 이유로 들어 권태선 이사장도 해임했다. 남 전 이사장과 권 전 이사장은 법원에 해임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는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두 이사장의 해임강행을 규탄하고, 법원이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려달라는 요구와 탄원서 제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정치권을 향해 방통위와 여당의 방송장악을 향한 폭주를 막을 법률을 제정하고 방통위와 방통위가 장악한 정부 기관을 제대로 감시·견제할 것을 촉구했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