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전회원사, 회원대상 장마, 폭염 앞두고
안전하고 건강한 취재 요청
때 이른 폭염, 장마 시작되는데 안전장비는 미비하고,
무리한 오디오맨 감축에 취재안전 빨간불
폭염이 여느 해보다 빨리 찾아오고 일부 지역에서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영상기자들의 안전에 빨간등이 켜졌다.
일부 지역에는 안전 장비가 부족하고, 현장 촬영을 보조해 줄 오디오맨도 크게 줄어들어 기자들의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
지역방송사, 재난재해 취재하는 영상기자용 ‘안전모’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기상청은 지난 21일 밤 서울 최저 기온이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넘어 올해 첫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기상청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이르게 나타난 열대야로, 지난해에는 6월 28일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6월 폭염 일수도 2.4일로, 최악의 더위로 기록된 2018년의 1.5일을 넘어섰다. 기상청은 한여름인 7~8월에는 지금보다 더 강한 더위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도에 이어 남부 지방에는 벌써 장마가 시작됐다. 서울과 수도권도 7월 초 장마가 시작되면 전국적으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와 함께 이후 찾아올 폭염에 따른 피해도 예상되면서 방송사들은 여름철 일상화된 재난재해에 대비해 취재 보도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한 방송사의 A 영상기자는 “회사에서 작년부터 폭염에 대비해 식용 소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그 외에 폭염 대비는 개인이 알아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안전을 책임질 장비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MBC의 B 기자는 “언제부턴가 사고 현장이나 위험한 곳을 갈 때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하게 해야 한다고 해서 취재기자들은 안전모를 쓰고 나간다.”며 “그런데 취재기자와 함께 위험한 현장에 나가 촬영을 담당하는 영상기자들은 안전모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기자는 “화면에 나오는 취재기자에게만 안전모를 지급하는 것이 ‘보여주기식’이 아니라면, 당연히 영상기자에게도 안전모를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오디오맨 감축 따른 재난재해 취재시 안전우려...
집중호우 혼자 취재하던 영상기자 큰 부상 입기도
취재안전을 위한 장비 마련・보급 문제와 더불어, 영상기자들이 무엇보다 더 크게 우려하는 건 현장 취재보조 인력인 오디오맨의 감축 문제이다.
지역 방송사들은 현장 취재보조 인력인 오디오맨의 감축으로 인해 재난재해취재에 있어 심각한 어려움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재난재해 상황의 라이브중계가 현장 영상기자들의 업무로 이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디오맨 없는 영상취재는 영상기자들에게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의 C 영상기자는 “장마철에 현장에서 라이브중계에 초점을 둔 취재를 하다보면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며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현장 속으로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서로 호흡을 맞춰 위험한 부분을 알려주는
영상기자의 또 다른 ‘눈’ 역할을 하는 오디오맨 없이 재난 현장에 나가라는 것은 목숨 걸고 현장에 가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지역의 영상기자 D는 “태풍이나 집중호우같은 재난 상황은 오디오맨이 있어도 영상기자가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며
“뷰파인더를 보며 촬영에 집중하다 보면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걸 봐주고 위험 신호를 알려주는 오디오맨들이 없다면 사고 위험은 굉장히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북 지역 집중호우 당시 KBS전주의 영상기자가 오디오맨 없이 혼자 취재하는 과정에서
산사태로 쓰러지는 나무가 그대로 덮쳐 안면근육이 끊어지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KBS기자들, 오디오맨 감축 국가재난방송주관 방송사 역할 위축 우려
KBS의 오디오맨 감축 문제는 영상기자의 안전과 함께 국가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의 역할과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KBS의 오디오맨 인력 50% 감축 방침은 내부의 심각한 우려와 비판에도 현실화하고 있어 오디오맨들의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KBS대구는 본사 예산으로 계약한 파견직 5명, 부서 자체 예산으로 고용한 아르바이트 2명 등 모두 7명의 보조 인력을 운용했지만 파견직 3명이 줄어 현재 4명만 남았다. 부서 자체 예산으로 고용한 아르바이트도 내년 예산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KBS청주는 영상기자 6명에 현재 3명의 오디오맨이 근무하고 있다. 영상기자 2명에 오디오맨 1명 비율로 다른 곳에 비해 열악한 환경인데, 7월에 또 한 명의 오디오맨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1명은 9월, 마지막 한 명은 12월에 계약이 종료된다. 회사쪽은 오디오맨의 인력 문제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어떤 대책도 언급한 적이 없다. KBS청주는 지난해 오송 참사 취재를 담당한 지역이기도 하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관련기사 3면 계속 ☞)
( ☞ 1면에서 이어짐 )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재난재해 취재시 영상기자 자신과
동료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도록 권고
KBS제주와 KBS창원 촬영보조 인력 50% 감축이 이미 현실화돼 4명이던 보조 인력이 지난 3월과 4월부터 두 명으로 줄었다. KBS울산에는 오디오맨 3명이 일하고 있는데, 1명이 올해 12월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고, KBS전주는 파견 근로 4명 중 1명이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하반기에도 한 명이 줄어 2명이 될 예정이다. KBS부산은 6명의 촬영 보조가 4월에 2명, 5월에 1명, 6월에 2명이 계약 만료되어 7월부터는 1명만 남게 될 상황이다. 포항은 지난 3월 촬영보조 계약이 모두 종료됐고 안동은 7월 계약이 모두 종료된다. KBS의 E기자는 “오전에 5~6개의 아이템이 몰리면 오디오맨이 부족해 취재를 나갈 수 없어 어떻게든 오후로 나눠서 오디오맨들이 쉴 틈 없이 취재를 나가고 있다”며 “곧 집중호우와 태풍 같은 재난 상황이 올 텐데 그땐 어떻게 취재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역 KBS의 영상기자들은 보조 인력 50% 감축안이 공개된 지난 3월 일제히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당시 강원 영동・영서, 부산, 울산, 대전, 대구, 전주, 제주, 창원, 청주 지역의 기자들은 태풍, 산불, 집중호우, 폭설, 폭염 등의 현장을 취재하는 영상기자의 또 다른 눈과 손발 역할을 해 온 촬영 보조 인력을 줄이는 것은 “영상기자의 목숨과 안전을 빼앗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보도에 있어 필수 인력을 감축하게 되면 뉴스 제작 차질, 라이브 방송사고 등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보도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 전 회원사・데스크・회원에 재난 재해시 영상기자의 안전과 건강 위한 노력 당부하는 협조 공문 보내
한국영상기자협회(회장 나준영)는 24일 각 회원사의 데스크들에게 영상기자를 비롯한 취재진의 집중호우, 장마 등의 자연재해와 무더위로 인한 건강과 안전상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또, 같은 내용으로 전회원에게 공지문자를 발송했다.
나준영 회장은 “전지구적인 기후 위기로 인해 재난재해가 일상화된 지금, 재난재해 현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영상기자들에게 이 상황을 빠르고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기자로서의 사명과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런 사명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상기자와 현장 취재진의 안전과 건강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방송사 내부의 시스템과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영상기자 스스로도 이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대비할 수 있는 노력과 회사와 데스크에 대한 요구를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회장은 이어 “영상보도가이드라인 1장의 6조는 ‘영상기자는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안전,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회사와 상급자에게 이를 위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방송사와 데스크는 영상기자의 안전과 인격을 보호 할 최선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면서 “협회는 각 회원사와 데스크들이 취재진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문제점을 모니터해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회원 스스로의 관심과 노력을 위한 교육과 홍보 작업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