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4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때 공개했다. 신상공개를 결정한 근거 법률은‘ 성폭력처벌법’ 제25 조이다‘. 피의자의 얼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동 조항은 몇 가지 조건을 붙여서 성폭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범죄에 관한 증거가 충분하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이다‘. 오로지 공공의 이익’이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등에 기여할 때를 말한다. 공개할 수 있는 신상은 얼굴, 성명, 나이 등이다. 또 하나의 조건이 추가되었는데 해당 피의자가‘ 청소년 보호법’ 상의 청소 년에 해당할 때는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 


 두 사람의 신상과 얼굴을 언론에 공개하기까지 당국의 고뇌는 컸을 것이다. 경찰관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경찰청의 신상공개위원회는 심의과정에서 피의자 인권, 피의자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을 놓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인 강훈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심의위원회는 범죄에 대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점, 범행의 수법과 피해자들에게 미친 지속적인 피해, 공공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쟁점에 대한 논의가 번외로 빠지지 않기를 전제한다. 신상이 공개된 두 사람을 비롯한 관련 피의자들에게 법에 정한 사법절차가 엄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데 아무 이견이 없다. 피해자들의 피해 방지와 구제, 사회적 규범의 복원을 위해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양형 요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도 이론이 없다. 


 ‘청소년 보호법’은 1997년 제정 당시 청소년을‘ 18세 미만의 자’로 규정했다. 1999년 동법은 청소년의 연령을‘ 19세 미만의 자’로 개정했다. 청소년을 청소년 폭력과 학대 등 각종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구제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되었다. 2001년 개정된 동법의‘ 청소년’ 조항은‘ 19세 미만의 자’로 규정하되 단서가 붙었다. ‘만 19세에 도달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 한 자를 제외한다’라고 개정했다. 이른바 ‘연 나이’를 적용했다. 법률 개정 사유는 뚜렷하다. 법률 개정 사유에 따르면, 법적으로‘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성인’으로 간주되는 조건과 연령대가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거나 취업을 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청소년의 나이 셈법이 개정된 것이다. 연 나이에 해당하 는 청년들을 성인으로 간주해 처벌을 강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청소년으로 규정 됨으로써 받게 될 제재의 위험으로부터 제외시켜 이들의 자유로운 사회적 활동을 보장하려는 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고 본다.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은 법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서 조항의 입법 취지에 부응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고위 공직자나 공적 인물이 아닌 경우 일반 형사피의자의 신상 공개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이 법관과 법률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형사피고인은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 제27조에 규정된 내용이다. 뿐만 아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헌법 제103조와 제109조에 담겼다. 흉포한 범죄자에게 엄정한 사법절차에 따라 상응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원리다. 나아가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는 법관에 의해 법원에서 공개적으로 형사 피고인을 재판하는 절차 역시 우리 민주주의 시스템의 요체다. 


 한편에 공개된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다투게 될 형사피의자의 구체적인 범죄 내용과 범죄 혐의자의 신상을‘ 지금 당장’ 공개 해 달라는 대중의 요구가 있다. 다른 한편에, 여론재판이 아니라 법원의 법관에 의해 공정하게 재판을 받을 형사 피고인의 헌법적 권리가 자리 잡고 있다. 언론은 양자 간의 괴리를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루랑소 사건이 있다. 그는 공판이 개시되기 전에 형사피의사실을 공표하였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소속된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의 편집국장도 함께 유죄 선고를 받았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기자들은 유럽인권재판소에 프랑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언론인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언론인들에 대한 유죄판결은 타인의 평판과 권리 보호, 사법권의 공정성과 권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언론의 취재보도 자유는 필수적이다. 공직자의 업무 수행이나 공적인 관심사에 대한 언론의 취재보도 자유는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공인이 아닌 사인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공개법정의 공개재판을 중심으로 사안을 보도하려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형사사건의 신상공개심의위원회나 언론 모두 고민이 클 것이다.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피해 구제의 필요성을 수용하면서 헌법이 추구하는 공정한 재판절차의 확보라는 이익을 조화시켜나갈 책무가 언론인들의 어깨에 주어져 있다. 그 책무를 온전하게 이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어려운 일이기에 언론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 언론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인권의 척후이자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이승선 교수 /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이승선 교수2 사진.jpg




  1.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94
    Read More
  2.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546
    Read More
  3.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국민의 알권리, 사생활 보호받을 시민의 권리 ▲ 당시 연합뉴스에 보도된 화면 갈무리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수정) 지난 1월 31일, 연합뉴스는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하고 있는 교민들 사진을 여러 장 취재해 보도했다. 교민...
    Date2020.05.07 Views715
    Read More
  4. [줌인] 포비아와 왜(倭)신

    포비아와 왜(倭)신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자기 진면목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엔 그 누구도 코로나19가 이렇게까지 파괴적일지 알지 못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발생 초기, 국내 언론은 ...
    Date2020.05.07 Views398
    Read More
  5.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우리 삶과 닮아 있는 정치 사전투표장에 갔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해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정의당 대변인과 취재 동선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투표하러 투표장에 오려면 아직 30여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26살인 오디오맨에게 시간 괜...
    Date2020.05.07 Views342
    Read More
  6.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한국 영화 100年史 속 봉준호, 그리고 김기영 -잊혀진 씨네아스트 김기영- ▲ 사진(MBN뉴스 갈무리) ▲ 김기영 기획전 포스터(사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과 칸 황금종려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영화 역사상 이 둘을 동시 석권한 작품은 1945년...
    Date2020.05.07 Views399
    Read More
  7.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영상기자의 아내로 사는 법 ▲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면서 취재에 몰두하는 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사진> 봄 방학을 외가에서 보내려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던 도중 남편(SBS 영상취재팀 김태훈 기자)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잘하지 않는 그가 전화를 했다...
    Date2020.05.07 Views472
    Read More
  8. 스마트폰 맛집 투어

    스마트폰 맛집 투어 ▲ 맛집 음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보통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일 것이다. 하루하루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우리들의 고민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끼니 때우기’ 로 치자면 흔한 순댓국집이나 해장국집 등을 찾...
    Date2020.05.07 Views397
    Read More
  9. [줌인]

    [줌인]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방탄소년단 센세이션에 이어 두 번째 문화적 쾌거, 영화 역사상 대약진이라 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트...
    Date2020.03.12 Views348
    Read More
  10.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확진자의 동선, 취재진의 동선 ▲ 인천공항에서 마스크를 끼고 취재하고 있는 필자<사진> 대한민국에서 가장 광범위한 행동반경을 가지는 직업은 뭘까? 아마도 순위를 매긴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영상기자가 포함되지 않을까? 종종 생각해 본다. 장소나 시간 제...
    Date2020.03.12 Views432
    Read More
  11.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클라우드시대의 영상기자 보도영상 관련 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화질은 SD에서 HD로, 기록 매체는 테이프에서 메모리로 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상취재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영상기자의 역할까지 바꾼 것은 아니다. 하지만 MNG는 기존의 위성 장비를...
    Date2020.03.11 Views560
    Read More
  12.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 영상기자의 '반전(反轉)' 적응기 ‘지역이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게 아니구나...’ 작년 이맘때쯤 처음 빛고을에 발을 딛고 난 후 1년 동안 머릿속에 늘 떠오르던 생각이다. KBS에 입사하기 전 서울에서 맞닥뜨리던 현장과 업무와 비교할...
    Date2020.03.11 Views355
    Read More
  13.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제주에서의 일 년, 어떻게 보내게 될까 ▲ 제주 월정리 해변에 취재하고 있는 필자 2016년 4월, 일주일 동안 제주를 돌아본 경험이 있다. 당시 제주공항에서 일하던 친구네 놀러 가서 사흘, 영화제가 열린다는 강정마을에서 이틀, 그리고 결혼 후 제주시 구좌읍...
    Date2020.03.11 Views422
    Read More
  14.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드라마는 감독의 작품인가 1.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커피숍에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2020년 미국 헐리우드비평가협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
    Date2020.03.11 Views418
    Read More
  15.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그들의 첫 번째 가이드라인과 두 번째 가이드라인 ▲ 지난 11월 29일과 30일 이틀간 영종도 웨스턴그레이스호텔 세미나실에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내용을 마지막 점검하고 있는 집필진<사진>. 2014년 1월에 개봉했던 ‘겨울왕국’이 ...
    Date2020.01.09 Views394
    Read More
  16. [줌인] 아듀 2019, 웰컴 2020!!

    아듀 2019, 웰컴 2020!!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2020 새해가 왔습니다. 우주 만물이 저마다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여러분들의 2020, 우리의 새해 전망은 어떻습니까? 새해엔 우리 사회에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오래된 이야기지만 TV 뉴스는 한층 더 위기를 ...
    Date2020.01.09 Views359
    Read More
  17.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해외 사례로 ‘검찰 포토라인’ 철폐 톺아보기 검찰 뉴스의 익숙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피의자 소환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더 이상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의 모습을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마 전까지 당...
    Date2020.01.09 Views431
    Read More
  18.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영상기자가 가져온 내 삶의 변화 사람은 한 치 앞일도 알 수가 없다. 불과 작년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다. 그러다가 영상기자라는 직업 명사는 불현듯 내게 왔다. 영상기자가 된 후 세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 인생 전환점이 있을 ...
    Date2020.01.09 Views498
    Read More
  19.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단순실수’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영상 데스킹, 케케묵은 이야기 최근 몇 개월 동안 KBS뉴스는 보도 영상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7월, 일본 불매운동을 소개하는 뉴스에 특정 정당 로고가 노출되는 방송사고가 있...
    Date2020.01.08 Views391
    Read More
  20.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디지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현장에 도착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경험, 누구에게 있을 것이다. 그럴 땐 현장에서 좀 떨어져 먼 곳에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도 비슷한 원리로 도...
    Date2020.01.08 Views309
    Read More
  21.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트라우마를 경험한 취재원, 그리고 셀프케어 ▲ 필자가 지난 8월 27일 호주 멜버른 다트센터에서 방송기자연합회 연수 대상자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를 경험한 지역사회 보도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독재에 반대해 일어난 부마항쟁이...
    Date2020.01.08 Views3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