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26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사진)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jpg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영상기자들의 이야기다.


 검경의 피의사실 공표기준 강화는 출입처 지정이 없는 지역 기자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감을 시나브로 벌렸다. 영상기자로 입사하면 수사기관 브리핑과 피의자 스케치라는 걸 가장 먼저 배우게 된다. 피의자와의 소통(?)이란 일을 핑계로 피의자를 낙인찍는 작업이다. 소통이 억압으로 둔갑하는 과정, 어찌 보면 그동안 이 억압의 클리셰를 우리는 당연시 해왔는지도 모른다. 수사 대상자가 암묵적형 확정자가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카메라는 판사의 판결봉보다 무겁게, 기자들의 질문은 검사의 형량 구형보다 절망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피의사실 공표와 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등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조주빈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 TV 앞의 국민은 분노했고, 조국 부인의 얼굴 공개 여부를 놓고는 모자이크 처리의 촌극이 빗어진 걸 보면.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검경 수사 결과 브리핑은 영상기자가 할 수 있는 비교적 쉬운(?) 아이템이었다. 잘 차려진 밥상처럼 놓여 있는 각종 증거물 및 압수품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수사기관 관계자와 기자들 모습이 오늘 일은 쉽게 가겠구나, 하는 안도감을 안겨줬다.


 이제 밥상 위에 숟가락 올리던 시절은 지난 걸까? 요즘 지역 사회부 기자들은 아이템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피의사실 공표가 되지 않는 이상 통신사 뉴스 빼곤 알 수도 알아볼 수도 없는 사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상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확인이 덜 된 사건에 대한 영상취재는 자칫 르포르타쥬의 경계를 훌쩍 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재 환경의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 박자도 쉬지 못하고 ‘음표’ 만 보며 달려왔던 취재 관행에 찾아온 ‘쉼표’를 단순히 영상취재 영역의 축소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알 권리와 소통이란 결국 국민에게 진실과 행복을 주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전문가이자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로버트 헤어 박사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마음 없이 경쟁만 강조하는 사회, 이기는 자만이 추앙받는 사회에서 사이코패스는 필연적"이라고 말하기도 했 다. 피의사실공표라는 알 권리와 소통의 명제가 영상기자에게 또 하나의 사이코패스를 만들진 않았는지 곱씹어 볼‘ 쉼표’의 시간이 왔다. 치열했던 자리싸움과 고성, 욕설 속에서 우리가 담으려 했던 장면들, 그 풍경 속의 우리 모습이 정상적이고 합리적 이었는지 생각해볼 시간 말이다.


 어쩌면 이제 더 이상 검경이란 공간에서 영상기자 간 만날 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선후배 간 만남의 장 (?)이 그만큼 줄어들고 나아가 관계가 소원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반갑다! 영상기자의 영혼을 살찌울 수 있는 쉼표의 시간이 온 것에 말이다. 이참에 다시 새로운 음표를 맞이할 준비를 해 보면 어떨까? 더 많이, 더 빠르게 전달된 것이 언제나 우리 삶을 풍부하게 해 주는 진실이란 보장은 없지 않은가? 새로운‘ 음표’는 바로 그러한 인식에 서부터 시작하면 충분하리라.



박인학 / MBN 대전지부 (사진) 박인학 증명사진.jpg





  1.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383
    Read More
  2.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268
    Read More
  3. 영상기자와 유튜브

    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Date2020.09.16 Views322
    Read More
  4.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Date2020.09.16 Views321
    Read More
  5.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Date2020.09.16 Views364
    Read More
  6.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398
    Read More
  7.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
    Date2020.09.15 Views210
    Read More
  8.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14
    Read More
  9.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Date2020.09.15 Views218
    Read More
  10.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486
    Read More
  11. [줌인]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줌인] 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 ... 사실 유를 치나 안 치나 뭐 대표님한테 나쁜 건 없잖아요. ...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
    Date2020.07.17 Views316
    Read More
  12.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승선 교수/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것 일수록 그렇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바뀌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경고도 불문한다. 흡연 같은 경...
    Date2020.07.17 Views352
    Read More
  13.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269
    Read More
  14.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50
    Read More
  15.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미국 911 이후 쌍둥이 빌딩의 폐허 자리에 지하 공간을 유지해 참사를 기억하자고 했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의 제안보다 그 인근에 고만고만한 건물들을 건설하자는 계획은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Date2020.07.17 Views310
    Read More
  16.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250
    Read More
  17.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35
    Read More
  18.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23
    Read More
  19.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350
    Read More
  20.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16
    Read More
  21.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46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