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6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사진)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jpg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시 현장이 보이는 포인트를 선점하여 MNG를 하거나 1보를 담아 송출하는 영상기자들의 워크플로우가 연상되기도 합니다. 더 나은 영상미를 추구하려 더 깊고 먼 곳으로 향할 때마다 짐이 가벼웠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셨을 겁니다.

 

 경량 백패킹(Backpacking Light, 줄여서 BPL)은 레이 자딘이라는 미국의 클라이머가 고안한 자유 등반 방식입니다. 그는 PCT(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오리건을 거쳐 워싱턴을 지나 캐나다 국경까지 총 2,663마일의 거리인 트레일 코스. Pacific Crest Trail.)를 횡단하면서 장기 트레일 종주가 가능한 백패킹 방법론을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장거리 여행자들에게 회자되며 장기 트레일의 교과서로 불립니다.

 

 경량 백패킹은 보통 배낭 하나에 침낭에서 매트, 타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가 들어가 1박 이상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최소 기준입니다. 장비의 경량화를 통해 자연으로부터의 자율성을 얻고 지속 가능한 머물기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발전이 기여한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고강도 알루미늄, 카본 소재의 대중화는 텐트 폴대와 등산용 스틱의 무게를 줄였습니다. 큐벤 (cuben) 원단과 투습력 향상으로 방수는 물론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배낭과 옷, 텐트가 탄생했습니다. 우모 가공 기술의 발달로 더욱 가볍고 따뜻한 침낭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량 백패킹의 장점은 빠른 설치와 해체에 있습니다. 풍경이나 조망이 더 나은 곳을 발견해 박지(泊地)를 옮겨야 할 경우 10분 도 채 안 되는 시간에 텐트를 접고 패킹을 완료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더 깊숙한 오지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일반 캠핑장비들도 그것만의 매력이 있지만, 장소의 이동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설치와 해체, 이동이 어려운 점은 뚜렷한 한계점입니다.

 

 세월호 재난 때 ‘동거차도’라는 섬 기억나실 겁니다. 침몰 현장과 2km 떨어져 당시 수색 현장을 취재할 수 있는 가장 인접한 곳이었습니다. 방송사들이 앞다퉈 인력을 보내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려 했습니다. 그 장소들이 오지여서 접근이 쉽지 않았는데 경량 백패킹 장비들과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현장을 계속 주시해야 하므로 영상기자들은 이런 취재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피로도도 높습니다. 5kg이 채 안 되는 배낭 속 장비들은 지속 가능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대응하도록 합니다. 여의치 않으면 잠을 청해 이른 아침, 늦은 밤 상황까지 커버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신년 영상을 준비하면서 통영 소매물도 등대섬을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일몰과 일출, 밤의 등대 풍경을 담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른 아침과 밤에는 배도 뜨지 않아 하룻밤을 섬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ENG 카메라에다 드론, VDSLR 등도 준비해 갔습니다. 개인 짐을 최대한 줄였는데도 짐 무게가 버거웠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섬에 도착해 등대로 오르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포인트까지 오르다가 지쳐 버리니 정작 촬영에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마 그때 경량 백패킹 세트가 있었다면 현장 접근까지 체력을 아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연적으로 더 나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법인데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화된 캠핑 방식은 아니어서 자료는 많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방법과 장비에 관한 정보는 www. backpackinglight.com을 방문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경량 백패킹을 즐기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국립공원의 경우 야영이 불가합니다. 일반 노지나 산의 경우도 야영은 허가되나 취사는 허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장소의 가능 여부는 그 지자체에 문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량 백패킹으로 지리적인 한계를 딛고 나아가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까다로운 현장 취재에 다양하게 응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배병민 / MBN (사진) 배병민 증명기자.jpg

 

 

 


  1.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KBS 김정은 기자와 함께 삽니다 ▲ 작년 가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위에서 가족과 함께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07년 초겨울이었다. 그는 KBS에 막 입사했었고, 연애를 시작하기엔 너무 바빴다. 야근이 일상이었고, 그런 그를 만나기 위해선 내가 여...
    Date2020.11.16 Views389
    Read More
  2.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줌인] 사망 보도의 진화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시장의 사망 최종 확인 시점 몇 시간 이전부터 사망 보도가 흘러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한 상황 중에 나온 명백한 오보였다. 정치 거물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
    Date2020.09.16 Views270
    Read More
  3. 영상기자와 유튜브

    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Date2020.09.16 Views324
    Read More
  4.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제2의 장미란이 아닌 제1의 박혜정을 꿈꾸며 ▲ 지난 7월 21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전국 춘계역도대회’에서 용상 154kg을 ▲ 박혜정 선수가 코치로부터 발로 밟히는 특이한 스트레칭을 받고 있다. 번쩍 들어 올려 한국 주니 어 신기록을 세운 박혜정 선수...
    Date2020.09.16 Views324
    Read More
  5.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험지 취재에 유용한 경량 백패킹 ▲ 지난해 10월 제주도 성산 일출봉 인근에서 제주 올레길 1코스를 따라 걷다 잠 시 쉬며 백패킹을 하는 필자. ‘짐을 줄이고 더 빨리, 더 멀리 가자.’ 경량 백패킹의 모토인데 어딘가 친숙한 느낌입니다. 재난 발생...
    Date2020.09.16 Views367
    Read More
  6.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K리그가 EPL보다 재미있는 3가지 이유 ▲ 지난해 11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원정석에서 아들과 함께 축구 좋아하시나요? 해외축구는 EPL, 국내축구는 국가대표팀 보신다고요? 맞습니다. 역시 축구는 EPL이죠. 그곳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최고의 기...
    Date2020.09.15 Views400
    Read More
  7.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부동산 정책? 건강한 인식(認識)이 먼저 ▲ 새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필자의 가족 <사진/김원> 결혼을 하고 5년째 되든 해, 어린 시절부터 살던 동네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게 됐다. 1기 신도시라 연식도 오래됐고,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인 서울...
    Date2020.09.15 Views212
    Read More
  8.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전에 없던 새로움을 탐하다 ② 6개월간의 대장정 선거 방송을 준비하며 UHD 실사 촬영 이번에는 포맷용 실사 촬영을 UHD급 이상, 10bit 이상 영상으로 하기로 했다. 최종단에서 전체 영상 톤을 맞추기도 용이하고 HD 화면의 4배 사이즈이기 때문에 CG용 재가공 ...
    Date2020.09.15 Views216
    Read More
  9.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갑질은 없을까? ▲ 지난 6월 30일 울산 스타벅스, 매장 직원에게 폭언하는 갑질 손님 ▲ 지난 5월 19일 울산 울주군, 경비업무 중인 아파트 경비원 <사진/CCTV> # 장면 1 손님 : 내가 분명히 아이스 라떼 하나, 따뜻한 라떼 하나! 내가...
    Date2020.09.15 Views220
    Read More
  10.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저작자의 성명표시권, 실효적으로 관리ㆍ개선되어야 마땅 ▲ 이호흥 호원대 초빙교수 / (사)한국저작권법학회 명예회장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異名)을 표...
    Date2020.07.17 Views488
    Read More
  11. [줌인]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줌인] 이유 있는 뉴스 신뢰도 꼴찌, 한국 언론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어요. ... 사실 유를 치나 안 치나 뭐 대표님한테 나쁜 건 없잖아요. ... (협조) 안 하면 그냥 죽어요. 지금보다 더 죽어요. ... 이렇게 하면 실형은 막을 수 있...
    Date2020.07.17 Views318
    Read More
  12.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관행적인 위반,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이승선 교수/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오래된 것 일수록 그렇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 수용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바뀌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경고도 불문한다. 흡연 같은 경...
    Date2020.07.17 Views354
    Read More
  13.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피의사실 공표 논란, '쉼표'가 될 기회 ▲ 법원의 영장실징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는 피의자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반갑다. 그간 소원해진 것 같다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현장에서 얼굴을 마주하던 시절은 지났다. 대전·충남 ...
    Date2020.07.17 Views271
    Read More
  14.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질서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18년에 발생하여 약 5천만 명의 인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해 보면 코로...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5.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기억의 외주화와 영상의 공공성 미국 911 이후 쌍둥이 빌딩의 폐허 자리에 지하 공간을 유지해 참사를 기억하자고 했던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드(Daniel Libeskind)의 제안보다 그 인근에 고만고만한 건물들을 건설하자는 계획은 시민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Date2020.07.17 Views313
    Read More
  16.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지역 MBC의 유투브 플랫폼 활용 ▲ MBC충북 '한국 남매' 제작 현장 방송ㆍ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탄생으로 전통미디어인 지상파 플랫폼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고, 스마트미디어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강조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역 지...
    Date2020.07.17 Views252
    Read More
  17. 코로나19, 대구에서

    코로나19, 대구에서 ▲ 청도노인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필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약 917만 명(2020년 6월 24 일 기준)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감염 확진자가...
    Date2020.07.16 Views237
    Read More
  18.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지금은 할 수 없는, 여행을 위하여 ▲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필자 9시 15분 피렌체행 기차는 2시간이나 연착됐다.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토스카니에서 지진이 나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넘어 진 김에 쉬어간다.’ 생각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연착 시간이 9...
    Date2020.07.16 Views225
    Read More
  19.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해외 출장 후 자가격리기(記) 코로나를 뚫고 해외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었다. 목적지는 미국. 코로나 공포가 한창이던 5월 초였다. 항상 붐비던 인천공항은 고요했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코로나 19와 무관하다는 검역당국의 확인증 발급. 적막한 분위기 ...
    Date2020.07.16 Views352
    Read More
  20. 일반인의 방송출연

    일반인의 방송출연 나는 어릴 때 퀴즈 프로그램을 즐겨 봤다. 일요일 아침마다 하던 ‘장학퀴즈’, 일요일 오후에는 대학생들이 출연한 ‘퀴즈 아카데미’, 혹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매주 챙겨봤다. 처음에는 어렵다가 나중에는 비슷비슷한 질문이 많아 적...
    Date2020.07.16 Views318
    Read More
  21.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피의자 신상공개 결정의 고뇌와 함의 서울지방경찰청은 3월 24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했다. 4월 16일에는 조주빈의 공범으로 구속된 피의자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성명과 나이가 공개되었다. 얼굴은 다음 날 피의자를 송치할 ...
    Date2020.05.11 Views46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