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기자와 유튜브
올드미디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019년 기준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시장 점유율은 36.7%로 2015년 55.0%보다 20% 가까이 급감했다. 방통위가 시행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선택한 응답 비율이 63%였다. TV를 선택한 32.3%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방송사들도 수년 전부터 메인 뉴스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통시켜 오고 있다. 물론 초기에는 TV 방송에 나갔던 뉴스를 단순 업로드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점차 TV 방영 콘텐츠 외에, 온라인용 오리지널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게 됐다. 엠빅(MBC), 스브스뉴스(SBS), 크랩(KBS)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디어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온라인 내에서 활발하다.
영상기자들은 온라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방송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관심을 돌리면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수요도 늘었다. 방송사 영상기자들 역시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콘텐츠 제작 부서에서 활발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나는 작년 말 보도본부에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디지털뉴스편집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에 유튜브 등의 플랫폼은 미지의 세계로 보였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이 내면에 공존했다.
MBC TV 채널은 뉴스, 예능, 교양, 드라마 등 각 분야의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다. 대형 이슈가 아니라면, 모든 방송 시간을 뉴스로 채우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유튜브 뉴스 채널이라면 24시간 뉴스가 가능하다.
각사 대표 유튜브 뉴스 채널은 발생 이슈를 실시간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MBCNEWS’ 유튜브 채널을 예로 들어보자. ‘MBCNEWS’ 채널에서는 정규 방송되는 TV 뉴스의 재송신 외에 ‘끝까지 LIVE’, ‘RIGHT NOW’와 같은 LIVE 코너를 운영한다. 그날그날 영상은 다양한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재료가 된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현장을 디테일하게 보여준다든지, 물리적 제약으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룰 수도 있다. 정규 뉴스가 가진 시간적 제약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시간대에 뉴스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콘텐츠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용과 형식, 주제를 다루는 방식, 시간 등에 대해 다양한 요구를 하고, 뉴스 제작자들은 그들의 니즈에 대응 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기존 정규방송 뉴스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취재한 영상이 정규 뉴스 시간에만 소비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중의 관심이 쏠린 이슈라면 1분, 아니면 단 몇 초짜리 짧은 영상이라도 정규방송 이전 온라인에 노출하기 위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정규 뉴스방송 시간 이전에 이미 온라인상에는 그 이슈에 관한 수많은 영상들이 개인 유튜브 채널이나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해 유통된다. 대중은 이슈에 관해 웬만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정규방송 뉴스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됐다. 유튜브 속 보도영상은 기존 TV에서 보다 속보성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 이슈가 있을 경우엔 신속성을 위해 유튜브 LIVE만을 위한 인력을 뉴스 현장에 따로 파견하기도 한다. 유튜브의 피드백은 TV보다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방송뿐 아니라 신문, 인터넷 매체 등 언론사들은 동일한 이슈의 영상을 유튜브에 노출하고 있다. 누가 얼마나 빨리 업로드하느냐에 따라 구독자 및 검색을 통한 해당 영상의 조회수와 수익으로 연결된다.
빠르게 송출하는 것 외에 내용이 어떤 것인지, 무슨 워딩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전달해 줘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 있지 않았던 제작자들도 해당 영상을 제대로, 올바르게 쓸 수 있다. 또 내 영상이 유튜브 상에서 어떻게 재가공될 것인지 또는 재가공됐었는지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문득 현장에 갔을 때 큰 도움이 된다. 기존에 TV 방송용으로만 영상을 취재할 때와는 다르게,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변화는 영상기자들에게는 기회다. 텍스트 위주 뉴스에서 영상 위주 뉴스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텍스트로 검색하던 것을 유튜브에서 영상과 오디오로 검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장에서 조금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영상이 멀티 유즈 되도록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고의 대전환도 요구된다.
이종혁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