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전광훈 목사 현상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이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전광훈 목사가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를 독려해 감염병 재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전 국민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의 이름은 2005년 처음 알려졌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흥 설교 도중 ‘여신도가 나를 위해 속옷을 내리면 신자, 그렇지 않으면 아니다’라는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설명 과정에서 예화, 풍자의 의미로 사용했다고는 하나 일반적인 시민의 관점으로 보더라도 부적절한 발언이 틀림없었다.
목사라는 호칭에 걸맞지 않은 그의 발언과 극우적인 행보는 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염려와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극우적 성향을 가진 집단의 사람들에게는 영웅과도 같은 인물로 떠올랐다. 더 나아가 반정부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이끄는 카리스마적 종교 지도자로 추앙받기에 이르렀다. 전 목사의 말 한마디에 내 편이 아니면 모두 빨갱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2019년, 전 목사가 금권선거 논란 등으로 주요 교단들이 모두 탈퇴해 유명무실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대표회장이 되고 나서부터 그의 적극적인 반정부 극우 정치 행보가 시작되었다.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부터 문 대통령은 간첩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고 이후 광화문에서 문 대통령 하야와 퇴진을 주장하는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한기총 이름으로 개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무대가 기독교계를 벗어나 일반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발언 하나하나는 늘 이슈가 되었고 전 목사는 신이라도 난 듯 더욱 과격한 발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론은 이런 전 목사의 입에 주목했고 영상기자들도 그의 말 한마디를 신경 써 담았다 - 자괴감이 드는 일이다. 어쩌면 그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막말을 분별없이 퍼 나른 언론이 전 목사를 극우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준 격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이유다.
취재 현장에서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언론이 객관적 사실에 주목한 것인지 아니면 자극적인 그의 발언에 주목한 것인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전 목사는 보석 140일 만에 8·15 광복절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보석이 취소돼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되었다.
최근 열린 기독교계 주요 교단 총회에서 전 목사에 대한 이단 심의 및 연구를 마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전 목사에 대해 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가에 대해 혹 주류 보수교회 세력들의 정치적 입장이 그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일고 있다.
최내호 / C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