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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보도영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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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1일‘4k 카메라와 UHD프로세싱’을 주제로 진행된 MBC보도영상연구회 세미나에 참가한 MBC 영상기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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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부터 1999년까지 2년 사이 진행된 보도영상연구회 포럼내용을 정리한 제1호 자료집 ‘보도영상’. 97년 대선 당시 이른바‘총풍사건’과 법정취재 허용 논란 등을 담고 있다<사진>.

 

 

 

 

 얼마 전 퇴근길 우편함을 보니 인구주택 총조사 ‘센서스’ 설문지가 가가호호 가지런히 꽂혀 있습니다. 설문지가 지나치게 얇다 싶었는데 펼쳐보니 시대 흐름에 맞춘 QR코드 응답 안내였고, 저녁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예전 같으면 한참이 걸렸을) 설문 응답이 끝났습니다. ‘세상 참 편해졌다’는 끄덕거림이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응답의 간편함과는 별개로, 설문을 할 때마다 꼭 머뭇거리게 되는 어려운 질문 하나가 있습니다.
 

 ‘당신은 현재 어떤 일을 하십니까?
 

 ①회사원 ②전문직 ③자영업 …’
 

 고민의 지점은 ①과 ② 사이입니다. 영상기자를 회사원이라 하자니 뭔가 월급쟁이 샐러리맨 같은 느낌이 맘에 안 들고, 전문직이라 하자니 무엇에 대해 ‘전문’인지 스스로도 좀 애매합니다. 누군가는 ‘촬영’ 전문가를, 또 누군가는 ‘뉴스’ 전문가를 자처하겠지만, 분명한 점은 의료 전문가인 의사나,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처럼 딱 떨어지는 전문 영역과의 매칭이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면 다행인데, 좀 더 나아가 ‘내가 과연 전문적인가’하는 자책까지 이어지면 그야말로 난감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언론 고시(?)까지 통과했으면 그럭저럭 전문가 아닐까’ 하는 소심한 합리화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응답란이 채워지곤 합니다.
 

 서설이 쓸데없이 길었는데, MBC에는 바로 이러한 고민에 답이 될 것 같은 영상기자 소모임이 있어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할까 합니다. 좀 거창한 이름의 ‘보도영상연구회’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영상기자를 자리매김하기 위한 MBC 영상기자들의 고민과 연구가 녹아 있는 공간입니다.
 

 영상기자 연구모임의 시작은 세기를 앞서 1990년대 후반부터였습니다. 각종 사건·사고와 정치 공방들로 말 그대로 다이나믹 코리아였던 당시, 그 바쁜 와중에도 영상기자 직종의 가치와 비전을 탄탄히 하려는 선배 영상기자들의 갈증이 있었고, 그렇게 ‘문화방송 보도영상연구회’가 만들어졌습니다. 10여 명의 영상기자들이 주축이 되어 각종 보도 현안과 영상 이슈들을 연구회 테이블에 올렸고, 현업에 소비되어가는 와중에도 영상 조직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 위한 연구회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자발적 연구모임이라는 태생적 한계 탓에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은 기대할 수 없었지만, 영상기자회를 통한 다양한 지원과 배려가 이어졌고, 영상취재부서 차원의 도움도 많았습니다. 우리 일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강사료를 자체 지급해가면서까지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를 진행했고, 이는 대외적으로도 ‘공부하는 영상기자’ 인식을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우리가 다뤘던 주제는 실로 광범위해, 영상문법의 ABC부터 종군 취재 노하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고,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다가도 컬러리스트로부터 색보정 프로그램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업무를 마친 늦은 저녁이 힘들 법도 하지만,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에도 참석자들은 열정적이고 강의는 알찼습니다. 언론학자와 영화감독, 카메라 엔지니어 등 다양한 패널이 자리에 힘을 보탰고, 깊었던 고민들은 책으로도 발간되어 지식을 전파했습니다. 뉴스를 직접 제작하는 영상기자들의 모임이다 보니, 참여했던 외부 전문가들에게는 현업자 집단의 귀중한 피드백을 얻어가는 창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단단하게 다져진 보도영상연구회는, TV 화면 크기가 두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회사 사정에 따라 부침이 있었던 모임 진행도, 이제 분기별 격월 모임으로 자리 잡았고, 2018년 이후엔 회사 인재 개발부가 진행하는 융합 업무 프로젝트 ‘크로스 이슈(Cross Issue)’ 스터디 그룹에 선발되어, 영상기자 조직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연구모임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발자취 못지않게, 앞으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주지하다시피 뉴스 보도에서 언론 종사자의 영역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시민기자와 유튜브 저널리즘은 영상보도의 영역에도 예외가 아닙니다.3 이제 영상기자들은 더더욱 우리의 ‘전문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ENG가 권력이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만큼이나 까마득해, 이젠 호랑이도 전자담배를 지나 금연에 성공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블랙박스와 CCTV가 우리의 주요 경쟁 상대이고,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가 점점 드러나는 이 시대에, 보도영상연구회는 영상기자들에게 붙은 전문가 칭호가 여전히 어색하지 않도록 다양한 고민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다가오는 4K 시대를 준비하는 한편, 해외의 뉴스 트렌드도 놓치지 않고 훑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 최소한 기레기 소리는 듣지 않게끔 취재 윤리를 살피고 시민들에게 눈을 맞추는 훈련도 이 공간에서 진행하기 좋은 주제입니다. 쓰다보니 참 거창한 내용이 많지만, 한편으론 이런 고민을 함께 할 사람들과 모임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연구회에서 진행한 몇 차례 포럼의 내용을 정리해 발간한(99년) 자료집 ‘보도영상’ 1호의 서문은 이렇게 끝맺음되어 있습니다.
 

 ‘비록 어눌하고 서툰 첫걸음이지만, 우리가 내딛는 이 한 걸음 한 걸음이 보다 공정하고 진실된 보도영상, 시청자가 공감하는 보도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한 힘찬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자찬일 수 있지만, 지난 20년간 보도영상연구회의 족적은, 이 첫걸음의 방향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됩니다. 당시 천명한 ‘진실’과 ‘공정’, ‘공감’의 세 키워드는 앞으로의 20년에도 여전히 중요한 영상기자들의 소명이자 가치입니다. 이런 고민들이 오늘날 영상기자를 전문가 집단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설문 응답에 망설일 필요가 없게끔, MBC 보도영상연구회는 영상기자들의 지식 곳간을 열심히 채워가겠습니다.

 


 

박주일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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