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바꾼 2020년 취재현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취재현장 보도 윤리·취재 방식도 변화
▲지난 12월 21일 가족 새해 소망을 듣기 위해 방송사 취재진이 마이크 연장봉을 이용해 마스크 쓴 시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종로 경찰서 앞에서 8.15비대위가 한글날 집회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취재진들은 전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올해의 화두는 단연 코로나19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취재현장도 바뀌었다. 보도 윤리, 취재 방식도 올해만큼 전환적으로 바뀐 것은 처음인 듯하다.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SD 방식에서 HD 방식으로 넘어간 시절만큼, 혹은 그 이상의 변화가 취재현장에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편해진(?) 대면 인터뷰
업무 중 가장 힘든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시민 인터뷰를 꼽는다. 수많은 거절과 무시 속에서 겨우 겨우 따는 말 한마디. 그마저도 기사 방향과 맞지 않거나 인터뷰를 쓰기 힘들 정도로 대답해 주면 다시 해야 한다. ‘말은 해주는데 얼굴은 나가기 싫다’, 인터뷰다 했는데 ‘이거 얼굴 나가는 거면 하기 싫다’,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연락와서 ‘인터뷰 안 내보냈으면 좋겠다.’등 정말 다양하다.
그런데 마스크가 이러한 어려움을 바꾸어 놓았다. 물론 여전히 시민 인터뷰는 힘들다. 특히 정치적 이슈가 들어가면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는 요즘 인터뷰 거절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마스크 속 숨겨진 모습에 좀 더 편하게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예전이면 뒷모습으로 인터뷰 하던 것도 마스크를 쓰니 대면으로 인터뷰를 하는 비중이 훨씬 늘었다. 비대면을 지향하는 요즈음 여전히 대면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때로는 부담스럽지만 예전보다 수월해진 점도 생긴 것이다.
모든 것들이 자료화면
마스크가 일상이 되면서 찾아온 또 다른 변화는 기존의 자료화면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벚꽃이 피거나 비가 오면 늘 찍는 일상적인 거리 스케치가 있지만 실제 뉴스에서는 이전에 찍어 놨던 자료화면들도 상당수 많이 쓴다. 하지만 2019년까지 자료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자료화면을 쓰면 <자료화면>이라고 명시를 하지만 뜬금없이 마스크 없는 거리가 나가면 누가봐도 자료화면인 어색한 상황. 이제는 새로운 자료하면 업데이트가 필수가 되었다.
기본적인 건물 외 경조 차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썼다면 예전 자료임이 티가 나서 간단한 인터뷰를 가더라도 자연스럽게 자료화면을 남기는 게 습관처럼 변해가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날씨 스케치나 수해 복구 현장조차도 평소 뉴스에 들어갈 분량보다 많이 남기면서 새로운 자료화면 구축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태려 하고 있다.
일하다 보면 자신의 얼굴이 나가는 게 싫어서 촬영하고 있는가, 묻고는 지워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제 그런 일은 거의 없지만 반대로 마스크를 안 쓰고 지나가는데 찍었냐고 묻는 경우는 더러 있다. 실제로 한 선배는 추석 때 라이브를 하는데 지나가던 한 시민이 본인이 마스크를 안 쓰고 지나갔는데 방송하면 어떻게 하냐면서 항의하는 바람에 나중에 인터넷 기사는 모자이크 한 영상으로 교체했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무엇보다 마스크 때문에 뷰 파인더에 습기 차는 걸 그만 경험하고 싶다. 카메라를 메고 팔로우하다가 습기라도 차면 때로 닦지도 못한 채 순전히 감으로 찍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날이 추워지면서 이런 상황은 더더욱 자주 발생한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일하는 그날이 오길 소망하게 된다.
김용우/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