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7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수중촬영업그레이드 교육.jpg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가 있었다면 무거운 표정과는 다르게 정신없이 돌려대는 꼬리를 아내에게 들켰을 것이다.
 월요일 늦은 오후, 제주공항에 교육생들이 모였다. 뉴스 현장에서만 봐왔던 선후배들을 제주에서 교육생 신분으로 만나니 반가웠다. 차를 타고 서귀포 쪽 다이빙샵으로 이동해서 장비 지급을 받고 이번 '언더워터 비디오그래퍼 스페셜티' 강사직을 맡으신 MBC 구본원 선배의 가벼운 오리엔테이션으로 첫날을 마쳤다.
 둘째 날,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며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했다. 2013년도에 'PADI 어드밴스드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로 펀다이빙을 가끔씩 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3년 전 신혼여행 때 다이빙한 게 마지막이었다. 항상 동남아에서 현지인이 장비 세팅해 놓고 입혀주고 심지어 오리발까지 신겨주는 이른바 '황제 다이빙'만 했었는데 전부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국내 다이빙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내 노쇠한 체력이 견뎌줄까? 몸이 중성부력을 기억하고 있을까? 팀원에게 민폐만 끼치는 건 아닐까? 너무 춥진 않을까? 등 오만 가지 걱정이 들었다.
보목포구에 도착하니 거친 파도가 반갑게 맞아줬다. 장비 세팅은 옆 교육생을 커닝하면서 완료한 후 보트를 타고 다이빙 포인트 '섶섬 작은 한개창'으로 이동했다. 파도가 심하게 쳐서 입수하자마자 '물고기 밥'을 주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뱃멀미가 났다. 바짝 긴장한 채로 첫 다이빙을 했는데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시야도 기대 이상이었다. 다행히 몸도 중성부력을 조금은 기억하고 있어서 적당히 헤맸다.
 첫 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보트의 리프트에 올라탔다. 리프트가 없었다면 보트에 낑낑거리며 탔을 텐데 가히 신세계였다. 공기통 교체를 위해 귀항하는데 풍랑주의보가 1시간 뒤쯤 발효된다는 비보를 받았다. 고민하던 강사님들은 짧은 휴식시간 후 바로 두 번째 다이빙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포구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공기통을 교체하고 다시 보트에 탑승했다. 한 번의 다이빙으로 하루를 끝낼 뻔했지만 베테랑 강사님들 덕분에 두 번째 다이빙까지 무사히 마치고 다이빙샵으로 이동해서 이론교육을 받고 일과를 마무리했다. 다이빙 첫 날부터 강행군으로 배우니 정신은 없었지만 그만큼 빠르게 적응했다.
 셋째 날까지도 풍랑주의보 해제가 되질 않아서 결국 운진항 방파제에서 장비를 메고 걸어서 들어가는 비치 다이빙 2회를 타 과정 교육생들과 함께 했다. 어제보다 바닷속 시야는 안 좋고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서 체력은 바닥났지만 다이빙을 끝내고 먹는 도시락은 꿀맛 같았다.
 마지막 날은 다행히 풍랑주의보가 해제돼서 수면은 잔잔했다. 첫 다이빙 포인트였던 '섶섬 작은 한개창'과 '섶섬 앞 인공어초'에서 3회 보트 다이빙을 했다. 구본원 선배가 각자 컨셉을 잡고 그림을 담아오라는 미션을 주었다.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물 속에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수중 카메라 장비를 들고 조명 세팅까지 신경 쓰다 보면 어느새 중성부력을 잃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일쑤였다. 우여곡절 끝에 수중 그림을 담고 다이빙샵에서 교육생들과 돌아가며 그림 원본을 시청하며 구본원 선배한테 크리틱을 받는데 마치 수습 때 선배 앞에서 원본 검사를 받는 것처럼 부끄러웠지만 선배의 오랜 경험이 담긴 고급 스킬을 듣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복귀하는 날이 되어서야 날씨가 화창하게 개어서 아쉬웠지만 훗날을 기약하고 서울로 향했다. 다음 수중촬영 교육 때는 더 많은 영상기자 선후배들이 참석하여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를 바란다.

변성중 / MBN

  1. [뉴스VIEW] ‘공공기록’으로서 보도영상의 가치, 영상기자가 끌어올려야 할 때

    [뉴스VIEW] ‘공공기록’으로서 보도영상의 가치, 영상기자가 끌어올려야 할 때 최근 방송·영상 산업 분야 안팎에서 ‘아카이브(우리말로는 ’기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자사 영상자료를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편집하여 이른바 ‘회...
    Date2022.08.31 Views583
    Read More
  2. [뉴스VIEW] 역사적 상상력의 원재료, 5.18 보도영상의 가치

    [뉴스VIEW] 역사적 상상력의 원재료, 5.18 보도영상의 가치 5.18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갇혀 있던 진실’을 알리려는 광주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이 타 지역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
    Date2022.07.01 Views400
    Read More
  3. [뉴스VIEW]사회적 분노와 불신, 피해자 고통을 키우는 위험한 범죄자 보도

    사회적 분노와 불신, 피해자 고통을 키우는 위험한 범죄자 보도 범죄자의 서사를 강화시키는 언론의 위험한 보도경쟁 사건보도는 뉴스의 특성상 다른 뉴스에 비해 흥미성을 갖추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명확한 서사구조와 원초적인 정서를 자극하...
    Date2022.03.08 Views415
    Read More
  4. [뉴스VIEW]노동이 사라진 대선, 영상이 사라진 방송 뉴스

    뉴스VIEW 노동이 사라진 대선, 영상이 사라진 방송 뉴스 노동이 사라진 대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노동’은 대선에서만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언론에서도 ‘노동’은 사라졌습니다. 얼마 전 당선이 유력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의 ‘최저임금제’, ‘주52...
    Date2022.01.06 Views409
    Read More
  5. [국제뉴스IN]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국제뉴스IN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러시아 군대 서방은 무엇을 우려하는가? 지난 11월 21일 우크라이나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약 9만 2천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접경에 집결시겼다.”고 발표했다. 미 정보당국 보고서는...
    Date2022.01.06 Views325
    Read More
  6.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심사 후기 - '응답의 책임감’(answerability)

    힌츠페터 국제 보도상 심사 후기 '응답의 책임감’(answerability) ▲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부문 수상작 ‘필사의 여정1, 2’화면 갈무리 ‘영상 저널리즘’의 근본적인 힘은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현장에 없는 수용자들을 그 사건의 목격자(witness)로 만드는 ...
    Date2021.11.17 Views439
    Read More
  7.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취재현장의 유튜버, 취재의 자유와 방해의 경계에서… ▲ 유튜버들의 취재 방해를 다룬 MBC 온라인 채널 〈엎어컷〉 화면 갈무리 지난 8월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서울 구치소에서 석방됐다. 당일 이른 아침부터 검찰 기자단을 비롯한 각 사의 현장 취재진이 이재...
    Date2021.11.17 Views492
    Read More
  8.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제주 수중촬영 교육을 마치며… 생후 22개월 딸내미의 오열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 사랑하는 처자식을 두고 제주도로 4박 5일간의 수중촬영 교육을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가벼운 발걸음은 들키고 싶지 않았다. 만약 꼬리...
    Date2021.11.17 Views478
    Read More
  9.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공공의 이익과 보도과정에서의 중과실 언론의 취재관행 여전히 ‘소수정예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 매일같이 사건현장을 취재하는 기자가 판단해야할 상황변수는 많다 이를 하나의 윤리규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기자는 오랜 취재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
    Date2021.09.24 Views381
    Read More
  10.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20년, 다시 탈레반의 시대로… 2001년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되었던 오사마 빈 라덴 체포협조를 탈레반정권(오마르)이 거부하면서 시작된 아프간 전쟁. AP통신 서울지국 TV기자로 근무하던 필자는 각 대륙에서 1명씩 총3명이 한조가 되어 한...
    Date2021.09.24 Views350
    Read More
  11. 한국영상기자협회 입회에 즈음하여…

    한국영상기자협회 입회에 즈음하여… “‘제3의 눈’으로 한국 사회 발전 보도…협회 회원들과 유대 깊어지길” 우선 저희 외신기자단을 회원으로 받아 주신 전국의 모든 회원님들에게 감사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에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외신영상기자...
    Date2021.09.24 Views431
    Read More
  12.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2021년,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6월 8일자 <중도일보>에 “질문과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승선 교수의 칼럼을 본보가 전재를 청하였습니다. 원문의 일부를 가져오되, 필자가 이후 몇 차례 강의를 더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추가하여 싣습니다. [편...
    Date2021.07.06 Views359
    Read More
  13.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풍요시대, 필요한 건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스마트미디어의 등장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미디어산업의 전반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모바일로 대표되는 스마트미디어는 기술적으로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없애주었고, 미디어 이...
    Date2021.07.06 Views478
    Read More
  14. [릴레이 기고 - 협회에 바란다①] 내 삶과 가까운 협회, 내편이 되어주는 협회

    내 삶과 가까운 협회, 내편이 되어주는 협회 협회장에 취임한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협회업무 인수인계, 새로운 사업들의 준비, 협회사업과 연관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두 달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협회장 출마를 마음먹었을 때, 전국...
    Date2021.05.06 Views428
    Read More
  15.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영상기자상>, 첫 심사를 마치고…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지역심사 위원으로 기자상심사 참가 3월 중순, 4년 동안의 부산지부장 역할을 마치고 현업에 열중하던 중 새롭게 협회장에 취임한 나준영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 해부터 이달의 영상기자상 ...
    Date2021.05.06 Views339
    Read More
  16. 세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 세상에 없던 상의 탄생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의 의미

    세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 세상에 없던 상의 탄생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제정의 의미 힌츠페터가 80년 5월 우리에게 보여준 것 - 한 사람의 올바른 감시자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한국인에게 1980년 5월은 독재 권력이 국가의 이름으로 시민의 생명과 인...
    Date2021.05.06 Views411
    Read More
  17.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힌츠페터 어워즈, 히어로 메이커 2.0 ▲ 3월 5일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조직위원들은 라이펜슈튤 독일대사를 만나, 이 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5.18이 다가온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야기하려면 광주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고, 광주의 5.18을 이야기 ...
    Date2021.05.06 Views298
    Read More
  18. 영상 기자와 보건소 직원 부부의 1년간의 사투 (feat. 코로나19)

    영상 기자와 보건소 직원 부부의 1년간의 사투 (feat. 코로나19) ▲ MBC배완호 기자 가족사진 여행의 준비는 늘 즐거웠다.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여행 블로그를 탐험하는 내 눈동자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선명히 맺혀있었다. 항공기 예약을 끝으로, 나의 할 ...
    Date2021.05.06 Views368
    Read More
  19. [취임사]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영상기자 100년을 위해 함께 합시다!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이 · 취임식에서 제27대 나준영 회장이 제26대 한원상 회장으로부터 협회기를 전달받고 있다. 영상기자 역사 60년의 해에 영상기자 100년을 향하여 1961년 12월, 대한민국에 오늘을 영상으로 ...
    Date2021.03.11 Views394
    Read More
  20. [이임사] 회장 임무를 마치면서

    회장 임무를 마치면서 2017년 1월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임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 2개월이 흘렀습니다. 돌이켜보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협회의 재정 상태가 적자이고 여건과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기가 시작되어 어려움도 적잖았습...
    Date2021.03.11 Views703
    Read More
  21.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가슴이 뛰는 일, 한국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2019년 6월 12일 정부 중앙 청사를 급습하려는 시위대와 대치 중인 홍콩 경찰(사진=필자) ▲지난 2019년 7월 1일, 매년 열리는 홍콩 반환 22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이 범죄인 인도법 반...
    Date2021.03.10 Views58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