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방송보도는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그러했으며 뉴스전문 채널 YTN은 지금도 투쟁중이다. MBC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조치로 영상조직이 해체되는 시련을 겪었고 조직이 회복되기까지 5여 년이 걸렸다.
해체의 고난과 복원의 노력을 거쳤던 힘든 시간은 보도 영상조직과 방송저널리즘의 공정성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의 CCJ(Committee of Concerned Journalist)가 정리한 저널리즘의 9가지 원칙이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진실추구와 시민에게 충실, 검증, 취재대상으로부터 독립, 권력의 감시자, 공개 토론장 제공, 중요한 이슈에 대한 전달, 포괄적이고 균형 있는 뉴스, 자신의 양심에 따르는 것이다.
방송저널리즘의 경우는 여기에 공적 영역으로서의 방송의 규범인 ‘공익성’,‘다양성’, 등을 반영하여 포괄적으로 표현한 <공정성>의 가치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방송의 <공정보도>는 매체의 특성상 그 자체가 하나의 개별 프로그램이나 뉴스 콘텐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광의의 개념에서 보면 콘텐츠를 기획하고 취재와 구성, 생산, 전달하는 과정을 통칭하는 뉴스제작 과정의 공정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도영상에서 <공정성>을 준수한다는 것은 생산된 뉴스콘텐츠의 의미적 공정성뿐 만 아니라 뉴스 제작과정 전반에 걸쳐 보도영상의 저널리즘의 가치가 구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보도영상은 그 특성상 현장에서 영상취재의 객관적 사실을 기록함에 있어서의 의도의 공정성, 기술적 공정성, 행위의 공정성, 그리고 그것이 영상편집을 거치는 과정의 구성적 공정성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면을 고려할 때 현장의 영상기자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공정보도 침해행위는 영상취재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편파, 왜곡된 영상에 대한 요구이다. 즉, 부서장이나 취재기자로부터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특정의도에 따른 과장, 축소된 현장의 영상을 요구받는다면 이것은 <공정성>의 침해이다. 영상편집과정에서도 2차적인 보도영상에 대한 공정성 침해행위가 자행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선택과 배제된 영상을 편파적으로 구성하여 뉴스의 영상메시지를 왜곡시키는 행위가 벌어진다면 보도영상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만일 보도영상조직이 독립되어 있지 않거나,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 보도영상의 공정성을 지키기는 어렵다.
MBC의 경우 조직해체이후 영상기자들이 취재부서에 배속되어 취재부서장의 지시를 직접 받아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부당한 현장 취재 지시가 빈번하게 자행되었다. 특히 세월호 사건이나 촛불집회같이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왜곡과 편파에 대한 요구가 매우 심했다.
보도영상조직이 해체되거나 종속되면 영상기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상실되고 뉴스생산의 기본조건인 뉴스의 제작시스템이 파괴된다. 사회 불의를 끈기 있게 추적하거나 긴박한 사건사고의 현장에 가장 빨리 달려가는 것이 취재기자와 영상기자가 함께하는 뉴스의 현장이다. 현장에서 취재된 사실(Fact)과 수집된 영상 (Video)에 의미를 부여하여 재구성하는 것이 방송뉴스 생산과정이다. 그런데 현장취재의 한 축인 보도영상조직이 붕괴되면 뉴스 제작 시스템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방송뉴스는 일반 방송프로그램과는 달리 속보적인 속성이 강하다. 당일 일어난 사건을 신속하게 취재하여 의미를 규정하고 현장의 영상과 함께 생동감 있게 재구성하는 것은 고도의 복잡성과 숙련성을 요구한다. 더욱이 뉴스라는 ‘공공재’의 특성상의 과정에 엄밀한 ‘사실 확인’과 엄격한 ‘윤리적 규범’을 준수해야한다. 따라서 제한된 시공간 속에서 뉴스의 신속성, 정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뉴스제작 과정의 분업과 협업이라는 효율화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보도영상조직의 붕괴는 취재, 영상, 편집의 전문가 집단이 일사분란하게 각자의 역할을 책임지고 협업하여 뉴스를 생산해내는 기본적인 뉴스제작기능을 불구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영상기자가 자기의 업무에 책임을 지고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열외 시켜 버리는 것이다.
보도영상조직의 붕괴는 뉴스생산시스템의 붕괴뿐만 아니라 뉴스 생산자가 지켜야할 가장 소중한 규범인 저널리즘의 가치 역시 붕괴시킨다. 뉴스조직은 다른 기업조직과 달리 구성원들이 일반 노동자가 아닌 특별한 지위를 가진 기자들이다. 기자들이 갖는 특수성은 그들이 개별적으로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생산해 내는 뉴스가 일반 공산품이 아닌 뉴스라는 특수한 ‘공익적 의미구성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은 외부의 압력과 내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또 윤리적, 기술적으로 ‘저널리즘’ 이라는 뉴스 생산과정의 규범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으며 자신이 생산한 뉴스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뉴스조직 역시 그 사회의 부분이므로 그 생산과정이 사회와 경제적 속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뉴스생산과정에는 생산의 효율성을 위해 통제하고자 하는 관리자와 독립성과 자율성을 주장하는 현장 기자들 간에 긴장과 갈등이 상존한다. 뉴스의 생산과정은 양자 간의 갈등과 협력 타협을 거치면서 수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보도영상은 매우 중요하다. 방송뉴스의 특성상 ‘시각적 이미지’의 ‘의미화 과정’은 중요한 저널리즘의 생산과정이고 이 역시 치열한 갈등과 긴장을 통해 완성되는 저널리즘의 활동이다. 보도영상은 그 자체로 사실과 왜곡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보도영상조직의 해체는 단순히 기능적 파괴일 뿐만 아니라 보도영상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기술적 저널리즘의 역할을 배제시켜버린 것이다. 이는 보도의 공정성, 객관성, 사실성, 공익성 등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렇듯 보도 영상조직의 붕괴는 ‘뉴스생산 시스템의 붕괴’,‘영상 저널리즘가치의 파괴’, ‘방송뉴스의 공정성 몰락’의 연쇄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방송보도의 공정성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뉴스 생산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보도 영상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필요하다. 또한 미디어 기술의 혁명적 발달로 인해 영상취재와 편집은 방송뉴스 제작과정 전체를 통합하는 핵심허브의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상취재와 편집의 융합과 일원화가 가능한 통합된 보도영상조직이어야 한다. 다양한 영상취재와 편집에 첨단 장비와 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시기에 보도영상의 전문가로서 자리매김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기자가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질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관리시스템의 영상조직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공정한 뉴스를 만들기 위해 취재기자들과 건강하게 협력하는 뉴스제작의 협업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서로가 자신의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보도영상부문은 공정방송의 초석을 다시 세우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잃어버린 방송보도 10년의 암흑기를 극복하고 뉴스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 우리 영상기자들은 좋은 뉴스 제대로 된 뉴스조직을 만들어야할 의무와 사명이 있다. 책임지는 보도영상조직 재건을 통해 방송 뉴스정상화와 공정보도 강화에 응답할 때이다.
최경순 /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