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3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그리고 보는 것과 언어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지적으로 성장한다. 이렇듯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형상과 언어라는 개념을 매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시각의 작용은 곧 인식의 작용과 직결된다.

  이와 같은 시각에 의한 언어 인식의 역사는 개인적 경험을 넘어 인류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먼저 사용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구석기 사람들은 소와 말을 그리면서 사냥의 성공과 안녕을 기원했다. 이후 상형이나 설형 등의 문자가 생기자 이미지의 자리를 문자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플라톤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경멸하기까지 했다. 그에게 이미지란 인간을 둘러싼 실재 환경에 대한 인식의 표상에 불과했다. 그가 추구하는 이데아(Idea)란 진리의 세계에 비해 이미지는 실재 세상에서도 왜곡된 결과물일 뿐이었다. 
 
이후 서양의 전통은 문자와 발음을 포괄한 텍스트가 사진과 영상을 동반한 이미지보다 더 우수한 기호로 인식돼 왔다. 생각을 지성(Intelligence)와 직관(Intuition)으로 나누고 텍스트는 지성과 이미지는 직관과 관련된 기호로 구분하려 했던 편향성은 많은 철학자들의 시도에서 볼 수 있었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Hegel, 1770-1831)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의 생각을 가장 높고 가장 진실한 존재로 만드는 것은 언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미술과 같은 이미지와 관련된 영역은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됐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인쇄물은 유통의 세계화를 가속화시켰고 이미지는 설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최근 디지털 혁명은 이 모든 걸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정보는 간단한 디지털 이미지로 유통된다. 아이들은 책 대신 컴퓨터 화상 강의로 공부한다. 글은 더 이상 읽히지 않는다. SNS 이모티콘 등은 이미지가 얼마나 문자를 대신하고 있는 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생각할 점이 있다. 이런 미디어의 범람과 이미지의 폭발로 대표되는 영상시대의 재림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에 대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접하는 TV, 영화, 게임 영상들은 어떤가? 영상은 본연의 언어적 기능을 상실한 채 우리에게 선정적, 폭력적 메시지를 계속 주입한고 있는 것 같다. 영화는 핏빛으로 얼룩져있고 TV는 상업적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게임은 또 어떤가? 이렇듯 우리는 영상의 폐해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이를 영상 폭력이나 오염으로도 부를 수 있을 정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영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집단최면에 걸린 것처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철학자 질베르 뒤랑은 이런 저급 영상에 무감각해진 현대인을 가리며 ‘죽은 눈’이라고 표현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이유는 누구도 영상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작금의 실정에 있다. 사실 영상을 교육할 전문인도 없다. 영상을 단순히 찍고 편집하는 대상이 아닌 표현과 이해의 미디어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교육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영상을 진정한 창조적 상상력과 건강한 언어적 기능의 수단으로 양성화 할 수 있는 길이다.  

사실 지금껏 영상교육이 없었던 건 아니다. 초기의 영상교육은 미디어로부터 보호를 목적으로  청소년을 떼어 놓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 1970년대 TV의 출현과 함께 영국에서 시작된 최초의 영상교육은 교육의 주요 내용이 ‘매스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력 특히 문화, 도덕, 사상적 악영향에만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보호주의론(Protectionism)’의 범위에서만 다뤄졌다. 결국 이런 영상교육의 방향 설정은 영상교육을 TV라는 일방향적 매체를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청소년의 수동적 대응만 강조한 교육이란 한계 상황을 맞았다. 

  21세기를 넘긴 현재의 영상은 예전의 TV같은 ‘올드 미디어’의 모습이 아닐뿐더러,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온갖 종류의 뉴미디어와 공존하는 복잡한 환경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영상을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상을 감상과 비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수동적 수용자의 입장을 벗어나, 영상 자체를 활용해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삼는 적극적 사용자의 관점에서 영상교육을 보다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의 영상교육은 청소년들이 영상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신들의 큰 잠재력을 발견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일의 미디어학자 디터 바아케(D.Baacke)에 의하면 미디어 능력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이용하며, 혁신적, 창의적으로 구성 제작할 수 있는 주체적 능력을 말한다. 바로 이 미디어 능력을 독자적으로 개발, 발현시키는 교육이 미디어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디어가 ‘자아 정체성’을 위한 교육의 대상이자 목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영상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을 권유한다. 

이는 영상시대에 이미지를 어떻게 읽고 표현하는 가를 가르치는 영상 문해 교육이다. 영상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 의식과 심미적 능력까지 변화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즉 영상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란 시각적인 표현 언어가 갖는 상징체계와 구조를 분석해냄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영상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고 표현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열린 교육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교육이 새싹을 터드렸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 방송 일선에 선 기자들이나 방송인을 길러내는 대학에서도 이런 관점의 교육을 염두에 두고 방송제작과 교육과정 재편과 같은 노력을 한다면 영상은 훌륭하고 건강한 미디어의 수단으로 각광 받을 것이다. 



정경열 교수 사진.jpeg
정경열 교수/영산대학교 방송콘텐츠학과

  1.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류는 자신의 표현수단으로 이미지와 문자를 사용해 왔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다’. 그리고 보는 것과 언어를 연결시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지적으로 성장한다. 이렇듯 우리의 시각은 사물의 형상과 언어라는 개념을 매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
    Date2018.07.04 Views833
    Read More
  2.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줌인> 이미지와 권력 Image and Power 유사 이래 이미지와 권력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미지에 재현된 인물의 크기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달라졌고, 서양 중세와 르네상스 역시 아우라나, 구도, 혹은 원근법 등을 통해 이미지의 중...
    Date2018.04.27 Views945
    Read More
  3.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공정보도와 보도영상조직의 역할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의 방송보도는 암흑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그러했으며 뉴스전문 채널 YTN은 지금도 투쟁중이다. MBC는 파업 참여에 대한 보복조치로 영상조직이 해체되는 시련을 겪었고 조직이...
    Date2018.04.27 Views758
    Read More
  4.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조용필 평양공연 제작기 3> 그들은 왜 조용필을 불렀나  기립박수 공연시간이 30분 전으로 다가왔다. 무대 뒤 대기 석에서는 최종점검 회의가 열렸다. 수많은 무대에 선 조용필이지만 오늘만은 긴장된 모습이었다. 다 시 한번 순서를 확인하고 가볍게 몸을 ...
    Date2018.04.27 Views1380
    Read More
  5.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시상식’ 축사

    존경하는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 귀한 자리의 주인공이신 제31회 한국방송카메라기자상 수상자 여러분께도 천만 서울시민과 함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
    Date2018.04.05 Views594
    Read More
  6.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조용필 평양공연 지켜지지 않은 합의서 1달러짜리 커피의 맛 2005년 8월 18일 오후 2시 55분, ‘조용필공연’ 선발대 69명이 드디어 평양 땅을 밟았다. 평양 순안비행장에는 이미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선발대는 서둘러 숙고인 고려호텔로 달...
    Date2018.04.05 Views663
    Read More
  7. 특별기고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한반도 주변 불안정과 달러 위기의 연관성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국제정세 불안정의 이면에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기와 연관성이 깊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미국의 달러 패권을 둘러싼...
    Date2018.03.15 Views766
    Read More
  8. 다가오는 '본격' 지방자치시대 지역방송사,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실제로 정부내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 법과 제도를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의 의존도를 낮추고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Date2018.01.10 Views722
    Read More
  9. 방송환경의 변화에 영상기자들의 변화

    방송사 입사하기 전에 방송사 취업을 준비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대학에서는 방송과 다른 학과를 전공했고 주위에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입사준비를 하긴 쉽지 않았다. 당시 입사 시험에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서 그나마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Date2018.01.10 Views795
    Read More
  10. 일곱 번의 연기 끝에 성사된 '조용필 평양공연'

    “조용필 선생을 불러주시오!” 무더위가 한창이던 2004년 7월 16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 연수 중 이었던 나는 베이징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김 참사의 전화였다. 그가 힘이 센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왕(歌王) 조용필을 불러 달라니, 일단 ...
    Date2018.01.10 Views1522
    Read More
  11. 국제정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舊한말 조선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강대국 틈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21세기 현재에도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환경에 처해 있다....
    Date2018.01.10 Views84757
    Read More
  12. 故 MBC 김경철 기자 10주기 추모글

    내 동기 경철아. 10년이 지났구나. 짧지 않은 시간인데 지금도 011-1710-1916으로 전화하면 네가 웃으며 받을 것 같다. 2007년 12월1일 새벽3시 무렵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데스크 벨소리는 늘 요란한 음악으로 지정해두어 몇 번 울리지 않아...
    Date2018.01.10 Views752
    Read More
  13. 특별기고-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위해

    ‘한국형 모델’을 제시한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KBS, MBC 공영방송의 몰락은 결국 구성원들을 2017년 9월 또다시 파업으로 몰아갔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특별다수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이것 역시 새로...
    Date2017.11.04 Views710
    Read More
  14. 한국 미디어가 주시해야 하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상황에 묻혀 한국 미디어가 의외로 무관심한 분야가 미국‧중국‧러시아‧이란‧카타르‧베네수엘라 등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리 없는 세계통화전쟁’이다. 통화전쟁은 실제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 아니기 ...
    Date2017.11.04 Views663
    Read More
  15. 북한 개성 방문기

    개성9첩반상을 다시 받고 싶다.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할 때는 개성 송악산을 볼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목동 SBS 본사 15층에서 북서쪽 지평선 위로 자세히 보면 송악산이 나타난다. 해발 488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그 사이 높은 장애물이 없고, 목동에서 직...
    Date2017.11.04 Views922
    Read More
  16. 필사는 창작의 왕도

    필사로 당대 최고 시인이 된 다산의 제자 황상 좋은 글을 베껴 써서 익히고 마음에 담는다는 ‘필사’의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점에서는 필사책을 모아 놓은 특별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고,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필사’라는 단어를 넣어 보면 수백 권...
    Date2017.11.04 Views680
    Read More
  17. 수중 촬영에서 피사체를 쉽게 찍을 수 없을까

    안녕하세요~ 스쿠버라이프 김원국 강사입니다. 아! 여기서는 영화사 숨비 촬영감독 김원국입니다.~^^ 이번에 한국방송 카메라기자협회 TV뉴스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저 또한 좀 더 많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TV뉴스를 이끌어가는 여러분들과 함께 ...
    Date2017.11.04 Views606
    Read More
  18.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아시아·태평양전쟁에 있어서 원자폭탄의 정치·군사적 함의 오는 8월 15일은 72번째 맞이하는 광복절이다. 최근 북한의 핵무기 실험과 미사일 발사 문제로 동북아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핵무기 문제는 매우 난감한 정치·군사적 사안이기 때문에 아시아...
    Date2017.08.30 Views665
    Read More
  19.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의 구체적인 제도화가 필요하다 드론과 관련된 법규와 제도는 자동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던 19세기 당시 영국의 시가지에는 마차가 즐비했는데, 이들과의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동차에는 3명의 운전수를 태우고 이 중 한...
    Date2017.08.30 Views640
    Read More
  20.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일 합의의 문제점과 해결의 길 지난 5월 18일 일본에서 문희상 대통령 특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도 국가 간의 합의인 만큼 미래지향을 위해서 양국...
    Date2017.07.21 Views1027
    Read More
  21.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가짜 단독’을 없애기 위한 우리의 ‘진짜 노력’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취재기자의 다급한 목소리. "단독입니다!" 내 손은 어느 때보다 카메라를 힘껏 움켜쥐었다. 기대감에 도착한 사건 현장. 단순 변사 사건이었다. 노부부의 시신이 발견됐...
    Date2017.07.21 Views66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