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뉴스VIEW> 김세희 변호사 (민주노총법률원)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김세희 변호사.jpg

 한 방송사의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국회 취재이동 지원을 나갔다가 한강둔치의 국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는 20여 년 가까이 한 방송사의 취재 차량 기사로 일했는데 용역회사 소속으로 하는 일은 똑같은데 업체만 매번 바뀌었다. 방송차량 기사들은 대기가 곧 일인데, 방송사, 신문사 기자들이 취재하는 여러 출입처들에는 기자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만, 이들의 취재를 돕고 다음 취재를 위해 하루 종일 대기해야 하는 취재차 운전기사들이 쉴 공간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크고 멋진 소통관 건물을 새로 지어 기자실과 브리핑룸, 각 당의 공보담당실이 이전한 국회도 마찬가지다. 이번 취재차 운전기사의 죽음은 국민의 인권과 노동권을 가장 앞에서 보살피고 지켜야 할 국회와 정당들은 이들의 존재와 처한 상황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근본적으로 방송사는 직원이 아니니 이들의 노동환경에 무관심했고,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역시 정해진 도급액 안에서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할 뿐 이들의 근로환경에는 관심이 없었다.

취재차 운전기사들, 최저입찰 용역업체 바뀔 때 마다 고용불안 반복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쯤 언론노조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각 언론사에 취재진들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한 취재차량 운전기사들이 있고, 한 때는 정규직들이었던 운전기사들은 97년 IMF 때 모두 외주화되어 용역회사 소속의 비정규직들이 되었다는 것을. 같은 방송사에서 똑같이 차량 운전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최저입찰 경쟁 속에서 임금은 늘 제자리걸음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게 그들의 현실이었다. 이들만이 아니었다. 방송작가, VJ, FD 등 프리랜서라는 이름하에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방송사에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이후로 10여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방송작가 노조가 만들어지고, 방송사의 뉴스제작 프로그램의 작가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았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듣기도 하였으나, 취재차량을 운전하던 그 분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일은 없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검색창에 그분들의 소식을 검색해 보았다. 관련 기사 자체가 많지도 않았지만 제일 먼저 검색된 기사가 방송사의 차량 운전 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해고에 직면했다는 기사였다. 방송사에서 도급업체를 변경하면서 고용문제는 도급업체 소관이라며 발을 뗐고, 새롭게 들어온 도급업체는 기존 보다 인원을 줄여, 입찰 참여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단가를 제시해 도급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었다. 계약대로라면 최소 2명의 근로자가 해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었다.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니 더 나빠졌다고 봐야 옳다. 청소, 운전업무 등 대부분의 외주 도급 계약에서 도급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는 이미 일반적이 일인데, 방송사 차량운전 기사들의 경우 고용승계의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문제 자주 다루는 방송사, 정작 내부의 노동인권, 차별은 외면
 방송에서 연일 우리 사회 비정규직의 문제와 소외된 노동에 대한 뉴스를 접한다. 그런데 정작 그 뉴스를 전하고 있는 방송사의 사정은 어떠한가. 방송사 내에는 방송사에 소속되어 일하는 정규인력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기간제, 도급, 파견,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계약의 종류는 모두 다르지만, 모두 방송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인력임에 틀림없는 사람들이다. 

 2020년에 공공부문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한 연구논문을 보면, 방송사 내 불안정노동자의 비율은 42%로 방송 제작에 필요한 전체 인력의 거의 절반가량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방송에서 방송사 내부의 비정규직의 문제, 소외된 노동의 문제를 다룬 기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의 감시자로, 우리 사회 곳곳의 소외된 노동의 문제들에 대해 따가운 일침을 놓던 그 취재의 순간 바로 내 옆에 소외된 노동자는 두 번 허탈했을 것이다.

 최근 연이어 방송사에 다양한 영역의 비정규직들과 프리랜서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이들도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법원은  프리랜서 방송작가, 프리랜서 PD, 프리랜서 편집감독이 방송국 소속의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외주용역, 파견계약하에 일해 왔던 MD, 방송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해당 방송사 소속의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연이은 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방송사들이 외면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방송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정규직이 담당해왔던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들을 계속 비정규직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왔고, 그동안의 고질적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동인권이 준수되지 않고, 차별이 만연한 방송 제작현장에서 공정한 방송, 좋은 방송이 만들어질리 없다.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자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일은 좋은 방송을 만드는 일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좋은 방송, 공정한 방송은 인권을 우선하는 노동위에서 만들어진다.

김세희 /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




  1.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로 ‘영상기자상’ 심사 4년차가 되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영상보도를 ‘뉴스현장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 서...
    Date2024.05.08 Views129
    Read More
  2.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
    Date2023.12.21 Views203
    Read More
  3.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키이우에서 온 편지>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유리 볼다코프 ▲아나스타샤 리지나 (유리 볼다코프의 손녀)  친애하는 조직위원회와 여러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월광주상 수상자이신 유리 볼다코프, 할아버지 ...
    Date2023.12.21 Views179
    Read More
  4.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국제교류행사 참여기>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누군가 ‘왜 기자가 되었는가?’라며 고리타분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한다면, 그래도 마음 한 편에 고이 모셔둔 ‘사회에 보탬이 되는...
    Date2023.12.21 Views165
    Read More
  5.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통역 자원봉사 참여기>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언론 쪽으로 관심이 많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인 저에게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제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든 ...
    Date2023.12.21 Views131
    Read More
  6.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에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영화를 보러 가며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마치 오래전 첫사랑을 재회하듯, 기대감과 실망감 언저리의 정의할 수 없...
    Date2023.12.20 Views183
    Read More
  7.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123
    Read More
  8.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132
    Read More
  9.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245
    Read More
  10.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가짜’에 상을 수여한다는 희괴한 소식을 들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라는 단체 주최의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 & 기념토론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천만 원이나 지원한다니 ...
    Date2023.08.31 Views174
    Read More
  11.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기후취재특집]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세 인류의 기원은 약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리고 인류는 약 249만 년을 원시인 형태로 살았다. 이유는 기후다. 약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ei...
    Date2023.08.31 Views160
    Read More
  12.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113
    Read More
  13.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입안된다. 그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디어정책도 그 하나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Date2023.06.29 Views206
    Read More
  14.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1]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미하일 아르신스키 (Mikhail Arshynski,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대상) 수상자)  루카센코 장기독재에 신음하는 벨라루스 민주주...
    Date2023.06.29 Views223
    Read More
  15.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2]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브루노 페데리코 (Bruno Federico,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권력과 자본이 저지른 폭력과 범죄의 고발을 위해 시작한 영상기자로서의 삶 저는 영상저...
    Date2023.06.29 Views194
    Read More
  16.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
    Date2023.06.29 Views211
    Read More
  17.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2023 광주민주포럼을 다녀와서…>  우리가 찾던 ‘저항의 언어’ <채종윤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2차세계대전 이후 인간의 실존적 주체성을 강조하는 측과 구조 속에 인간됨을 이해하려는 측, 과연 ’인간은 주제적일 수 있는가‘에 관한 뜨거운 논쟁이 서양 사상...
    Date2023.06.28 Views177
    Read More
  18.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해외 출장의 필수 관문 ‘까르네’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 까르네 클레임 사본. 아주 간단한 메일이지만 클레임 해소가 되지 않으면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한다. 연말연시면 으레 다양한 인사들이 오간다. 연락이 뜸했던 취재원의 안부 문자에...
    Date2023.06.28 Views386
    Read More
  19.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책 추천]  여름 휴가에 가서 세네카를 만나자  세네카는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인, 문인이다. 한 백과에 따르면 그는 대표적인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 중 한명으로, 로마제국 최초의 공인된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3대 황제 칼리굴라 시대...
    Date2023.06.28 Views165
    Read More
  20. [뉴스VIEW]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뉴스VIEW> 김세희 변호사 (민주노총법률원) 당신 옆의 소외된 노동 우리가 외면한 취재차 운전기사의 삶과 죽음 한 방송사의 취재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국회 취재이동 지원을 나갔다가 한강둔치의 국회 주차장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안타까...
    Date2023.04.26 Views335
    Read More
  21. [뉴스VIEW] ‘공공기록’으로서 보도영상의 가치, 영상기자가 끌어올려야 할 때

    [뉴스VIEW] ‘공공기록’으로서 보도영상의 가치, 영상기자가 끌어올려야 할 때 최근 방송·영상 산업 분야 안팎에서 ‘아카이브(우리말로는 ’기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자사 영상자료를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편집하여 이른바 ‘회...
    Date2022.08.31 Views52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