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3면)양재규 변호사.jpg

  

  올해로 영상기자상심사 4년차가 되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영상보도를 뉴스현장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 서태경 심사위원장님 표현에 200% 공감한다

엄정한 심사를 위해 감정적 몰입을 경계하며 출품작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영상을 가득 채운 사회적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일은 다반사다. 빼어난 영상미는 물론이고, 일상의 편견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마치 정교하게 수놓은 칼집 속에 든 예리한 검과도 같다. 잘 만든 영상보도 한 편에 눈 호강은 물론이고, 정신세계까지 풍요로워진다

영상기자들의 노고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와중에 아쉬운 점 하나가 있다. 바로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영상보도들이 더러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가이드라인에 위배되는 지점들은 대체로 일정한데,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자료화면 사용시 반드시 사용표기해야

  먼저, 자료화면 표시 문제다. 자료화면 사용에 관한 기준은 분명하다. 관련 없는 자료는 사용해서는 안 되며, 사용된 자료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자료화면이라는 문구와 함께 해당 영상의 출처, 촬영일시 및 장소, 제공자 정보 등을 가급적 자세하게 표시해야 한다. 외부 제공 자료는 물론이고, 방송사 DB 자료 재활용에도 자료화면 표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다수 방송들은 자료화면 표시에 꽤나 인색하다. 공적서에 자료화면 사용 비율이 상당하다고 기재되어 있음에도, 정작 영상에서 자료화면 표시를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자료화면 표시를 일관되게 안 하는 경우보다 선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영상에 표시가 있는 것을 보면 인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자료화면 표시누락, 뉴스신뢰도의 문제

  자료화면 표시 누락은 단순한 가이드라인 위반 문제를 넘어선다. 일종의 투명성 내지 정확성 문제로서 보도윤리의 핵심적인 사항 위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학술논문으로 치면 인용 표시를 정확히 달지 않은 것과 유사할 수도 있다. 심사위원이기 전에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확한 자료화면 표시가 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오히려 높이는 방안이 되리라고 본다.


  초상권 보호, 경험이 아닌 '가이드라인'에 따른 판단 필요

  다음으로, 초상권 문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영상기자들의 초상권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인식에는 두 가지 편향이 존재한다. 주체 면에서 연차가 낮은 기자일수록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높다. 객체 면에서는 촬영 대상이 일반인의 평범한 일상생활일수록 초상권 침해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경험 많고 유능한 기자일수록 가이드라인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의지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연차가 낮은 기자만 봐야할 무엇이 아니다. 모두의, 그러니까 연차가 높고 낮은 모든 영상기자들의 가이드라인이 되면 좋겠다.


  기자들은 흔히 보도 내용이 부정적이지 않으면 일반인의 초상을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은 초상권을 포함하는 이른바 인격권에 대한 오해에 가깝다. 인격권을 흔히 인격적 사항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 부른다.

인격권은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인격적 사항에 대한 촬영·작성·공표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그 주체에게 부여하는 권리다. 인격권 침해에서 당사자의 동의가 중요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평범한 시민의 일상적인 삶의 풍경 또한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좀 더 강고하게 형성되기를 바란다.


  법을 지키라는 말처럼 식상한 것도 없다. 기왕 만들었으니까, 지켜야 하는 거니까, 안 지키면 상 못 받으니까 지키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 대신,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뭘 얻을 수 있을지를 역으로 묻고 싶다.

  때로 지배적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편이 옳을 수도 있다. 인종 차별이 당연했던 1950년대 중반 미국 남부에서 로자 파크스는 그 당연했던 규범에 반기를 들었고, 그는 영웅이 되었다. 저항의 역설인 셈인데, 가이드라인이 정의롭지 못한 규범이라도 되는 것일까? ,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영상 취재가 어려워질까? 가이드라인 제·개정에 참여했던 영상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쉽게 취재할 마음만 접으면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취재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요컨대, 가이드라인을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지키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 윤리적 보도가 항상 좋은 보도는 아니지만, 좋은 보도는 항상 윤리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양재규 /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조정본부장



  1. 2024년,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

    2024년, ‘오늘을 역사로 기록하는 영상기자’ 몇 년 전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영상기자’라는 직업을 소개하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탈고를 마칠 즈음, 책의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뉴스 현장의 최일선에서 이 시...
    Date2024.12.20 Views112
    Read More
  2. 영상 기록, 내란을 막아 내다

    영상 기록, 내란을 막아 내다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 비상계엄 포고령이 공표되던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날 포털 뉴스 댓글 창은 다 막힌 데다 네이버 카페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도 먹통이었다. 계엄을 실감했다. 인터넷도 끊길 수 있다는 생각에...
    Date2024.12.19 Views100
    Read More
  3.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소감] 통제와 탄압을 뚫고 기록한 이란여성들의 ‘생명과 자유’를 위한 저항

    “인사이드 이란 : 자유를 위한 투쟁” - 통제와 탄압을 뚫고 기록한 이란여성들의 ‘생명과 자유’를 위한 저항 ▲2024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게스빈 모하메드(글) 언론인으로서, 우리는 참으로 모순적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필요한...
    Date2024.12.19 Views72
    Read More
  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 소감] 팔레스타인의 기자들도, 전쟁만을 담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자로부터 온 목소리" -팔레스타인의 기자들도, 전쟁만을 담고 싶지는 않습니다 ▲ 2024 힌츠페터국제보도상 대상 수상자 모하메드 사와프 (글)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나의 도시. 이웃들이 타겟이 되고, 도망칠 곳조차 없이 그 다음 목표는 나와 내 ...
    Date2024.12.19 Views40
    Read More
  5.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영상기자 여러분, 새 역사의 증인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힘겹게 만들고 지켜온 공적방송과 이를 움직이는 시스템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일반시민으로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천...
    Date2024.08.28 Views138
    Read More
  6.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상보도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로 ‘영상기자상’ 심사 4년차가 되었다. 심사위원으로서의 소감을 밝히자면, 정말 즐겁고 보람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영상보도를 ‘뉴스현장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 서...
    Date2024.05.08 Views320
    Read More
  7.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뉴스VIEW] 취재를 잊은 언론, 진실을 숨긴 언론  #장면1. 11월 22일 우리 대통령이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를 패스해 홀로 직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다. 현장 외신 기자들은 “어디로 가는 거야?”, “이거 다 촬영했지?”라며 웅성거렸다. 영국 언론...
    Date2023.12.21 Views399
    Read More
  8.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키이우에서 온 편지> 체르노빌의 기자들을 잊지 않은 한국에 감사 ▲유리 볼다코프 ▲아나스타샤 리지나 (유리 볼다코프의 손녀)  친애하는 조직위원회와 여러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인사드립니다. 저는 오월광주상 수상자이신 유리 볼다코프, 할아버지 ...
    Date2023.12.21 Views293
    Read More
  9.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 국제교류행사 참여기> 평범한 일상과 업무 속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  누군가 ‘왜 기자가 되었는가?’라며 고리타분할지도 모르는 질문을 한다면, 그래도 마음 한 편에 고이 모셔둔 ‘사회에 보탬이 되는...
    Date2023.12.21 Views311
    Read More
  10.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2023힌츠페터국제보도상 통역 자원봉사 참여기> 영상기자,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행복한 시간  언론 쪽으로 관심이 많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학 중인 저에게 2023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은 제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만든 ...
    Date2023.12.21 Views250
    Read More
  11.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내가 사랑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에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했다. 영화를 보러 가며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마치 오래전 첫사랑을 재회하듯, 기대감과 실망감 언저리의 정의할 수 없...
    Date2023.12.20 Views488
    Read More
  12.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건강을 위해 하루 자전거 한알  제 취미는 자전거 타기입니다. 올해로 자전거를 탄 지는 꼭 십 년이 되었습니다. 강인하고 날렵한 신체. 현장을 누비는 영상기자에게 미덕이자 사명에 가깝다는 지론 속에 건강과 체력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습니다. ...
    Date2023.11.15 Views226
    Read More
  13. [프레임 밖에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프레임 밖에서] - 영화 추천 어떤 상황에도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선배가 후배를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저예산 독립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약 3,000 만 원의 제작비로 3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B급 영...
    Date2023.11.15 Views251
    Read More
  14.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영상저널리즘 연구소] ‘불특정 그룹 샷의 난민사진을 본 사람들, 반난민정책 더 선호’ - 취재윤리, 국가가 중심의 언론 통제가 아닌 현장기자들의 주체적 판단 속 정립돼야 지난 늦봄에서 이번 여름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두 개의 국제...
    Date2023.08.31 Views366
    Read More
  15.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뉴스VIEW]  진실을 가짜로 만드는 무소불위의 힘은 누구인가 ‘가짜’에 상을 수여한다는 희괴한 소식을 들었다. ‘자유언론국민연합’이라는 단체 주최의 ‘2023 상반기 10대 가짜뉴스 시상식 & 기념토론회’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천만 원이나 지원한다니 ...
    Date2023.08.31 Views272
    Read More
  16.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기후취재특집]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재난 현장.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현세 인류의 기원은 약 250만 년 전으로 본다. 그리고 인류는 약 249만 년을 원시인 형태로 살았다. 이유는 기후다. 약 1만 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인 플라이스토세(Plei...
    Date2023.08.31 Views268
    Read More
  17. [프레임 밖에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 _ ‘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프레임 밖에서] - 음악 추천 39년 동안 화성에서 산 우주인_'오펜하이머'와 상관없는 노래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영화 ‘오펜하이머’가 개봉됐다.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는 상대성 원리와 블랙홀, ‘테넷’에서는 앤트로피라는 과학적 개념을 영상화했는데, ...
    Date2023.08.31 Views236
    Read More
  18.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뉴스VIEW] 졸속과 파행의 공영방송 공격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이 입안된다. 그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미디어정책도 그 하나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정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Date2023.06.29 Views302
    Read More
  19.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1]  민주주의를 위한 벨라루스의 투쟁과 한국의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미하일 아르신스키 (Mikhail Arshynski,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기로에 선 세계상(대상) 수상자)  루카센코 장기독재에 신음하는 벨라루스 민주주...
    Date2023.06.29 Views328
    Read More
  20.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2]  영상을 통한 공감과 연결, 더 나은 미래의 모색  브루노 페데리코 (Bruno Federico, 제1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권력과 자본이 저지른 폭력과 범죄의 고발을 위해 시작한 영상기자로서의 삶 저는 영상저...
    Date2023.06.29 Views289
    Read More
  21.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2023 광주민주포럼 발표문 요약3]  박수칠 때 떠나자: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의 자립 선언  김성해 (대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국제뉴스를 향한 타는 목마름과 분열의 자화상: 미,영의 언론들을 통해 세계를 보아 온 한국 언론의 관성과 학습된 ...
    Date2023.06.29 Views33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