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권리’ 위한 영상기자 집단의 실천,
기사의 사회적 기여도, 정보 전달 등
각 부문의 가치 잘 구현한 작품 선정

뉴스 특종 단독 보도 부문은 법조영상기자단의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재판 법정촬영 재신청”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법조영상기자단은 대법원의 촬영 불허 방침에 맞서 재판 촬영을 공식 요청하여, 결국 단독 특종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영상은 단순한 보도 화면을 넘어 영상기자가 현장의 기록자이자 역사의 증인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판 전체가 아닌 일부 장면만 공개되어 정보로서 가치가 제한적이고 영상미가 평이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촬영 과정의 의의가 더 크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시민의 알 권리를 넘어 ‘볼 권리’를 실현하는 데 영상기자 집단의 실천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촬영된 장면이 방송에서 반복 인용될 역사적 자료이자 영상 기록으로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미장센이나 구성적 완성도보다 영상기자들의 공익적인 책무 수행에 초점을 맞춰 수상작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뉴스 탐사 기획 보도 부문은 SBS 최대웅 기자의 ‘공범이 된 청년들... 신종 '가전 구독' 사기’를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시의성과 최초 보도로서의 의미, 실제 제도 변화, 범인 검거라는 성과 등 사회적 기여를 높게 평가하였습니다. 촬영과 편집의 완성도는 높았으나, 다만 지나친 연출적 구성과 반복되는 스타일(미니어처·CG·배경음악 등), 자료화면 표기 미흡 등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탁월한 전달력을 바탕으로 한 실험적 영상이 돋보여 수상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의견이 모였습니다.
보도 특집 다큐 부문 수상작은 포항 MBC 박주원 기자의 ‘100년의 바다, 감포’로 결정했습니다. 역사와 생태, 지역문화가 어우러진 다큐멘터리로서 영상기자가 현장을 오랜 시간 밀도 있게 관찰하고 영상자료를 섬세히 직조한 점이 돋보였습니다. 일출의 고요함과 장엄함, 수산시장의 역동성과 해녀들의 노동, 일제강점기 항만 개발사까지 시간의 깊은 층위들을 섬세하게 교차하며 풀어낸 서사가 인상적이었고, 자연광을 살린 서정적 촬영과 화면의 절제된 균형이 감포의 역사적, 생태적 의미를 잘 보여주었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영상기자가 시간과 공간의 해석자로서 정보 전달과 감성적 호소력을 동시에 구현한 작품으로, 수상작으로 이견이 없었습니다.
지역 뉴스 탐사 기획 보도 부문에 출품된 KBS 고진현 기자의 ‘환상 속의 섬, 다시 제주’는 참신한 실험 정신과 경쾌한 접근 방식으로 지역 문제를 잘 다루었지만, 초상권과 재편집 출품이라는 형식적 문제, 시각효과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다수라 수상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새로운 시선 부문에 출품된 KNN 전성현 기자의 ‘다대포 "작은 사하라’는 유쾌하고 인상적인 영상이었으나 자막 폰트와 과도한 디졸브 효과 남용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멀티보도 부문에 출품된 KCTV 김승철(외 여러 영상기자)의 ‘영상 기록 제주 420’은 제주의 자연 생태와 인간의 삶을 장기간 기록한 기획 시리즈로 꾸준한 관찰과 기록 정신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1편은 영상과 자막만으로 습지 생태의 경이로움과 생명력, 보존 가치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다만, 시리즈 각 편의 편차가 크고, 일부 편은 기존 보도 방식과 유사해 신선함이 부족했다는 평이 다수였습니다. 긴 논의 끝에 전체 시리즈에 대한 일괄 수상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1편은 2024년도 방송분이기 때문에 후보 자격 요건 미달로 후보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수상작 선정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매회 심사 현장은 치열한 토론의 장이 됩니다. 이번 심사회의 또한 격론이 이어져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출품작 모두 귀하고 소중하기에, 자칫 우열을 가리는 것으로 여겨질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외부 심사위원으로서 영상기자상은 각기 다른 특색과 의미를 지닌 보도물 중에서 해당 부문의 가치를 잘 구현한 작품을 발굴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머물고 계신 서태경 심사위원장을 대신하여 심사평을 작성했습니다. 역사의 현장을 치열하게 담아내고 우리 평범한 시민들의 삶 또한 소홀히 하지 않고 기록해 주신, 그리고 앞으로도 기록해 주실 모든 영상기자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최선영 영상기자상 심사위원(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