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투쟁했던 2012년 봄날
공정보도라는 기치를 들고 파업을 시작한지 벌써 90일이 넘었다. 지난 90여일은 그동안 우리가 선언적으로 외쳐온 공정성과 공정보도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매일매일 외쳐왔지만 실제 공정보도는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되는 것인지 명쾌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많이 언급되는 양적 균형과 기계적 중립과 같은 방법론적 개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무미건조한 양적 균형과 기계적 중립이라는 개념들이 왜 어쩔 수 없이 현재 우리가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선택할 밖에 없는 최후의 선택이자 공정보도의 최후의 방어선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2012년 총선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총선 보도가 한창이던 지난 4월 3일부터 5일까지 짧은 3일간의 기간 동안 총선보도 리포트에 대한 영상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그 동안 수십 년 동안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공정보도가 너무도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카메라기자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만이 우리 선배들이 수많은 역경과 희생을 통해 얻어낸 공정보도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영상분석 결과를 보면 보도영상에서의 편파보도는 매우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정보도의 대표적인 개념인 양적 균형은 매우 충실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오히려 야당보도가 근소하게 더 길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보도가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이거 뭔가 이상한데 딱히 뭐라고 하기 힘든 지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장난의 양상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인파 속의 여당과 썰렁한 야당 프레임이다. 박근혜위원장 중심의 여당보도는 항상 인파 속의 박위원장과 환호하는 시민들이 보여졌다. 샷과 앵글을 분석한 결과 여당보도에서는 42%의 풀샷이 사용돼 야당에 비해 10%이상 많은 반면 야당보도에서는 미디움샷이 8%가량 많았다. 풀 샷은 선거유세의 규모와 반응은 유세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의 정도와 강도를 보여주는 선거 유세보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샷으로 한나라당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인 모습과 환호하는 모습이 보여졌지만 민주당은 풀 샷이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유세규모 전체를 보여주는 풀 샷은 거의 없었고 앵글 자체도 매우 불안정했다. 분위기는 당연히 열기도 없고 썰렁함 그 자체였다.
두 번째는 유세중인 박근혜 위원장과 회의하는 민주당 프레임이었다. 여당보도는 항상 유세현장에 있는 박근혜 위원장이 보여진다. 90%가 현장 유세영상이고 박위원장의 등장비율도 60%가 넘는다. 반면 야당은 유세영상의 비율이 56%로 여당에 비해 무려 34%나 적고 대신 회의나 브리핑과 같은 비유세영상이 44%나 차지했다. 여당의 대표는 항상 유세현장에 있는데 야당은 실내에서 회의를 하거나 브리핑을 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게다가 야당 보도영상에는 자료화면까지 등장한다. 휴대전화 공약부분에서 휴대폰 자료화면이 나오고, 4월 5일 보도에서는 전날 회의하는 자료화면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아무리 파업 중이지만 여러 건의 현장 유세가 취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대표가 지역구 후보의 손을 들어줄 때 야당 후보는 휴대폰 자료화면에 밀려 등장하지도 못 한 것이다.
세 번째는 꽃받는 박근혜위원장과 어정쩡한 한명숙대표 프레임이다. 박위원장은 항상 웃고 악수하고 손을 흔들고 지지자로부터 3일중 2번이나 꽃을 받는다. 반면 한명숙 대표는 시민들과 악수하는 장면보다 그냥 혼자 걸어가는 장면, 리포트 첫 화면에서부터 머쓱하게 걸어가는 장면, 악수를 하다 말고 옆으로 빠져나가는 모습, 지지 후보와 손드는 장면은 없이 손 내리는장면 등 영상기자가 보기에 NG컷인 장면이 너무도 자주 등장한다. 열심히 유세하고 열렬한 지지를 받는 박근혜위원장과 어정쩡한 한명숙대표라는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는 의도가 다분한 편집이 아닐 수 없다.
방송뉴스영상의 조작은 매우 교묘하게 이루어져 심증은 가더라도 방송은 한번 흘러 지나가면 다시 돌려보기 힘들고, 신문의 사진처럼 한 컷 한 컷 비교하기 힘들어 그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거보도에는 매우 엄격한 양적, 내용적 균형을 강조하고 선거이전에 영상기자단은 샷과 앵글에 대해 미리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의해 영상취재와 편집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리포트 길이, 인터뷰 길이는 물론 풀 샷, 대표 발언시 샷의 크기, 군중의 반응 샷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기준을 세우고 기계적으로나마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너무 단순하고 기계적이라며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 그 기계적 중립이 이번 MBC 총선보도에서 한 순간에 허물어짐으로써 그 기계적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보도영상은 기사가 전달하지 못하는 선거유세의 규모, 분위기, 후보자에 대한 인상과 같은 시각 정보와 감성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중요한 정보원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세력들은 항상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만 보여주기 위해 보도영상을 통제해왔다.
이에 저항해 분신과도 같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지금 김재철과 그 일당들은 자신들의 편파보도를 대선까지 이어가기 위해 정체불명의 영상PD를 채용하고, 영상편집부를 영상파트에서 분리해 직할체재에 두고 자신들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조직개편이라는 도발을 단행하려 하고 있다. 지난 90여 일간 MBC뉴스에 대한 참담함과 자괴감,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시련은 오히려 우리를 더욱 강하게 단결시키고 있고 파업의 명분은 이제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정방송을 외치는 오늘 하루하루의 투쟁은 너무도 의미있고 뿌듯하다. 불의에 분연히 일어났고, 불의와 싸웠던 내생에 가장 뜨거웠던 날들로 기억될 2012년 하루하루 나는 멋지게 투쟁하고 있다.
이창훈 / MBC 영상취재부
공정보도라는 기치를 들고 파업을 시작한지 벌써 90일이 넘었다. 지난 90여일은 그동안 우리가 선언적으로 외쳐온 공정성과 공정보도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공정보도라는 구호를 매일매일 외쳐왔지만 실제 공정보도는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되는 것인지 명쾌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많이 언급되는 양적 균형과 기계적 중립과 같은 방법론적 개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무미건조한 양적 균형과 기계적 중립이라는 개념들이 왜 어쩔 수 없이 현재 우리가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선택할 밖에 없는 최후의 선택이자 공정보도의 최후의 방어선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2012년 총선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총선 보도가 한창이던 지난 4월 3일부터 5일까지 짧은 3일간의 기간 동안 총선보도 리포트에 대한 영상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그 동안 수십 년 동안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공정보도가 너무도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카메라기자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만이 우리 선배들이 수많은 역경과 희생을 통해 얻어낸 공정보도를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영상분석 결과를 보면 보도영상에서의 편파보도는 매우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공정보도의 대표적인 개념인 양적 균형은 매우 충실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오히려 야당보도가 근소하게 더 길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보도가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이거 뭔가 이상한데 딱히 뭐라고 하기 힘든 지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림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었다.
그 장난의 양상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인파 속의 여당과 썰렁한 야당 프레임이다. 박근혜위원장 중심의 여당보도는 항상 인파 속의 박위원장과 환호하는 시민들이 보여졌다. 샷과 앵글을 분석한 결과 여당보도에서는 42%의 풀샷이 사용돼 야당에 비해 10%이상 많은 반면 야당보도에서는 미디움샷이 8%가량 많았다. 풀 샷은 선거유세의 규모와 반응은 유세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의 정도와 강도를 보여주는 선거 유세보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샷으로 한나라당은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인 모습과 환호하는 모습이 보여졌지만 민주당은 풀 샷이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유세규모 전체를 보여주는 풀 샷은 거의 없었고 앵글 자체도 매우 불안정했다. 분위기는 당연히 열기도 없고 썰렁함 그 자체였다.
두 번째는 유세중인 박근혜 위원장과 회의하는 민주당 프레임이었다. 여당보도는 항상 유세현장에 있는 박근혜 위원장이 보여진다. 90%가 현장 유세영상이고 박위원장의 등장비율도 60%가 넘는다. 반면 야당은 유세영상의 비율이 56%로 여당에 비해 무려 34%나 적고 대신 회의나 브리핑과 같은 비유세영상이 44%나 차지했다. 여당의 대표는 항상 유세현장에 있는데 야당은 실내에서 회의를 하거나 브리핑을 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게다가 야당 보도영상에는 자료화면까지 등장한다. 휴대전화 공약부분에서 휴대폰 자료화면이 나오고, 4월 5일 보도에서는 전날 회의하는 자료화면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아무리 파업 중이지만 여러 건의 현장 유세가 취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대표가 지역구 후보의 손을 들어줄 때 야당 후보는 휴대폰 자료화면에 밀려 등장하지도 못 한 것이다.
세 번째는 꽃받는 박근혜위원장과 어정쩡한 한명숙대표 프레임이다. 박위원장은 항상 웃고 악수하고 손을 흔들고 지지자로부터 3일중 2번이나 꽃을 받는다. 반면 한명숙 대표는 시민들과 악수하는 장면보다 그냥 혼자 걸어가는 장면, 리포트 첫 화면에서부터 머쓱하게 걸어가는 장면, 악수를 하다 말고 옆으로 빠져나가는 모습, 지지 후보와 손드는 장면은 없이 손 내리는장면 등 영상기자가 보기에 NG컷인 장면이 너무도 자주 등장한다. 열심히 유세하고 열렬한 지지를 받는 박근혜위원장과 어정쩡한 한명숙대표라는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는 의도가 다분한 편집이 아닐 수 없다.
방송뉴스영상의 조작은 매우 교묘하게 이루어져 심증은 가더라도 방송은 한번 흘러 지나가면 다시 돌려보기 힘들고, 신문의 사진처럼 한 컷 한 컷 비교하기 힘들어 그 문제를 인식하기 어렵다. 그래서 선거보도에는 매우 엄격한 양적, 내용적 균형을 강조하고 선거이전에 영상기자단은 샷과 앵글에 대해 미리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의해 영상취재와 편집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리포트 길이, 인터뷰 길이는 물론 풀 샷, 대표 발언시 샷의 크기, 군중의 반응 샷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기준을 세우고 기계적으로나마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너무 단순하고 기계적이라며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 그 기계적 중립이 이번 MBC 총선보도에서 한 순간에 허물어짐으로써 그 기계적중립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중요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보도영상은 기사가 전달하지 못하는 선거유세의 규모, 분위기, 후보자에 대한 인상과 같은 시각 정보와 감성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중요한 정보원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세력들은 항상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만 보여주기 위해 보도영상을 통제해왔다.
이에 저항해 분신과도 같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지금 김재철과 그 일당들은 자신들의 편파보도를 대선까지 이어가기 위해 정체불명의 영상PD를 채용하고, 영상편집부를 영상파트에서 분리해 직할체재에 두고 자신들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조직개편이라는 도발을 단행하려 하고 있다. 지난 90여 일간 MBC뉴스에 대한 참담함과 자괴감,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시련은 오히려 우리를 더욱 강하게 단결시키고 있고 파업의 명분은 이제 하늘을 찌르고 있다. 공정방송을 외치는 오늘 하루하루의 투쟁은 너무도 의미있고 뿌듯하다. 불의에 분연히 일어났고, 불의와 싸웠던 내생에 가장 뜨거웠던 날들로 기억될 2012년 하루하루 나는 멋지게 투쟁하고 있다.
이창훈 / MBC 영상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