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VR 그리고 NEWS IMAGE
김 종 완
4차 산업혁명 즉, 인공지능, 로봇공학,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 방송계에서는 이렇다 할 특징적 변화가 없지만, 조만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면 인공지능에 밀려난 기자는 기사를 쓸 필요가 없어지고, 카메라 기자는 CCTV와 드론 장착 카메라, 차량용/휴대용 블랙박스, 액션 카메라에 밀려 그 존재 가치가 없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일은 아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과 가사노동의 저자 Ruth Schwartz Cowan은 “가정 내의 기술혁신으로 남편과 아이의 가사노동은 줄어든 반면, 가정주부는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오븐 등 신기술 도입으로 주부를 제외한 구성원의 가사노동은 줄어드는 반면, 기술 도입 및 유지 관리를 포함한 모든 일이 주부에게 집중된다”고 말하고 있다.
가정의 산업화와 방송기술 혁신을 같은 부류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는 뒤로하고, 우선 방송뉴스에서 카메라 기자의 역할이 가정에서의 주부의 역할과 비유해서 다르지 않음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이후의 방송뉴스 제작환경을 예로 들면, 더 많은 영상소스가 실시간에 가깝게 쏟아져 들어오고, 시청자들은 더 좋은 카메라 앵글과 핫한 뉴스 화면을 요구하기에 뉴스 제작자들은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했다. 더욱이 뉴스의 도달시간이 짧아지고,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해지면서 기사건 영상이건 뉴스의 팩트가 변화하는 순간 업데이트되고, 뉴스 콘텐츠 제작은 계속 증가한다. 또 LTE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엔 중계차를 비롯해 여러 대의 중계카메라와 인력이 필요했던 일을 카메라 기자 한 명이 TVU로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 그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연결 및 표시 기술로 UHD, Mobile healthcare, 5G LTE 등은 상용화됐거나 상용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방송환경에 이른 시일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들 수 있다(미국과 영국의 일부 방송사는 벌써 AR·VR 콘텐츠를 제작·방송하고 있다).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 현실과 현실 상황에 가상정보를 제공하는 증강현실(AR), 100% 가상으로 표현되는 가상현실(VR)로 구별된다.
이 두 가지 기술은 산업적으로는 개념적·기술적·생태계적 유사성 때문에 관련 시장으로 보는 경향이다. 콘텐츠(재난구조, 교육훈련, 게임·엔터테인먼트, 산업설계, 제조, 의료·항공·군사 등), 플랫폼(기술 플랫폼, 유통 플랫폼), 네트워크(방송, 통신서비스), 디바이스(디스플레이기기, 사용자 인터페이스, 영상 촬영기기)로 구성된다.
최근 페이스북은 텔레파시 AR 기술에 미래를 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고, 삼성과 구글은 새로운 가상현실 기기를 출시했고, 포켓몬을 비롯한 게임 시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AR/VR은 TV 플랫폼을 벗어난 새로운 방식으로, 2차원의 평면에서 재현되는 현실 영상이 아니라 3차원 입체 영상과 360도 화면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 TV와 달리 집중도가 증가하지만, 복합적인 다중행동(시청 중 운전, 게임, 독서, 대화 등)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영상을 방송 뉴스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적 구성요소를 갖춰야 하겠다. 먼저 AR의 경우, 현실을 바탕으로 화면을 촬영한다. 카메라 기자가 직접 카메라를 조작 운영하지 않더라도 고정된 카메라에서 화면을 360도 촬영할 수 있는 공간적인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취재현장에서의 주요한 사건의 변화(집회 현장에서 충돌 등) 또는 카메라의 위치이동이 제한적이어서 클로즈업, 집중취재 등의 제약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또 모자이크, 블러, 둥근 원 등 영상편집 후반 작업으로 진행되던 것들을 AR에서도 구현할 수 있으나, 현실계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화면의 강조, 집중도 부여 등, 제한적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VR은 상대적으로 저널리즘적 영상보다는 쇼비즈니스에 가까운 엔터테인먼트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현화면을 사용하지 않는 보도 뉴스 보다는 날씨, 연예, 제작물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가상스튜디오와 같이 앵커, 기자 등이 나와서 가상공간에 그래픽 화면을 실제와 같이 전달하는 것이다. 대형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던 것을 장소와 공간에 제한 없이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점에서 카메라 기자의 역할이 축소되고, 진행자의 능력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성패가 좌우되는 쇼비즈니스 제작물이 될 가능성을 경계해야겠다.
2차원 평면에서 제작되는 지금의 뉴스편집은 현실계를 반영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 공간을 함축적으로 붕괴시키는 영상편집을 사용함으로써 미디어의 공정성과 악마의 편집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반면 카메라 기자의 주관적 뉴스 해석과 편집이 가능 했다.
영화이론에서 다루어지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몽타주 이론’으로 파생된 현재의 방송 편집 방식은 AR/VR 플랫폼에서는 시청할 때의 어지러움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사용되기 어렵다. 반면 앙드레 바쟁의 몽타주 이론으로 대변되는 리얼리즘 영화이론은 시간과 장소, 공간 재현에 있어서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성장 동력이 눈앞에 있고, 그 변화가 기대되지만, 아직 ENG 카메라는 무겁고 비싸며, 스마트폰에 비해 한참은 멍청해서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