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방송 현업 3단체 배제, 납득할 수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어제(11일) 2025년 언론단체 지원사업 발표에서 방송 현업 3단체를 전면 배제했다.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가 제출한 사업이 1·2차 공모에서 모두 탈락했다. 1차에 26개 단체, 2차에 22개 단체가 선정됐고 그 가운데 13개 단체는 두 차 례 모두 선정되기까지 했다. 반면 방송 현업 언론인을 대표하는 세 단체는 끝내 이름을 올리 지 못했다. 우리는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이후, 특히 방송통신 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출신의 김효재 이사장이 재단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후 유독 방송 현 업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축소·배제된 점에 주목한다.
방송기자연합회는 매년 <방송기자상 수상집>을 출판해왔다. 이는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방송학회의 공동 심사로 선정된 수상작들을 기록하는 연감으로, 방송기자의 공적 책임과 우수 저 널리즘의 성취를 담은 중요한 사료다. 현업 언론인뿐 아니라 언론학계에서도 귀중한 참고자료 로 활용돼 왔다. 그렇기에 이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지원을 받아왔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 지원 규모가 줄어들더니 지난해에는 1차 탈락 후 2차 선정, 올해 는 아예 탈락 통보를 받았다.
한국PD연합회가 제출한 사업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지역방송의 영상 기록물을 아카이브로 구축해 디지털화하기 위한 세미나 행사였다. 지역 PD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실효성 있 는 토론의 장을 마련한 공익적 기획이었다. 지역소멸과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다루면서 378만원을 요청한 소규모 사업조차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40여 년의 역사 를 지닌 한국PD연합회는 지상파와 종편 등 방송 현업 PD들을 대표하는 유일한 단체로, 현재 약 500명의 회원이 지역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한국영상기자협회는 3년 연속 탈락했다. 국제 분쟁지역의 참상을 전해온 <힌츠페터상> 수상자 들을 초청해 시사회와 세미나를 열고 국내 언론인, 시민과의 교류를 기획한 행사였다. 힌츠페 터상은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독일 영상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재단은 작년에 <분쟁지역보도 세미나>를 열고 국내 언론인의 분쟁지역 보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천명했지만 그 취지에 가장 부합한 행사를 외면했 다. 2024년에는 영상기자들의 ‘취재필수서’로 평가받는 <영상보도가이드라인>개정을 위한 연 구, 간행에 대한 사업도 탈락시켰다.
이쯤 되면 단순 탈락이 아니라, 조직적 배제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선정 단체 목록을 보면, 소규모 혹은 신생 단체 등 각종 협회를 총 망라하면서도 방송 3단체는 외면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 다음날 ‘이제부터 본격적인 내란이 시작됐다’는 간행물을 웹사이트에 올린 단체나 윤석열 정부 들어 집중 지원을 받게 된 정파적 성향의 단체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선택적 지원, 정파적 편향의 사례다.
우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방송 현업 3단체의 탈락 사유와 평가 점수를 공개하라.
- 선정된 단체들의 사업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 정치적 배경이나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는 심사 기준을 확립하고, 언론 생태계의 다양성 과 공공성을 보장하라.
2025년 6월 12일
방송기자연합회 · 한국영상기자협회 · 한국PD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