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요시다 시게루 일본 총리의 다른 행보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영상기자단 방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영상기자단을 방문해 인사를 하고 기자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영상카메라를 직접 어깨에 메고 영상기자와 강유정 대변인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상기자단과 기념 촬영 후 구내식당으로 이동해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언론들은 “이 대통령이 언론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행보가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일본 총리(제45, 48, 49, 50, 51대)와 재임 중 비교가 된다.
요시다 일본 총리, “기자에게 물을 끼얹다”
1952년 9월, 요시다 시게루(吉田 茂) 일본 총리는 교토 연설회에 참석했다. 이날, 사진 기자의 집요한 사진 촬영에 격분한 요시다 총리가 사진 기자를 향해 “인간의 존엄성을 모르느냐”며 컵의 물을 끼얹은 일화는 유명 하다. 이후 만화, 영화, 소설에서도 요시다의 행보에 대해 조명했다. 기자는 요시다를 집요하게 취재한 이유가 있었다. 요시다는 1941년 아내 유키코(雪子)가 세상을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시다는 기생 여성과 오이소(大磯) 자택(현재, 오이소죠야마공원<大磯城山公園>)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요시다는 전처인 유키코 아버지 마키노 노부아키(牧野伸顕, 외무대신 등 역임)의 눈치를 보느라 이 사실을 극 비리에 숨겼으나, 10일이 채 지나지 않아 사진 기자에게 발각돼 자택의 담 장 너머로 특종 사진이 찍혔다. 요시다는 이때의 수치심을 평생 간직하며 사진 기자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요시다는 동거녀의 관계가 공표된 덕분에 세간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고, 1944년에 그녀와 정식 재혼했다. 카메라를 싫어하던 요시다는 이후 (1954년 6월)에도 사진기자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등 사진 기자에 대한 악감정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요시다가 1958년 3월, 퇴임 후 3년여 만에 도쿄 아카사카의 한 호텔의 사진기자 간담회에 초대되었다. 사진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요시다는 이날 이례적으로 크게 웃었다. 이유는 카메라에 거부감이 있던 요시다가 행사장에 있는 사진기자들을 향해 거꾸로 촬영했다. 이날 요시다는 간담회에서 “사진기자에게 물을 뿌려 외 국에서도 유명해진 것은 여러분 덕분이다”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물을 끼얹은 행보는 사망 후에도 화제
기자에게 물을 끼얹은 사건은 요시다가 사망 후에도 끊임없이 화제가 되 었다. 1967년 10월 20일 요시다 총리 가 사망하고 일본 역사상 첫 국장(國 葬)이 거행되는 10월 31일, 아사히신문 조간에는 국장(國葬)을 그린 만화 (사자에 씨<サザエさん>)가 게재되었 다. 이 만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편 마스오 씨가 국장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행사장인 일본 무도관 근처의 전봇대에 올라가서 촬영하고 있었다. 일본식 복장에 베레모, 지팡이를 짚은 마치 요시다 총리처럼 생긴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그만해!”라고 물을 뿌렸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 인기 있는 가족 만화 ‘사자에 씨(サザエさん)’를 신문에 연재한 하세가와 마치코 (長谷 川町子) 작가가 카메라에 쫓기는 것을 싫어했던 요시다 씨가 사진기자를 향해 물을 끼얹었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묘사한 만화이다. 아사히신문은 2022년 9월 25일, 국장을 연구하는 역사학자 2명이 당시 만화에 등장하는 마스오의 행동을 주목했다. 이 만화의 결말에 “서민 안에도 요시다 씨는 있을까”라는 문장이 일본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사히는 “이 만화의 결말을 아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며 “하세가와 씨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라고 평가했다. 만화가 게재된 것 은 요시다 전 총리의 국장이 치러지는 당일의 조간이었기 때문에 만화는 ‘예정된 원고’였다. 전후 일본의 국가 노선을 설계한 요시다는 이미 대중에게 정치적 평가가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진 속에 ‘기자에게 물을 끼 얹은 사진’ 한 장이 영화, 만화, 소설, 언론 기사를 통해서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치 지도자는 재임 중에 이미지 정치가 강하다. 그래서 국가 지도자는 현재의 평가보다 임기가 끝난 후에 진정한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카메라 앵글을 돌리며 눈으로 전체를 확인하듯이, 이 한 컷의 영상이 앞으로 국민에게 어떻게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속에 국민이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소개 - YTN 기자로 활동하면서 30여 년 간 일본군 성노예피해자, 강제동원피 해자 문제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고 각 종 기획보도와 다큐멘터리를 제작 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내 청춘을 돌려다오(Give me back my youth)’는 제55회 베를린영화제 국제 부문에 출품돼 상영되었다. 일본 히토츠바시대학대학원 사회학연구과(종합 사회과학전공)에서 ‘아시아태평양 전 쟁에 있어서 일본의 선전전’을 연구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제25대, 제26대 한국영상기자협회 회장과 제1회 힌츠 페터국제보도상조직위원회 공동위원 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