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선 소리도 이야기다” 박대기 기자가 말하는 음질, 음악, 그리고 공학의 감성
“현장의 공기와 감정을 전하는 건 영상만 이 아닙니다. 소리도 이야기입니다.” KBS 박대기 기자는 뉴스 콘텐츠에서 ‘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소리는 단순한 음향 효과를 넘어서, 현장의 분위 기와 맥락을 전달하는 감각적 매개체다. “요즘 뉴스는 영상 화질에 비해 음질이 너무 빈약해졌어요. 오디오 채널이 줄고, 현장음 없이 더빙된 음악만 흐르는 경우가 많아졌죠.” 실제로 박 기자는 코로나19 이후 뉴스 영상 제작에서 자료화면 사용이 늘고 현장 접근이 줄면서 현장음의 중요성이 점점 사라졌다고 말한다. “자료화면을 써도 현장음이 맞지 않으면 쓸 수 없고, 자연스럽게 무음 또는 배경음악만 덧입히는 구조가 됐죠.” 그는 단순히 ‘꼰대’의 잔소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좋은 소리는 영상 이상의 정보를 줍니다. 기자 멘트보다 현장의 날 것 같은 한마디가 더 많은 걸 전달할 때가 있어요.” 실제로 박 기자는 리포트를 제작할 때 음악보다 는 생생한 채널 2(현장음)를 살리는 데 더 신 경을 쓴다고 했다. 음악 감상에도 진심인 그는 고음질 스트리밍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 “타이달,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 요즘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고음질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어요. CD나 아날로그 감상이 주던 만족감도 스트리밍 시대에 많이 해소됐죠.” 그는 특히 애플 뮤직의 추천 기능과 인터페이스, 음반 디자인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음악 감상은 돈이 많이 드는 사치가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의 위로가 됐다”고 말한다.
기술적으로도 박 기자는 소리의 ‘민주화’를 전기‧전자공학의 발전과 연결지었다. “기계공학은 불평등하지만, 전자공학은 평등합니다. 디지털 기술은 스펙대로 만들면 누구나 동일한 품질을 낼 수 있죠. 예전엔 음 악 취미가 장비 욕심으로 끝나기 쉬웠는데, 지금은 만 원짜리 애플 꼬다리(USB-C to 3.5mm 젠더)만 있어도 훌륭한 음질을 경험 할 수 있어요.” 그가 추천한 장비는 의외로 소박하다. 아이패드에 국산 브랜드 캘릭스(Calyx)의 휴대용 DAC 앰프를 연결하고, 젠하이저 HD600 헤드폰을 쓴다. “20만 원대 가격에 성능이 뛰 어나요. 더 고가의 장비도 있지만, 일반적인 음악 감상에는 충분하죠.” 전기공학도로서 그는 음질 논쟁에 대한 오해도 짚었다. “진공관 앰프나 아날로그 장 비를 무조건 좋다고 보는 건 미신일 수 있어요. 정보량이 많은 게 좋은 게 아니라, 불필요한 소리를 깎아내는 것도 중요한 청취 경험이죠.” 예를 들어 병원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음악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되는 것처럼, 소리는 환경과 감정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음악 추천을 부탁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카운터 테너 ‘데이비드 대니얼스’를 언급했다. “조용하고 섬세한 고음악을 들으면, 큰 무대 가 아니라도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어요.” 또 은둔형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와 ‘파울 소콜로프’의 연주를 소개하며 “힘 있고 절제된 연주는 기자 생활 중에도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영상기자와 방송 동료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소리는 단순한 부속이 아니라, 기억의 핵심일 수 있습니다. 영상만이 아니라, 그 순간의 공기와 감정을 기록해 주 세요. 그리고 일할 때도, 쉴 때도 좋은 음악을 통해 감각을 넓혀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