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도지사를 주민소환 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수임인 모집이 시작되고 주민소환 투표 청구인 확보를 위한 서명 작업이 진행되자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특히 제주시장과 도청 실국장 등 고위공무원들이 공식적인 혹은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주민소환에 응하지 말라는 발언을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소문만으로 보도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중 지난 5월 18일 영상취재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제주 전통 성년의 날’ 행사를 소재로 영상구성을 하러갔다. 행사가 시작되자 참석자 소개와 축사가 이어졌고, 본 행사를 기다리는 나에겐 여러 명의 축사는 지루함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시장의 축사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제주시장의 축사 도중 난데없이 주민 소환이야기를 꺼내더니 주민소환에 응하지 말라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제주시장이 나의 카메라 앞에서 할 말을 다한 것 같았다. 이로써 성년의 날 행사장에서 주민소환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의 제주시장 발언을 정확하게 촬영하게 되었고, 관련 내용을 보도하게 되었다.
<취재후기>
보도이후 상을 받아 기분은 좋지만 취재후기를 적으려니 조금은 부끄러움이 앞선다.
어느덧 입사 5년차…. 입사 때 가졌던 카메라기자로서의 각오나 포부를
계속해서 지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상황들에 지치고, 처음에 가졌던 마음은 서서히 잊었던 것 같다.
이제는 취재현장에 가서 어떤 고민과 의욕보다는 가끔 게으름이 앞서 필요한 영상에만 집착하고
간혹 그게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지루함부터 느끼는 5년차가 아닌지….
생각 없이 기다리다 우연치 않게 벌어졌던 상황에 나름 의미 있는 보도를 한 것에
보람보다는 예전의 각오와 포부를 새삼 일깨워줬던 것 같다.
조승연 / KBS 제주총국 / newstographer31@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