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후기
KBS 부산 권태일
‘아! 큰일이다.’
아파트 벽 속에 불법으로 폐기물을 묻었다는 제보를 받고 간 현장에서 처음 기둥을 깼을 때 쓰레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모두 책임진다는 약속아래 완공된 아파트에 손을 댔는데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공사관계자들은 ‘기자도 못 할 직업’이라며 비아냥거렸고, 우린 한 곳만 더 해보고 안되면 깨끗이 물러나겠다며 비아냥을 삼켰습니다.
두 번째 기둥을 깨자…
누구나 아는 비밀이었던, 알곤 있었지만 확인하긴 힘들었던, 그리고 증거를 대라며 줄 곧 발뺌했던 일들이 파인더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 이 일은 정확한 증거를 통해 더 이상 발뺌하기 힘든, 누구나 알게 된 그리고 개선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기둥에선 노끈과 맥주캔, 담뱃갑, 그리고 법에 의해 처리되어야 할 건설폐기물 등이 쏟아져 나왔고 벽 속에는 쓰다 남은 시멘트가 쌓여 있었습니다. 공사관계자들은 영상취재를 거부했고, 나는 ENG가 들어가지 않는 깨진 벽 속을 썬건과 고화질(?)휴대폰을 이용해 깊숙한 곳의 폐기물을 취재했습니다.
LH공사는 보도 이후 890가구 전수조사를 통해 폐기물들을 들어냈으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이렇게 큰상을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 혼자만 한 것이 아니라 이상준 선배와 이상룡 오디오맨, 그리고 차량형님까지 모두 합심해서 만들어 낸 뉴스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완벽한 팀웍을 만들어준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받게 된 상이 아니기에, 앞으로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fact와 美가 살아있는 그림을 찍는 촬영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