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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내용은 문화방송 홈페이지 뉴스인뉴스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국민의 눈이 되겠습니다.
문화방송 박지민 카메라 수습기자 jmcool@imbc.com


부산에 사는 한 소년이 있었으니 그는 'TV 맹신론자'였습니다. 그는 누군가의 말처럼 TV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였습니다. 소년의 부모가 TV를 '바보상자'라 말하고 소년과 TV를 격리시키려한 것은 아마 소년의 이런 행동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TV를 통해 세상을 느꼈던 소년

소년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이었습니다. 우리 나라 국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 한 위인이 암살되었고 소년은 TV 속 사람들과 함께 무척이나 울었습니다. 그런 소년의 아픈 마음을 뒤따라 찾아온 위대한 군인들이 어루만져 주었고 소년은 그들을 존경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그들에게 버릇없는 방해꾼이 있었으니, 그들은 흔들리는 TV화면 속 남포동 거리 한가운데서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고 착한 순경아저씨를 각목으로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심지어 우리 국민에게 큰 도움을 주던 미국인들의 사무실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그들을 경멸했습니다.

소년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국가를 위해 한 지붕에 모인 세 사람이 있었고 TV 속 그들의 의기투합은 참으로 멋져 보였습니다. 반면, 뉴스 한 귀퉁이에서 초라한 유세를 하던 지금의 대통령은 정말 나약한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이것이 끝은 아니였습니다. 소년은 찢어지는 사운드와 거친 화면의 흔들림 속에서 지하철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동시에 밝은 조명 아래 단정한 옷차림으로 국민에게 사과하는 (국민의 발을 담보로 파업을 일삼는 이들을 대신해)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소년은 그렇게 성장했습니다. TV 속 기자들의 어려운 말들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직 TV 속에 투영된 이미지로 세상을 이해할 따름이었습니다. 소년에게는 세상을 바라볼 지적 능력도 방법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기자는 소년의 눈을 위탁받아 대신 세상을 바라봐 주었던 것이였습니다. 그런 소년이 카메라기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다른 수많은 소년들을 대신해서 조그마한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것입니다.



▶주관이 아닌 객관의 눈으로

이런 막중한 임무를 떠올릴 때면 부족한 나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될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특히 며칠 동안 바라본 선배들의 일상은 마치 '시간과의 전쟁'과 비슷한 것이어서 더 많은 걱정이 앞섭니다.

'대학시절에 기자는 전문직이라고 배웠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데스크의 지시에 따라 이곳저곳으로 취재처를 옮기는 상황에서 어떤 지식과 확신을 가지고 취재에 임해야 하나...?', '내가 카메라기자로서 숙련되지 못한 기간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왜곡된 현실을 보게될까...' 나는 적어도 카메라기자에게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시간과 취재계획을 세울 여유는 주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선배들처럼 뉴스가 곧 일상이라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초보자인 나에게 이런 현실은 무척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부분들을 말초신경이나 자극하는 것들로 보완하진 않겠습니다. 대신 몇 가지 목표를 실천하며 내 눈을 시청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카메라기자의 눈으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불편 부당한 영상취재를 위해 기존의 편협된 사고를 버리고 수많은 보통사람의 입장에 서볼 것입니다. 사형수에게도 인격은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취재원을 대할 때 같은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킬 것입니다.

이제 몇 달 뒤 내 어깨 위에는 카메라가 있을 것입니다. 그 순간 내 눈은 나의 눈이 아닌 것입니다. 나의 눈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나를 믿고 내게 위탁한 그들의 눈입니다. 나는 어떤 국민의 눈도 소홀히 혹은 특별히 여기지 않을 것이며 나의 눈도 '수천만 명의 눈 중 하나'로 여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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