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949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 Attached Image

tvcamera@unitel.co.kr



난 오늘 인간 터미네이터 그들을 보았다. 검은색 방탄조끼에 소형무전기, 한 손엔 가스총, 다른 손엔 방망이. 세상 어떤 범죄와의 싸움에서 이길것 같은 강렬한 눈빛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런 터미테이터 들이 충주예성여고 인질 사건에 투입된 것이다.
3월17일 토요일 화창한 날씨였다. 퇴근 후에 여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오전 10시쯤 전화가 왔다. 예성여고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순간 쉽지가 않은 취재라 생각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과의 싸움이 시작됐고 조금이라도 정확하고 좋은 그림을 촬영하기 위해 기자들 또한 분주한 모습이었다. 나 또한 인질 사건은 처음 경험이라 분주하게 움직일 뿐 제대로 된 그림을 잡을 수가 없었다. 긴장이 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멍청이가 된 것이다. KBS가 움직이면 같이 그리로, MBC가 가면 또 그리로. 냉철하고 판단력 빠르다는 나로서도 그 이상한 분위기에 휘말리고 만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방송 3사 TV기자들은 시간과의 싸움에 들어갔다. 나 또한 어차피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는 물 건너간 것이고 내가 이기나 인질범 네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는 뚝심밖엔 안 생겼다.
경찰관, 부모, 친지 등 많은 사람들에 오랜 설득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네 명의 여학생과 한 명의 여교사를 인질로 자신의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500만원을 사기 당했다는 것이고 그 사기범을 당장 잡아서 자신 앞에 보여 달라는 황당한 조건이었다. 현장의 모든 사람들은 과정이야 어쨌든 500만원 때문에 이런 짓을 한 27세의 젊은 청년을 몹시 미워했고 빨리 상황을 종료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까. 교실밖엔 KBS, MBC 중계차가 출동하여 만약에 있을 상황에 대비하여 생방송 준비에 한참이었다. 이렇게 까지 해도 되는 건가. 뭐 그리 큰 사건이라고 기자인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교실 밖 상황들은 나를 더욱 당황하게 했다. 여섯시간 오랜 설득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거절하는 인질범을 그대로 볼 수 없다는 현장 경찰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네 명의 인간 터미네이터(경찰특공대) 그들이 투입된 것이다. 사전에 꼼꼼한 계획과 치밀한 작전이 기습작전 5분만에 인질극을 종료하게 했다. 범인은 즉시 경찰서로 이송됐고 공포에 떨었던 선생님과 학생들은 아무사고 없이 부모의 품에 안겨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나는 인질극을 벌인 범인의 이면을 알 수 있었다. 평상시 효자로서 순박하게 생활하는 시골 청년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분명 그가 지은 죄는 나쁜 것이다. 하지만 순박한 청년이 왜 그런 짓을 해야 했느냐에 대해선 우리는 어느 누구도 그의 이면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그를 사기 쳐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을 세상과 우리들은 욕할 뿐이다.
인명 피해 없이 여섯 시간 만에 모든 일은 끝났다. 허무한 생각도 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작년에 구제역에 이어서 올해는 인질극으로 충주 지역은 전국적인 관심을 보였다. TV카메라 기자로서 일년에 한번씩 굵직한 뉴스를 경험하는 것도 복 받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는 아직도 멀었는데 내년엔 또 어떤 일이 생길까. 편집 끝내고 뉴스 잘 나가고 21시가 넘었다. 골난 여자친구에게 전화나 해야겠다.

  1. No Image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잔치

    이렇게 많은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줄 몰랐다. 이토록 많은 어머니들이 멍든 가슴을 안고 사는 줄 몰랐다. 오후 2시, 데스크로 부터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작은 잔치를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무 생각없이 도착한 자그마한 공원.... 휠체어를 탄 많은...
    Date2003.07.08 Views7112
    Read More
  2. No Image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KBS 영상취재부 김상하 기자 '징크스'나 '머피의 법칙'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취재하다보면 이상한(?) 일들이 심심치않게 생깁니다. 우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경우입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던 것들이 막상 그걸 대상으로 취재를 ...
    Date2003.07.02 Views7303
    Read More
  3. No Image

    뺑소니는 꼭 잡힌다.

    KBS 영상취재부 김상하 기자 4월 30일 밤 1시 반경... 서울 휘경동 도로변에서 환경미화 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이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발생 시각이 인적이 드문 심야신간인데다 목격자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아 담당인 청량리 경찰서는 뺑...
    Date2003.07.02 Views6787
    Read More
  4. No Image

    나의 금연 이야기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아니, 끊었다고 하는게 정확한 설명이겠죠. 작년부터 불어닥친 금연 열풍에 담배 끊으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어렵게 담배를 끊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
    Date2003.07.02 Views6424
    Read More
  5. No Image

    나준영의 영상취재 뒷얘기 -

    -나준영의 영상취재 뒷애기- <1편 1996년 연예인 가짜약 판매 취재기> 1) 설마 그렇게 유명한 연예인이 그깟 가짜약을 팔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디서 나에게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정확한 날짜는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때가 ...
    Date2003.07.02 Views7729
    Read More
  6. No Image

    불법 염소 도살 현장을 취재하고

    불법 염소 도살 현장을 취재하고 어제 현장 1234를 취재했죠.... 흑염소 밀도살 현장을 잡는다고 원래 흑염소는 수의사의 입회 하에 정식적인 도축장에서 도축을 하게 되어있데요 그런데 밀도살이 더 많다나 어쩐다나... 제보자의 제보를 받고 간곳은 파주의 ...
    Date2003.02.24 Views8128
    Read More
  7. No Image

    남북 정상 회담장과 동굴(?) 만찬사

    남북 정상 회담장과 동굴(?) 만찬사 서영호 기자(영상취재1부 차장) young@mbc.co.kr 정상 회담장의 카메라 모터소리 6월 13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텔레비전 속으로 집중되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마치 오랜만에 만...
    Date2003.02.24 Views7136
    Read More
  8. No Image

    후지모리 이후의 페루

    자료출처: 문화방송 뉴스인뉴스 '페루'란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지요? 후지모리, 몬테시노스, 안데스, 잉카, 마추피추 등이 떠오를 걸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국제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년 전의 일본대사관 인질사건과 그 사건...
    Date2003.02.24 Views8191
    Read More
  9. No Image

    Sky Diving 하늘을 날다.

    Sky Diving 하늘을 날다. 손인식 . MBC 어릴 적 남산 높은 곳에 올라가 서울 시내를 바라보면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한없이 한없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슈퍼맨처럼 망토를 두르고 탁자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면서 ...
    Date2003.02.24 Views7390
    Read More
  10. No Image

    충주예성여고 여섯시간의 인질극

    tvcamera@unitel.co.kr 난 오늘 인간 터미네이터 그들을 보았다. 검은색 방탄조끼에 소형무전기, 한 손엔 가스총, 다른 손엔 방망이. 세상 어떤 범죄와의 싸움에서 이길것 같은 강렬한 눈빛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런 터미테이터 들이 충주예성여고 인질 ...
    Date2003.02.24 Views9493
    Read More
  11. No Image

    몽골고원에서 폴란드의 대평원까지

    몽골고원에서 폴란드의 대평원까지 - <칭기스칸 원정로를 가다> 동행 취재기 박영률(조연출 겸 동행 취재 작가) 분열에서 통합으로, 역사의 변방에서 세계사의 중심으로! 13세기 초 몽골고원에서 몸을 일으킨 가공할 회오리바람이 중앙아시아와 중동 동유럽에 ...
    Date2003.02.24 Views7139
    Read More
  12. No Image

    잊혀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 장달웅/EBS 촬영감독 나른한 토요일 오후, 주말이면 늘 텅비어 있는 편집실에 앉아 프롤로그 몇 컷트만 붙히다, 더 이상 머릴 짜 내어봐도 진전이 없어, 잠시 휴식을 취해보기로 한다. 그 사이 비가 왔나보다. 때늦은 비는 애꿎은 꽃잎만 ...
    Date2003.02.24 Views7280
    Read More
  13. No Image

    브라질 촬영기

    브라질 촬영기 -신영토의 꿈을 좇아...- 이양한/iTV 경인방송 영상제작부 아시아의 끝자락에 매달린 일각의 돌출, 작지만 끝을 모르고 향하는 화살촉 모양으로 반도의 땅 한국은 자리잡고 있다. 그 지리적 생김새와도 같은 한국인의 기상. 극심한 역사의 아픔...
    Date2003.02.24 Views6933
    Read More
  14. No Image

    충주 예성여고 인질극

    충주지역은 작년에 구제역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끈 지역이기도 하다 올해는 지난 17일 예성여고의 인질사건으로 또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TV 카메라 기자를 하면서 1년에 힌번씩 국짓한 뉴스를 경험하는것도 복받은 사람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17일...
    Date2003.02.24 Views10112
    Read More
  15. No Image

    롯데호텔 노조원 폭력진압

    한국기자상 취재기-방송영상부문 YTN, 경찰, 롯데호텔 노조원 폭력진압 공권력 남용 고발 통해 인권문제 제기 한원상 YTN 영상취재부 기자 지난해 6월 29일 새벽 4시경 경찰은 3천여명의 공권력을 투입해 20일동안 파업을 벌여온 롯데호텔 노조원 1천여명을 폭...
    Date2003.02.24 Views7244
    Read More
  16. No Image

    대만 지진 취재기3

    오늘은 추석. 이국에서 맞는 추석이라 아침부터 부모님과 사랑하는 마누라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수시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여진에 대한 부분은 빼고 잘먹고 잘잔다는 의례적인 이야기만 하고 수화기를 내려놨다. 그동안 김박사는 타이중에 있는 모든 구조 기...
    Date2003.02.24 Views7938
    Read More
  17. No Image

    대만 지진 취재기2

    첫 날 송출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자마자 취재팀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송산호텔'로 향했다. 10층 이나 되는 호텔 건물은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지진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송산 호텔의 붕괴는 이후 ...
    Date2003.02.24 Views7945
    Read More
  18. No Image

    대만지진 취재기1

    좀 지난 취재기이지만 이 보도로 신동곤 기자는 본회가 제정한 한국TV카메라기자상 보도뉴스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9월 21일 대만에서는 강도 7.6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새벽 6시쯤 데스크로부터 출장 준비해서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급하게 하달된 ...
    Date2003.02.24 Views8172
    Read More
  19. No Image

    끝없는 전쟁

    7년간 지리하게 계속되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평화협상은 제 2당인 리쿠드당 당수 샤론의 팔레스타인의 성지인 엘 락사 사원 무단 강행으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매일매일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두 민족간의 대립은 걷잡을 수 없...
    Date2003.02.24 Views7847
    Read More
  20. No Image

    구제역 예방접종 허위기재

    그 많은 소·돼지에게 주사를 맞힌 사람은? CJB 청주방송 영상취재부 김준수 충주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4월11일. 주로 서해안에서만 발생하던 구제역이 내륙 중심지인 충주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 방역당국 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카메라기자...
    Date2003.02.24 Views7804
    Read More
  21. No Image

    71세 김상일씨의 엄마찾기

    김시현 기자(문화방송 영상취재부) : daytrix@dreamwiz.com 살아계시다면 92세이실 어머니 김태숙씨를 찾는 김상일씨(71세)는 이번에 상봉한 이산가족들이 밉다신다. 당신이 못하신 효도를 그들이 할 수 있어 너무나도 샘이 나신단다. 이제는 돌아가셨을지도 ...
    Date2003.02.24 Views781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