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회담장과 동굴(?) 만찬사
서영호 기자(영상취재1부 차장)
young@mbc.co.kr
정상 회담장의 카메라 모터소리
6월 13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텔레비전 속으로 집중되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보였고 모두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였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정상회담장안에서 들리는 우리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갑작스러운 기계 음에 우리는 또 한번 놀랐다.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에 웬 공사장 굴착기 기계음?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한 카메라맨이 촬영하는 구형 16mm 필름 카메라의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시청자 모두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텔레비전을 지켜보았지만 필름 카메라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두 정상이 나누는 대화가 묻혀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었다.
굴 속처럼 울리는 대통령 만찬사
또한 14일 저녁 김대통령의 만찬사 역시 녹음취재 상태가 비정상적이어서 마치 동굴 속에서 만찬이 진행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또 평양에서 전송되는 생생한 화면은 각 방송사들이 미처 확인할 겨를도 없이 거의 리얼타임으로 방송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결국 각종 유형의 방송 사고를 내고 말았다.
2000. 6. 27
전후의 사정이 어떠하였던 그건 방송사의 문제이지 시청자에게는 관심밖의 일이다. 14일 뉴스데스크 시간에 방송된 김 대통령의 만찬사는 너무 울려서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거의 방송 사고나 다름이 없었고 급기야 사과 자막까지 내보내고야 말았다. 왜 이런 실수가 발생할 것일까?
▶우리나라 카메라 기자들의 오디오 경시 풍조
우리는 TV 카메라 기자라는 직업상 오디오보다 비디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 취재 현장에서 외신 방송 팀의 오디오맨을 보게되면-육중한 체격에 무슨 라인은 그리도 많은지 치렁치렁한 오디오 케이블을 몸에 감고도 부족해서 자기 키보다 길다란 붐 마이크를 챙겨들고 열심히 오디오 녹취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별스럽게 유난을 떤다고 느껴온게 사실이다.
개별적인 인터뷰 녹취는 확실하게 마이크를 세팅하여 취재하고있지만 현장음을 녹취하는 경우 따로 마이크를 들고 다니기 보다는 ENG 카메라에 부착된 지향성 마이크에 주로 의존해왔는데 그것은 고정된 마이크가 주는 편이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향성 마이크의 성능은 항상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음질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지향성 마이크의 특성상 주위가 비교적 조용하거나 잡다한 소음에 영향을 받지 않을 때 비교적 깨끗한 음질이 보장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정확한 녹음 취재가 불가능하다.
▶정상회담 취재 치밀한 사전준비 아쉬워...
이번 정상회담의 경우도 이같은 지향성 마이크의 사용이 빚어낸 실수였다. 회담장은 조용한 실내이지만 예상치 못한 필름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해 정상회담장의 육성이 필름 카메라의 소음 속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취재전 좀더 충분한 준비가 있었으면 사상 처음으로 언론에 근접 공개된 김정일 위원장의 생생한 육성을 더욱 명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취재팀이 정상회담 장에서의 복병(?)이였던 필름 카메라의 출현을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면, 14일 저녁 만찬사의 경우는 사전에 확인이 가능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오디오 사고가 발생했다는 데에 우리는 더욱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전 세계로 향한 만찬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만찬사는 마치 동굴 속에서 진행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소리가 울려서 도통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동굴(?) 만찬사는 각국 방송사의 방송망을 통해 전 세계로 메아리 치질 않았던가? 결국 이것은 평소 우리의 현장음 녹취에 대한 적당주의가 빚은 당연한 결과로 생각된다.
이제 영상취재의 반을 차지하는 녹음취재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왔다. 과연 그 동안 우리는 오디오 녹취에 얼마만큼의 열정을 보여왔는가? 녹취 때마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미세한 잡음을 체크하여 왔던가? 또 오디오 녹취는 오디오 맨 에게 일임하고 있지는 않은가? 또 현재의 오디오 맨이 전문 오디오맨 으로서 손색이 없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 만찬장이 특별한 장소였다고, 그렇게 붕붕 소음이 울릴 지 예상 못 했다고 변병하지 말자. 프로는 변명하지 않는다. 프로에게 실수란 인정되지 않는다. 정상회담 장에서 사라진 두 정상의 육성 부분과 만찬사의 교훈으로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를 지향해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겸허한 初心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
서영호 기자(영상취재1부 차장)
young@mbc.co.kr
정상 회담장의 카메라 모터소리
6월 13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는 온통 텔레비전 속으로 집중되었다. 두 정상의 만남은 마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보였고 모두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였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정상회담장안에서 들리는 우리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갑작스러운 기계 음에 우리는 또 한번 놀랐다.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에 웬 공사장 굴착기 기계음? 그것은 다름 아닌 북한 카메라맨이 촬영하는 구형 16mm 필름 카메라의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시청자 모두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텔레비전을 지켜보았지만 필름 카메라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두 정상이 나누는 대화가 묻혀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었다.
굴 속처럼 울리는 대통령 만찬사
또한 14일 저녁 김대통령의 만찬사 역시 녹음취재 상태가 비정상적이어서 마치 동굴 속에서 만찬이 진행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또 평양에서 전송되는 생생한 화면은 각 방송사들이 미처 확인할 겨를도 없이 거의 리얼타임으로 방송하기에 급급했기 때문에 결국 각종 유형의 방송 사고를 내고 말았다.
2000. 6. 27
전후의 사정이 어떠하였던 그건 방송사의 문제이지 시청자에게는 관심밖의 일이다. 14일 뉴스데스크 시간에 방송된 김 대통령의 만찬사는 너무 울려서 내용을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거의 방송 사고나 다름이 없었고 급기야 사과 자막까지 내보내고야 말았다. 왜 이런 실수가 발생할 것일까?
▶우리나라 카메라 기자들의 오디오 경시 풍조
우리는 TV 카메라 기자라는 직업상 오디오보다 비디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가끔 취재 현장에서 외신 방송 팀의 오디오맨을 보게되면-육중한 체격에 무슨 라인은 그리도 많은지 치렁치렁한 오디오 케이블을 몸에 감고도 부족해서 자기 키보다 길다란 붐 마이크를 챙겨들고 열심히 오디오 녹취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별스럽게 유난을 떤다고 느껴온게 사실이다.
개별적인 인터뷰 녹취는 확실하게 마이크를 세팅하여 취재하고있지만 현장음을 녹취하는 경우 따로 마이크를 들고 다니기 보다는 ENG 카메라에 부착된 지향성 마이크에 주로 의존해왔는데 그것은 고정된 마이크가 주는 편이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향성 마이크의 성능은 항상 우리가 기대한 만큼의 음질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지향성 마이크의 특성상 주위가 비교적 조용하거나 잡다한 소음에 영향을 받지 않을 때 비교적 깨끗한 음질이 보장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정확한 녹음 취재가 불가능하다.
▶정상회담 취재 치밀한 사전준비 아쉬워...
이번 정상회담의 경우도 이같은 지향성 마이크의 사용이 빚어낸 실수였다. 회담장은 조용한 실내이지만 예상치 못한 필름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해 정상회담장의 육성이 필름 카메라의 소음 속으로 파묻히고 말았다. 취재전 좀더 충분한 준비가 있었으면 사상 처음으로 언론에 근접 공개된 김정일 위원장의 생생한 육성을 더욱 명확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취재팀이 정상회담 장에서의 복병(?)이였던 필름 카메라의 출현을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면, 14일 저녁 만찬사의 경우는 사전에 확인이 가능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오디오 사고가 발생했다는 데에 우리는 더욱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전 세계로 향한 만찬사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 만찬사는 마치 동굴 속에서 진행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소리가 울려서 도통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동굴(?) 만찬사는 각국 방송사의 방송망을 통해 전 세계로 메아리 치질 않았던가? 결국 이것은 평소 우리의 현장음 녹취에 대한 적당주의가 빚은 당연한 결과로 생각된다.
이제 영상취재의 반을 차지하는 녹음취재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왔다. 과연 그 동안 우리는 오디오 녹취에 얼마만큼의 열정을 보여왔는가? 녹취 때마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미세한 잡음을 체크하여 왔던가? 또 오디오 녹취는 오디오 맨 에게 일임하고 있지는 않은가? 또 현재의 오디오 맨이 전문 오디오맨 으로서 손색이 없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 만찬장이 특별한 장소였다고, 그렇게 붕붕 소음이 울릴 지 예상 못 했다고 변병하지 말자. 프로는 변명하지 않는다. 프로에게 실수란 인정되지 않는다. 정상회담 장에서 사라진 두 정상의 육성 부분과 만찬사의 교훈으로 우리는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를 지향해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겸허한 初心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