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 밤 1시 반경...
서울 휘경동 도로변에서 환경미화 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이 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발생 시각이 인적이 드문 심야신간인데다 목격자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아 담당인 청량리 경찰서는 뺑소니 차량을 잡는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뺑소니 사고 차량이 흰색 카니발이었던 것 같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참조해서 뺑소니 전담반 형사들은 사고 현장을 살폈고, 길가에 방향 지시등이 한 개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유일한 단서인 이 방향 지시등의 모델을 찾는 한편,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의 옷에서 사고당시 차량으로부터 뭍은 것으로 보이는 페인트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이 옷을 국과수에 보내 차량의 색깔이 흰색이 아닌 은회색이라는 것을 밝혀냈고, 방향지시등의 모델이 카니발이 아닌 스타렉스 모델이라는 것을 확인해 사고 차량은 '은회색 스타렉스'로 압축됐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사고 차량이 집으로 가던 도중 사고를 냈다고 가정한다면 차량의 소유지는 서울 북부지역으로 다시 한번 압축되는데, 서울 북부지역에 등록되어있는 은회색 스타렉스는 1180대가 넘기 때문에 이들 차량을 조회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40여명을 투입해 동일 차종의 보험기록과 정비소 수리 일지를 점검, 확인 작업 끝에 721번째 조사차량이 방향 지시등과 그 주위에 충돌의 흔적이 있는 용의 차량으로 보고 운전자를 찾아, 운전자에게 일체의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사고 발생 20일 만의 결과입니다.
조사 결과 운전자는 친구와 소주 두 병을 나눠 먹은 뒤 음주운전을 했고 오토바이 뒤를 스쳤다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진술했습니다.
정년 퇴임을 1년 앞두고 그 같은 일을 당한 환경미화원 가족들은 처음엔 증거도 없이 뺑소니 운전자를 찾는 것에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경찰이 이렇게 어렵게 사건을 해결해서 그나마 응어리진 한이 풀리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뺑소니가 위험한 것은 살 수도 있는 사고 피해자를 길에 방치함으로써 제 2의 살인을 저지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뺑소니 검거율을 80%에 달하기 때문에 거의 잡힌다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합니다. 뺑소니에 관한한 각 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에 전담반을 구성해서 다른 사고 보다 특별히 중요하게 다루고, 이렇게 조그만 단서로 시작해서 결국은 범인을 잡아내고 맙니다. 뺑소니로 잡히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의해 일반 사망 사고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받게 됩니다.
아무도 안보는 새벽. 혼자만 도망가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의 모든 것들은 소리없이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안보이는 곳에서 밤낮으로 애쓰는 경찰이 많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자료출처: http://news.kbs.co.kr/column/col_view/column_5_0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