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많은 어머니들이 멍든 가슴을 안고 사는 줄 몰랐다.
오후 2시, 데스크로 부터 뇌성마비 어린이들의 작은 잔치를 취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아무 생각없이 도착한 자그마한 공원....
휠체어를 탄 많은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는 그들만의 잔치였다.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춤을 추는 아이, 벌려지지 않는 입을 오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 내가 정상인이라는 것이 이토록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았다.
어떻게 이들의 모습을 표현해야 할까.... 어려운 숙제였다.
일단 그들의 모습을 모두 담기로 했다.(표현에 자신이 없을 때, 촬영하는 테잎의 양이 많아진다) 특히 그들의 표정에 많은 신경을 썼다.
촬영하는 과정 속에서 점점 뚜렷하게 감이 다가 왔다. 그들이 나에게 해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들도 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을....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것을....
고통, 슬픔, 동정 이런 모든 감정은 표현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희망, 의지, 밝은 모습을 담아 달라고 나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회사에 돌아온 후, 편집과정 내내 나는 자괴감에 빠졌다.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가?','왜 이런 표정을 놓쳤을까?'
완성된 아이템은 아침뉴스에 나갔다. 방송 도중 내내 부끄러움에 몸둘 바를 몰랐다.
거품을 문 입가에서 솟아나는 미소, 맑은 눈동자, 몸을 비비꼬며 춤을 추는 아이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이 모든 것들을 내 눈으로 확인했건만....),
이 모든 것이 내 화면 속에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