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프로덕션
톱프로덕션은 세계 최초, 세계 최고, 범세계적 영상을 추구하는 프로덕션이다. 불교TV에 방영된 한국의 명찰 100편을 비롯, MBC 거대한 유통의 바다, KBS 자동차 천만대 시대 등 굵직한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 회사는 최근 전통 한국 장인을 다룬 ‘한국의 장인’을 제작 방영중이다.
글| 김대영기자 자료출처: 비디오플러스
다큐멘터리 분야는 저렴한 비용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프로덕션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 다큐멘터리를 고집하고 있는 프로덕션은 많지 않다. 톱프로덕션은 영상미를 강조한 정통다큐멘터리를 전문으로 제작해 주목을 끄는 프로덕션이다.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 위치한 톱프로덕션을 찾았다. 톱프로덕션은 20년간 KBS 보도국 카메라기자 생활을 한 백승대 사장이 운영하는 다큐멘터리 전문 프로덕션이다.
지난 1994년 9월 설립된 이 회사는 불교TV에 약 3년에 걸쳐 ‘한국의 명찰’ 100편를 제작 방영한 것을 비롯, MBC IMF특집 ‘거대한 유통의 바다’, KBS ‘자동차 천만대시대’ 20편, 수요기획-‘청백리 박수량 백비에 부는 바람’, ‘장애를 이긴 주니어 골퍼 제임스 명’ 등을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KBS ‘한국의 장인’과 보도 프로그램인 뉴스라인에
‘더불어 사는 세상’을 제작, 방영하고 있다.
정통 다큐멘터리의 맥을 잇는다
“저는 74년 KBS 카메라기자로 입사해 꼭 20년을 채운 1994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톱프로덕션을 차리게 됐어요. 제가 KBS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정통 다큐멘터리는 교양파트에서 다루지 못하고 보도국에서 다뤘죠. 당시 제가 촬영한 것이 ‘실크로드’, ‘신왕오천축국전’ 등이었어요.”
백승대 사장. 그는 26세 나이에 최연소 한국영화 촬영기사로 수편의 극영화를 촬영하고 월남에 종군하여 국방부 제작의 월남전선 문화영화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촬영경험을 가지고 있다. 1974년 KBS 보도국 카메라기자로 입사하며 본격 방송생활을 시작한 그는 다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다큐멘터리 장르에 매료됐다. 백승대 사장이 특히 정통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실크로드’, ‘신왕오천축국전’ 등 취재를 위해 인도에 4개월여 머물면서, 불교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미를 공부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후 1988년 미국 특파원 생활을 하며 백사장이 느낀 것은 진정한 프로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분야든 최고의 자리라면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홀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백승대 사장이 본격 프로덕션 설립을 생각한 것은 1994년. 직장에서 승진을 하며 일선직이 아닌 관리직으로 자리를 옮긴 백승대 사장은 현장에서 뛰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이 닿는 한 영원한 장인으로 살고 싶었어요. 관리직으로 내려앉아 일선 기자들이 촬영해 오는 영상물이나 보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아요. 특히 제가 사직을 결심한 것은 불교방송으로 자리를 옮긴 선배의 권유 때문이었어요. 당시 불교방송은 일본의 ‘명찰순례‘를 본뜬 ‘한국의 명찰’을 기획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선배가 제게 일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거죠.”
이미 ‘신왕오천축국전’ 등으로 불교에 관심이 있던 터라 일을 맡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백사장은 최고의 영상미를 구현하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현재의 톱프로덕션을 설립했다.
‘한국의 명찰’은 국내 1천8백여 사찰 가운데 100개를 선정, 제작에 들어갔다. 3년간의 제작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100편을 완성했지만 백승대 사장이 느낀 것은 프로덕션의 열악한 현실이었다.
“당시만해도 공중파 방송은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케이블 방송국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며 프로그램의 질은 큰 문제가 아니었어요. 말 그대로 방송에는 일류가 필요없다는 것이죠. 그저 질은 다소 떨어져도 저예산의 프로그램이면 만족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방송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최고의 영상을 보여주어야 하는 서비스 아닙니까”
약삭빠르게 시류를 타지 못하다 보니 직원 봉급 줄 수 있을 때가 제일 좋다고 할 정도로 회사의 재정상태는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톱프로덕션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상은 이렇게 가야 한다’는 전형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그 흔한 6mm카메라 한 대 쓰지 않는다.
“요즘 6mm가 좋다고 말을 하는데 사실 6mm는 심도가 낮아 방송화질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혼자서 찍다보니 화질이 더욱 떨어지는 게 자명한 일 아닙니까”
톱프로덕션에는 6mm카메라를 쓰지 않는다. 아무리 방송국의 제작비가 낮게 책정돼도 제대로 된 영상이 나오지 않으면 헛일이다. 특히 영상을 아는 사람에게 이러한 영상물은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영상은 정확한 연출가의 연출이 중요
“한 때 우리도 프로그램을 외국에 수출하고 싶어 깐느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마켓에 나가봤어요. 그 때 하루동안 둘러보고 얼른 가방을 닫았어요. 흔히 프로그램 수출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 외국시장에 나가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어요. 이 시장에 나온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공을 들여 제작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어요.”
백승대 사장은 아직 한국 프로덕션이 외국시장을 겨냥해 제작한 작품은 없다고 단언한다. 적어도 그 시장에서 팔기 위해서는 자연다큐멘터리 정도의 제작기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게 백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 프로덕션의 현실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낮은 제작비에 맞추려면 제작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저급한 품질을 양산하는 주요인이다. 또 해외에서 팔릴 수 있는 상품은 세계적인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콘텐츠이어야 한다. 주로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도 세계시장에서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숙련된 연출가의 정확하고 계산된 연출이 필수요건이다. 더욱이 주제는 범세계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제작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국내용 정도다. 기껏 수출한다 해도 우리보다 떨어지는 동남아나 중국 정도다.
특히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6mm 프로그램의 경우 백사장은 더욱 우려를 나타낸다. 저예산에 근거해 6mm 프로그램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사실 6mm의 최대 장점인 비용절감이라야 AD 등 2명 정도의 절약 효과밖에 없다. 그러나 영상의 질은 방송용 ENG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 더구나 일부 VJ들은 영상구도조차 제대로 잡지 못해 단지 질 낮은 프로그램의 양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물론 6mm는 취재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장기간 촬영에 용이하다는 것은 ENG 장비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6mm가 주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백승대 사장의 생각이다.
촬영 용역 등 각종 수익사업도 병행
프로덕션이나 방송국이 6mm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것은 저예산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백승대 사장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 프로덕션 중에 잘된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아마 없을 겁니다. 정부가 프로덕션을 문화산업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 예로 저는 수년전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을 만들겠다고 벤처허가를 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금 규모로는 제작 자체가 안돼요. 그래서 아직 손도 못대고 있는 현실입니다.”
백승대 사장이 기획한 것은 한국 고궁의 사계였다. 그러나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백승대 사장은 언젠가는 꼭 한국을 대표하는 영상물을 제작하겠다는 결심이다.
톱프로덕션은 모두 3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KBS 위성 2TV로 방영되는 ‘한국의 장인’을 전담할 2개 제작팀과 뉴스라인 ‘더불어사는 세상’을 제작하는 1개팀 등 10명이 뛰고 있다. 이와함께 운영중이 것이 카메라 용역이다. KBS 등 방송사의 카메라맨이 부족할 때 카메라맨을 지원하거나 미국과 일본의 협력회사의 촬영의뢰에 따라 촬영을 대행해 주는 일 등이다.
리스프로의 이동석 사장과 함께 제작한 현대그룹 홍보물 ‘아산 정주영’이나 LG의 ‘우리들의 성’, Q채널의 ‘한국인의 화장’, KBS ‘체험 삶의 현장’, ‘스프츠 파노라마’ 등이 그동안 촬영용역을 통해 만들어온 작품이다.
이밖에도 각종 홍보물이나 광고, 비디오 제작도 톱프로덕션의 주 사업이다. 정동호 의원 등 국회의원 홍보물이나 삼성전자 ‘비전 21C 3부작, 25주년 특집 3부작 등의 홍보물이 톱프로덕션을 통해 제작됐다. 또 중원산업의 ‘매직캡’, 한국코트랑의 ‘코트랑골드’ 등 CF나, LA현지 제작한 드라마 2편과 가수 소호의 뮤직비디오도 톱프로덕션이 제작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력은 역시 방송용 다큐멘터리다.
특히 1999년 KBS 수요기획으로 방영된 ‘청백리 박수량 백비에 부는 바람’이나 지난해 방영된 ‘장애를 이긴 주니어 골퍼 제임스 명’ 등은 프로그램 질과 함께 시청자들의 주목을 끈 작품이다.
‘장애를 이긴 주니어 골퍼 제임스 명’은 장래가 촉망되는 재미 골퍼 제임스 명을 다룬 작품으로 그는 한쪽 다리를 잃어 골퍼의 꿈을 접었지만 의족을 달고 다시 골프를 시작한 의지의 한국인이었다.
이밖에 KBS 위성 2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한국의 장인’은 한국의 인간문화재 20명을 선정, 그들의 제작과정 등을 집착 취재하는 작품으로 현재 톱 프로덕션이 가장 힘을 기울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장사꾼이 아니니 돈은 더 들어갑니다. 그러나 영원한 장인정신으로 정통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미·니·인·터·뷰
윤정현 PD
■ 자신을 소개한다면
톱프로덕션에 프리랜서로 참여, ‘한국의 장인’을 제작하고 있다.
불교TV에서 6년간 PD 생활을 하며 쇼, 교양,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당시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은 94년 휴먼다큐 ‘우리 부처님 같이’ 등이 있다. 이후 프리랜서로 독립, EBS의 ‘수학으로 보는 세상’,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을 제작했다. 한 때 인터넷방송국에서도 근무했지만 현재는 뜻맞는 동료와 솔프로덕션에 소속돼 있다.
■ ‘한국의 장인’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총 20편이 기획중인 프로그램이다. 현재 7편이 제작완료된 상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요무형문화재급 장인들을 찾아 그들의 제작과정과 삶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다. 일주일 중 4일간 2명이 제작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
■ 에피소드는
역시 힘든 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공부하랴, 프로그램 제작하랴 이래저래 바쁘다. 더구나 취재원 가운데는 취재에 적극 응해주지 않는 분들도 있어 선정작업 자체부터 어려움이 있다. 한 예로 한참 촬영중에 이제 그만 하자며 돌아가 버리는 경우도 있고 겨울에 작업해야 하는 것을 여름에 찍을 수밖에 없어 난감한 경우도 있다.
■ 앞으로 계획은
특별한 것은 없다. 현재 제작중인 ‘한국의 장인’이 20편 모두 무사히 제작되길 바랄 뿐이다. 단지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수준 높은 휴먼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