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81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 Attached Image



故 김선일씨를 취재하고…

6월임에도 불구하고 폭염이 내리쬐던 6월의 아침… 한국청년 한 명이 이라크의 무장단체에 둘러싸여 눈물로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과 안타까움을 느끼며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길에 나섰다. 그로부터 몇 분 후 부산으로 출장을 가라는 데스크의 취재지시를 받는 순간, 피랍된 한국인 김선일씨에 관련된 취재임을 직감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일정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장비를 챙기고 수원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로 내려갔다. 점심도 대충 휴게실에서 먹고 서두른 덕분에 오후 3시경에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선일씨의 집 앞은 취재진들과 중계장비들로 좁은 골목이 더욱 더 비좁게 되었고, 평소 조용했던 동네도 낯선 이방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첫날은 부산의 습한 새벽공기를 맞으며 밤을 꼬박 샜다. 주위의 다른 기자들도 나와 마찬가지였는데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자리를 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장단체가 제시했던 24시간의 시간이 그렇게 조금씩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골목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연 이틀 이어졌다. 옷은 점점 더러워져가고 땀에 젖은 속옷은 몸에 착 달라붙어 불쾌했다. 출장준비를 할 틈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단벌신사(?)’의 처지였다. 힘든 몸을 가누며 골목에서 다른 기자들과 같이 대기하던 무렵… 무장단체가 예고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자 낙관적인 전망이 각 방송사에서 쏟아졌다. ‘이제 곧 돌아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모르고 취재를 계속할 수 있었다. 기뻐하는 김선일씨의 식구들 모습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뉴스에서는 계속해서 기뻐하는 김선일씨의 부모님들의 모습이 방영되었고, 그때까지 그가 피살되리라고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평온하게 지날 것 같았던 상황은 언론사들에게 ‘오보’라는 불명예를 씌우는 상황으로 급변했고, 대한민국의 한 청년은 낯선 이국 땅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사라졌다.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오열의 순간을 취재하면서 나의 가슴속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하였고, 어느덧 그들을 바라보던 뷰파인더는 땀과 눈물로 얼룩져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취재는 끝났다.
힘들었던 취재였지만, 느낀 점도 많았고 카메라기자로서 조금은 성장한 기분이다.
끝으로, 언론사들의 치열한 취재경쟁에 상처 입은 유가족들에게는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고, 고인이 된 김선일씨의 명복을 빈다. 또, 부산에서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부산지역 카메라기자 선배님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경인방송 영상취재팀 양태환 기자

  1. No Image 11Aug
    by
    2005/08/11 Views 7240 

    베이징 6자 회담에 다녀와서

  2. 북극 도전 촬영기

  3. 아직도 끝나지 않은 5.18의 숙제

  4. No Image 13Jun
    by
    2005/06/13 Views 8066 

    학부모 찬조금에 대한 단상

  5. No Image 11May
    by
    2005/05/11 Views 7508 

    양양 산불 현장에서

  6. No Image 24Mar
    by
    2005/03/24 Views 8258 

    씻겨나가 평평해진 도시 - 반다 아체

  7. No Image 24Mar
    by
    2005/03/24 Views 8072 

    기아자동차 채용비리에 대한 취재방해 행위를 바라보면서....

  8. No Image 09Aug
    by 양태환
    2004/08/09 Views 8116 

    故 김선일씨를 취재하고…

  9. No Image 25Feb
    by
    2004/02/25 Views 8630 

    해파리의 침공 제작기

  10. No Image 15Jul
    by
    2003/07/15 Views 7276 

    르포 2003” 취재기/그곳에 “북한 가려면...

  11.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8141 

    전통다큐멘터리의 톱을 지킨다

  12.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7380 

    방북 촬영장비 준비

  13.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7406 

    방북취재를 위한 국내의 서류절차들

  14.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7088 

    북한관련 프로그램의 기획요령과

  15.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8229 

    고이즈미 내각의 신 탈아입구(脫亞入毆)론

  16.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9181 

    특집 EBS자연타큐멘터리 2부작 -개미들의 삶을 영상으로 기록

  17.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8749 

    인도 홍등가의 작은 반란

  18.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7129 

    EBS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뉴스’

  19.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7076 

    NAB의 SONY

  20.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7377 

    NAB 2001 참관기

  21. No Image 08Jul
    by
    2003/07/08 Views 7006 

    뛰면서 꿈꾸는 이들이 모여 있는 일당백의 ‘막강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