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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 취재... 어떻게 해야 하나?

 2006년 3월 23일. 제 13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공동취재단은 결국 철수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공동취재단의 이러한 결정은 50여년 만에 혈육의 정을 나누는 뜻 깊은 이산가족 행사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취재 및 보도하지 못한다는 결과를 낳았지만, 북측의 일방적인 취재 제한 조치 및 취재 도중 계속되는 방해 행위에 대하여 공동취재단이 강한 항의 의지를 가지고 행사 기간 동안 계속되는 릴레이 회의 끝에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다.

 ‘이산가족 공동취재단’은 6개의 방송사와 8개의 신문사 그리고 통신사인 연합뉴스 취재진으로 구성되었다. 공동취재단은 상봉행사에 관한 취재 정보에 대하여 모든 것을 공유하고 취재 일체 행위에 대하여 공동으로 행동한다는 입장을 갖는다. 특히, 12차 이산가족 상봉 취재 당시 SBS 기자의 ‘납북자’ 표현으로 불거진 북측 취재 검열에 대비하여 북측과의 문제 상황 발생 시 단장을 주축으로 모든 취재단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통하여 해결 방법을 모색함이 주목적이었다.

 2006년 3월 20일. 첫날, 15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단체 상봉 행사부터 우리는 취재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수백 명의 이산가족들이 모이는 행사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족들이 만나기 때문에 취재의 효율성을 위하여 방송팀은 3개조로 나눠 취재를 했다. 수십 년간의 단절로 인해 생겼던 장막이 일순간 허물어져 버린 가족들은 사무친 한과 기쁨을 일순간 눈물로 쏟아냈다. 이를 담아내야만 하는 취재진들. 2시간 남짓의 행사라지만 기사가 될 만한 장면들은 처음 상봉 10분 안에 결판이 나기 때문에 사전 취재했던 가족들 위주로 계획된 동선 안에서 부산히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기자단’ 완장을 찬 북한 감시원들은 시작 5분 후부터 슬슬 취재 방해를 해왔다. 영상기자 몸 밀치기, 가족들 곁에 슬쩍 들이댄 와이어리스 치워버리기, 울음을 터뜨리는 북측 가족 체크 및 울음 그치게 다그치기 등. 이산가족의 심정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우리 취재단의 의도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은근슬쩍 시비를 걸어왔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시작에 불과했다. 문제는 송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북측은 송출 전 영상 및 오디오 검열을 하고, 공동취재단 방송기자의 ‘납북’, ‘나포’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아 위성송출을 가로막았다. 또한 중계차 안으로 들어와 임의로 중계 장비 버튼을 건드리려 했으며, 이런 방해 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취재기자단을 완력으로 밀어버리기까지 했다. 또한 MBC와 SBS 기자 오디오 테이프를 빼앗아 갔으며 다음부터는 기사를 미리 보여 달라는 비상식적인 요구까지 해댔다. 18시 30분에 시작된 위성 송출은 오디오 내용 문제로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나 우리의 취재 권리 요구는 22시가 넘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2006년 3월 21일. 북측은 전날 상황과 21일자 ‘취재방해’를 골자로 한 조간신문 기사를 이유로 들며 MBC 전봉기 기자와 SBS 한승구 기자에 대하여 취재 불가 통보를 내렸다. 이에 맞서 23명의 공동취재단원은 회의를 통하여 항의의 뜻으로 21일 하루 동안은 취재를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곧바로 북측은 오전 개별 상봉 일정을 취소해 버리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계속 미뤄진 상봉행사는 결국 오후에 재개됐지만, 북측과 공동취재단 의견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다음날로 넘어가야만 했다.

 2006년 3월 22일. 09시부터 시작된 작별 상봉 시간. 주먹구구식으로 공동취재단의 취재를 방해하던 보장성원들은 SBS 한승구기자의 얼굴을 식별하지 못해 취재 제한 조치를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예의주시하고 있던  MBC 전봉기기자가 스탠드 업을 시작하자 몸으로 밀쳐내기 시작했다. 결국 강경하게 나오는 2명의 북측 요원과 몸싸움 직전상태까지 격하게 대립하게 됐다. 13시, 북측으로부터 1차 상봉자들과 함께 M, S 취재기자는 같이 떠나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또한 사실상 추방 조치를 내리며 10시간 동안 고령의 이산가족들의 발을 묶어 놓는 비인도적인 처사까지 보였다. 이에 대하여 우리는 심사숙고 끝에 공동철수를 결의했다. 곧이어 남측 통일부 기자실에 ‘전원 철수’ 사전 통보를 하였고 이 소식을 접한 정부당국은 우리의 강경한 행동조치에 대해 당황하기 시작했다. 북측과 대화 시도를 했던 통일부는 공동취재단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 라는 부탁을 했고, 우리들은 정부가 조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해줄 것이라 믿고 한발 물러서 철수 의견을 잠시 접어두었다.

 18시, 가족들을 볼모로 삼았던 북측은 M, S 기자가 떠나지 않으면 13차 2진 상봉은 없는 것으로 하겠다고 알려왔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자에 대하여 ‘공화국법에 따른 처리’를 운운하며 협박까지 했다. 어차피 MBC 전봉기 기자는 1진 상봉 행사만 신청해놓은 터라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한승구 기자에 대한 북측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 우리는 대응 회의를 재개했다. 회의 결과 공동취재단은 한승구 기자의 추방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고, 2진 취재 역시 우리가 계속 하겠다는 하나의 의지를 모았고 이를 계기로 우리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여 계속 버티기로 했다.

 22시 30분, 갑자기 SBS 회사 내에서 한승구 기자의 철수를 지시했다. 통일부의 미온적 대치로 인하여 회사 내부에서는 한승구 기자가 철수하지 않아도 지속적인 취재가 어려울 것 같고 신변안전 확보 역시 약속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통보했다. 결국 23시까지 무조건 1진 이산가족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북측의 공식 발표에 부랴부랴 한승구 기자는 철수하게 되었다.

 2006년 3월 23일. 이른 아침부터 취재단의 향후 행보에 대하여 릴레이 회의를 진행한 끝에 다수결로 철수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물론 당일 도착할 2진들에게 그간의 상황을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해야하는 문제가 남아있었지만, 최대한 빨리 우리의 철수 의견을 공식화해야 했다. 결국 이산가족 상봉행사 취재단의 일정은 4일 만에 철수를 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문제 발생 시 정부와 북측이 서로 협의를 거치는 것 없이 통일부와 통일부 기자단과의 합의로 해결을 보려는 미온적 정부의 자세는 분명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또한 통일부를 위한 취재 행사로 느껴질 정도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받았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북측 취재 시 겪어온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에 대하여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되도록 공론화 시켜야 되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북측의 취재 방해는 상대 지역에서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한 남북 간의 합의 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였고, 북측은 관련 사항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남북 당국은 인도주의와 대화교육의 장에서 취재 자유가 보장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SBS뉴스텍 영상취재팀 배문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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