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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에서





현장1-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유명업체에서 지은 아파트의 처마가 무너졌다는 얘기를 듣고서 현장을 찾았다.
사고가 난 H아파트는 2년 전에 입주를 시작한 새 아파트였다.

사고가 난 처마는 가로 5 미터, 세로 1 미터, 깊이 1미터이고 총무게가 5톤 이상 나가는데 처마를 고정하는 연결 철근이 부실하게 공사가 되어있어 그 하중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황당한 사고였다.

현장은 흥분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너져 내린 처마를 불안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 해당업체의 홍보팀 담당자가 나와서 주민들에게 땅에 닿을 듯이 사과를 하고 있었고 주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출입구 19곳도 모두 같은 방법으로 시공된 것이라서 복구 지원팀은 현관마다 임시 철봉을 갖다 대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취재팀은 우선 주민들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 주민은 우리가 이곳 시골에 무엇을 보고 입주를 했겠느냐며 그 잘난 회사 이름보고 했는데 이게 무슨 꼴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다른 주민들은 정말 인명피해가 나질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면서 안도의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어떤 어르신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런 대기업에서 공사를 이따위로 해!
제비집을 지어도 이것 보다는 잘 짓겠다” 라면서 혀를 찼다.

우리 취재팀은 이런 사고 현장을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해줄 전문가를 수배하였다.
다행히 현장과 가까운 쪽에 있는 전문가를 찾을 수 있었고 오후에 그들과 현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해두었다.

점심 식사 후에 취재팀은 다시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사고 아파트의 분위기는 오전 상황과는 너무 판이하게 달랐다.
우리를 대하는 주민들의 반응이 싸늘해져 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주민 대표라는 분이 우리 취재팀을 막고 나섰다.
이유인즉 이미 보도된 것은 할 수없고 이 시간 이후에는 모든 취재 내용이나 방송사 자체의 조사 활동을 묵인 할 수없다고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새벽에 본사 야근 근무자가 밤잠을 설쳐가면서 부실한 공사에 대한 보도를 하였건만 이제는 주민 대표라는 분이 선두에 서서 우리 취재를 방해하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일까?

우리 상식이라면 자칫 큰 인명사고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었든 사건을 만천하에 알려 앞으로 이러한 사건 재발을 막고자하는 것이 우리 보도의 참뜻이 아닌가!

이 사건의 보도 역시 그곳 주민의 제보에 의한 것이었다.

또한 주민 대표는 막 조사 활동을 벌이던 사고 업체 조사요원의 활동조차 막으면서 주민 자치회에서 지정한 업체 외에는 일체의 조사 활동도 안 된다 면서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그리고 주민 대표는 또 보도가 나가게 되면 반드시 아파트 이름을 빼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주민 대표와 취재팀과의 대화 중에 주변에 있던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며 근심스러운 표정이다.

마침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초등학교가 끝난 시간이었는데 여러 명의 어린이들이 방송 카메라를 보면서 “아저씨! 우리 아파트 값 떨어져요 찍지 마세요” 라는 말에 정말 갑자기 어께에 메고 있는 카메라가 왜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당장에 주민들은 자신들의 아파트 사고가 났을 때에는 우리 취재팀과 같이 공분을 느끼며 흥분을 하였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진정을 되찾을 시점에서는 이제 자신들의 아파트 값 등락에 사로 잡혀있는 주민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을 금할 수없었다.



현장2-

지난 4월 구리 시에서도 위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역시 한 유명 건설업체에서 지은 D 아파트.
이번엔 처마가 아니라 집안 천정이 내려앉은 희귀한 사고였다.

당시에도 사고가 새벽 시간에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가족들이 다 모여 있었을 저녁 시간에 천정이 무너져 내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고가 난 아파트는 천정의 석고보드를 고정시키는 연결 나사못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사건이었다.

연결 부위에 사용된 플라스틱 나사는 처음에는 견고한 듯 보이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나사못에 포함되어있는 수분이 점차 증발하면서 석고보드의 하중을 견디지 못해 끊어지는 단점이 있어 요즈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소재였다.

그 나사못을 생산한 업체는 현재 부도가 난 상태였다.

그 아파트는 사고가 난 집만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다른 집들도 상황은 비슷해 언제 천정이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가운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한 데에도 우리가 첫 보도를 한 후에 후속보도를 위해 취재를 나갔을 때에도 주민들의 반응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멀쩡히 인터뷰를 다 해놓고도 취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인터뷰는 꼭 좀 빼달라고 간곡히 요청을 한다.

자신의 얼굴이 나가면 주민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난리가 난다면서 극구 자신의 얼굴을 삭제해달라고 애원을 해 온다.

우리는 취재팀은 사고가 난 아파트 외경을 찍기 위해 트라이 포트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30중반 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왜 아파트를 찍으세요?
허가는 받으셨어요?” 라면서 따지듯 묻는다.

우리는 역시 이 같은 사고 재발을 막고 다른 업체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자리에 있지를 않는가!

우리는 “만약에 이 사고가 아주머니 댁에서 일어났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고 반문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목소리의 톤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의 흥분한 목소리에 아주머니는 멀쑥이 쳐다만 보고서 슬슬 뒤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뭐니 뭐니 해도 MONEY 라고 한다지만 요즈음의 한 세태를 보는듯해 영 뒷맛이 개운 칠 않았다.


문화방송 보도국 영상취재부
서영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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