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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전쟁 취재에 대한 교훈얻은 소중한 경험

인천-영국-시리아-레바논

 폭염에 휩싸인 레바논을 취재하기 위해 택한 첫 번째 관문 영국공항. 취재진들은 레바논 전쟁터에서 어떻게 취재해야할지를 고민하느라 사뭇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나 레바논은 커녕 영국공항에서 환승을 하면서부터 일은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런던 공항에서 발권을 담당하는 항공사 직원은 취재진에게 시리아 비자를 요구했고, 이에 취재진은 한국은 시리아와 외교관계를 맺어 사전에 비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항공사 직원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무비자 입국여부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당장 귀국조치 시키겠다”고 했다. 해명은 전혀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입국규정이 적인 책자를 가져와 시리아에서의 비자면제 규정에는 한국이 적혀 있지 않다고 따지는 것이었다. 이에 우리는 시리아 공항에 확인해 보면 될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똑같은 얘길 반복하길 1시간 반, 갑자기 항공사 직원은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해결됐다며 발권을 해주는 것이었다.

 시리아 다마스커스 공항에선 통상 금액만 지불하면 해결 되는 비자였지만, 상황이 위험하다며 취재진을 여기저기 사무실로 데려가 여러가지 확인절차를 거친 뒤에야 비자를 발급해주었다. 취재진은 시리아에 도착했을 뿐인데 에너지를 절반 이상 소모해 버린 느낌이 들었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느낀 예상밖의 평화

 장장 7시간이 걸려 도착한 레바논 베이루트는 전쟁터라고 하기엔 예상외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시리아에서 베이루트까지 가는 동안 취재진을 안내한 운전기사와 현지 코디에게 수없이 들었던 위험이라는 단어는 전혀 실감이 나질 않았다.

 레바논 전쟁은 종교전쟁이기에 이슬람 시아파거주 지역들만이 위험할 뿐 그 외의 지역은 매우 평화로웠다. 전쟁터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선 폭격이 이뤄지고 있는 남부지역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취재진이 확보할 수 있는 정보라고는 호텔에서 보는 CNN과 BBC 그리고 현지 코디네이터가 알려주는 로컬 방송뿐인데다, 고용한 현지코디네이터가 남부로 내려가는 것에 부정적이어서 초반 취재는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취재시작 4일째 되던 날『한국시간 7월 30일 새벽 이스라엘이 두 차례 공습을 가해 건물 수십 채가 붕괴되면서 지하 대피소에 있던 어린이 22명 포함 51명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레바논 전쟁에서 가장 큰 사태가 발생』했다.

 같은 시각 취재진은 레바논 남부 시돈(카나에서 40분 거리)에서 취재를 하던 중에  로컬 TV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하게 됐다. 우리는 즉각 카나로 가려했으나 코디가 "매우 위험한데다 도로가 붕괴 되 갈 수 없다"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베이루트로 돌아오게 됐다.

취재진의 안전 확보에 대한 논쟁 벌어져

 취재진은 숙소로 복귀해 카나행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쟁점은 취재진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였다.  취재진 사이에는 신중론과 적극론이 팽팽하게 맞섰고 1시간 넘게 언성을 높이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그때 마침 TV에선 ‘이스라엘과 해즈볼라가 48시간 동안 공습중지하기로 했다’라는 뉴스가 나왔고, 이 뉴스를 본 팀원들은 카나행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도로가 다 파괴된 까닭에 산길로 3시간 걸려 카나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로 들어서자 마치 유령도시를 연상시키는 듯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전방엔 온전한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취재팀은 신속하게 현장 스케치를 마치고, 전날 폭격 당했던 대피소 앞에서 취재기자 스탠드업을 잡기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어딘 선가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몇 초 뒤 또 다시 두세 차례 강렬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폭격중지 상태로만 알고 있었던 취재진은 혼비백산이 됐고, 위성인터넷 사용을 위해 필드테스트를 하고 있던 나 역시 안테나를 바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레바논 사태

 카나 마을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레바논사태는 점점 더 심각해져 갔다. 야간이면 폭격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가 됐고, 그간 공격하지 않았던 북부지역과 기독교지역에 까지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또 베이루트까지 공격을 하겠다며 불온선전물을 뿌려댔다. 레바논주재 한국대사관에서는 취재진들에 대해 소개명령을 내리기 시작했고 만일의 경우 배편으로 키프로스로 대피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를 하기도 했다. 사태추이가 이렇게 변하면서 취재진의 취재반경은 더욱더 줄어들었고 철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며칠간의 고전 끝에 결국 MBC 취재진은 레바논 철수를 결정했다. 철수 루트는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통해 항공편으로 두바이로 나가는 것. 하지만 레바논과 시리아의 국경 세 곳중 두 곳이 이미 폭격으로 파괴됐고 마지막 남은 한 곳에 가기 위해선 산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또 현지에 휘발유 가격이 폭등한데다 위험지역을 가야한다는 이유로 운전기사들은 턱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했다. 취재진은 어쩔 수 없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동이 트기 전에 시리아로 출발했다. 군데군데 끊어진 도로와 다리를 넘어 펼쳐지는 아름다운 지중해를 바라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10시간 정도 걸려 간신히 시리아에 도착한 뒤 우리는 긴 한숨을 돌렸다.  

귀국하는 길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시리아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취재진은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마스커스 공항에 4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다마스커스 공항은 시리아를 빠져나가기 위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무질서와 혼돈의 공항에서 취재진은 3분을 남겨놓고 가까스로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두바이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두바이 공항에서는 취재진이 갖고 있던 방탄조끼와 방탄헬멧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두바이 공항 경찰서까지 가서 신원을 확인한 후에야 입국이 가능하게 됐다.  

 전쟁 취재라 함은 기본적으로 전쟁의 야만성과 참상을 가까이 접근해 보고 느낀 바를 시청자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전쟁터를 취재 하고 돌아온 뒤에 느낀 것은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일만이 전쟁취재의 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전쟁터에 접근하고 또 취재한뒤 안전하게 벗어나는 것. 아울러 생사를 건 전쟁터에서 취재를 하는 동료들과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한 갈등을 지혜롭게 해소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잘 극복해야지만 전쟁리포트가 제대로 취재될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얻고 돌아왔다.

MBC 보도국 영상취재2팀 권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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