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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 취재 후기

매캐한 냄새로 가득한 화재 현장. 온통 검은 빛에 아수라장이 돼버린 외국인 보호소

2월 11일 새벽 연락을 받고 달려간 현장의 첫 모습이었다.

 불이 난 곳은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3층 외국인 보호실이다. 긴 복도를 따라 좌우로 각각 3개의 외국인 보호실이 자리하고 있는 구조였다. 생각보다 복잡한 건물 구조에 한참을 찾다 도착한 화재 현장은 아직 매캐한 유독가스가 남아있었다. 잔불을 정리하고 있는 소방대원, 사건 조사를 위해 나온 경찰들 모두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취재를 위해 이곳저곳을 살펴보다 검게 그을린 벽면에 희미하게 남겨진 한 외국인의 손자국을 발견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하게 몸부림 쳤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숨진 외국인 들은 대부분 발화 지점과 가장 멀리 떨어진 화장실 부근에서 발견됐는데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숨진 것으로 추측됐다.

이번 화재로 숨진 사람만 10명

 모두가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이다. 이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진 데는 보호실 안에 수용돼 있던 사람들이 신속하게 대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할 당시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은 소화기로 자체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소화기 손길이 미치기도 전에 불길은 삽시간에 옆 동으로 번졌고, 맘이 급해진 직원들은 열쇠로 보호동의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여섯 동의 문을 모두 열기도 전에 보호실은 이미 가스로 가득 찼다. 우레탄 재질의 바닥재가 타면서 나온 가스가 치명적이었다. 실제로 화재 현장에는 보호실 문이 강제로 열린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자물쇠를 강제로 자르고 갇혀 있던 일부 외국인들을 대피 시킨 것이다. 하지만 미처 대피하기도 전에 유독가스에 질식사한 사람들이 많아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화재원인은 경찰 수사결과 방화다.

 사건 당일 정신없던 상황에서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중 한 사람이 사고 발생 몇 분 전에 누군가 화장지로 폐쇄회로 카메라를 가렸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취재도 방화 쪽으로 좁혀져갔다. 불에 타 검게 그을려 바닥에 떨어진 폐쇄회로 카메라를 찾아서 촬영하고 병원에 누워있는 부상자를 찾아가 ‘누군가 불을 질렀다’라는 인터뷰도 확보했다. 결정적으로 부상자의 인터뷰가 수사상에 방화 정황을 잡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긴박했던 사고 현장, 그리고 수사 방향을 이끌어가는 한 발 앞선 취재와 촬영

 잠깐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또다시 뉴스 시각이 돌아오고 취재와 보도가 꼬리를 무는 일정 속에서 방송 뉴스는 심층 취재도 중요하지만, 신속하게 보도하기 위한 준비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하루하루 바쁘게 펼쳐지는 대형 참사 취재와 촬영 속에서 생생하게 얻을 수 있었던 값진 체험이라 생각한다.

김용석 / 여수MBC 영상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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