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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최초보고, 일본 자위대 이렇게 만들어진다

군대 아닌 군대, 자위대

 자위대! 군대가 아니면서 최신 이지스함과 잠수함 그리고 최첨단 비행기로 무장한 군대 아닌 군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로 상징되며 동북아시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두려운 조직!  우리가 아니 내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자위대다.

 일본은 모병제 개념을 채택한 국가다. 즉, 원하는 사람만이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조직이다.  과연 어떤 젊은이들이 그 고생길(!)로 간단 말인가? 그 사람들은 어떤 훈련 과정을 거쳐 자위대원으로 성장하며, 어떤 국가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군인의 길이란 무엇일까? 이번 프로그램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자위대원이 말하는 자위대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는 내레이션 없이 자위대원의 목소리로만 전체를 끌고 나가려 했다. 방위대학교, 간부학교, 중앙즉응집단 등 자위대 양성 교육생들을 밀착 취재해서 그들의 가치관과 국가관을 진솔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취재 첫 날 방위성은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잘라버렸다. 그들이 허용한 시간, 공간, 인물에 한해서만 취재가 가능하며 어떠한 연출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방위성과 자위대는 KBS에게 취재를 허가했지만 여전히 우리를 불신하고 있는 듯 했다.  멀고도 가까운 한 ? 일간의 미묘한 거리만큼! 전체적인 틀이 깨져버린 상황에서 방위성 측과 의견 충돌은 불가피 했다.  그나마 허용된 범위 안에서 욕심을 채우다 보니 당연한 결과였던 셈이다.   

 취재기간 내내 우리와 동고동락을 함께한 방위성 국제홍보팀 아끼오시 상.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쫓아다니며 간섭하고 제한하고 그 날 취재 내용을 윗선에 보고하고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오하이오’를 웃으며 인사하는 전형적인 일본공무원이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바른생활 사나이. 정해진 규칙과 시간표를 들이대며 끊임없이 경고를 남발하던 그와 특히 많이 충돌했고, 그때마다 폭탄주를 먹으며 우리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설득했다. 결코 우리의 취재는 단순하게 자위대가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첨병이라는 단편적인 사실 확인이 아니라 자위대원이 말하는 자위대임을…

시작하고 5분을 버텨라

 다큐멘터리 제작하면서 항상 하는 고민이다. 5분 이내에 흥미를 끌지 못하면 채널은 돌아가게 마련이다. 특히나 시사기획 “쌈”은 밤 11시 30분이라는 취약 시간에다 오락 프로그램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프롤로그는 시청자에게 호기심과 시선을 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영상 기획자로서 카메라기자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자위대”의 경우 쉽게 생각하면 화력시범, 이지스함, 훈련 모습 등 좋은 컷들을 짜깁기해서 적당히 긴장감 있는 음악을 입혀도 된다. 그것은 누구나 생각하는 프롤로그다. 그러나 프롤로그는 의외성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자위대 프롤로그는 언젠가 영화에서 본 장면을 상상하면서 구성했다. 조용하게 흐르는 비장한 음악과 함께 제복을 정성스럽게 입고 있는 자위대원. 국기 게양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일본 國歌. 파란 하늘에 나부끼는 일장기. 일장기 펄럭이며 파란 하늘 바탕에 제목이 들어간다. 만약 사전에 치밀한 콘티가 없었다면 단, 10분 안에 그 장면을 완성하기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승부는 현장에서  

 NLE의 출현은 좋은 앵글, 좋은 영상의 의미를 퇴색시켜 버리는 마약이다.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분할하고 화려한 효과를 적용하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번 자위대는 최대한 컷 편집만 고집했다. 그러려면 현장에서 모든 과정을 후회 없이 마무리해야 했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좋은 그림 나올 때 까지 얼마든지 연출을 해주지만 자위대는 그렇지 못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순간순간 벌어지는 상황을 최대한 밀착해서 그들이 힘들어 하는 숨소리 하나하나를 실감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도쿄대 출신 육상 자위대 간부학교 후보생인 ‘아끼’양의 장애물 훈련을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밀착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다행히 후배 카메라기자가 같이 동행했기에 아주 역동적으로 훈련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역시 현장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앵글, 카메라기자의 고민과 땀방울이 담겨 있는 그림은 지금 다시 보아도 생명력이 오래간다는 소박한 진리를 깨달았다.   

 자위대의 훈련 과정은 전체적으로 국군과 비교하자면 오히려 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훈련에 임하는 자위대원은 정말 진지했고, 눈빛이 살아 있었다. 투철한 국가관과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일본인을 위해 봉사한다는 신념은 요즘 병역 의무에 임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과 비교하면 훨씬 뛰어나 보였다.

 일본은 군대를 가지고 싶어 한다. 과거의 침략하는 군대가 아닌 보통 국가인 일본을 지키는 개념으로서 자위대는 군대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헌법을 어기면서까지 이라크 등 분쟁 지역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 또한 일본 국민들에게 화력 시범 훈련 과정을 공개하고, 이지스를 개방하고, 요코스카 수상 공원 근처에서 잠수함을 정비하면서 친근감을 가지려 한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자위대의 실체를. 다만 그들이 가장 경계하고 싫어하는 것은 알 것 같다. 자위대가 전 세계에 과거 군국주의의 부활로 알려지는 것이다.    

신동곤 / KBS 보도본부 영상편집제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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