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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보다 더 끔찍했던 아이티 참사

신봉승 / KBS 보도영상팀

  아이티는 가는 길도 멀었다. 서울에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까지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네 번 갈아탔고, 여섯 번의 기내식을 먹어야 했으며 도미니카공화국 공항에서 육로로 10시간을 달려서야 겨우 도착할 수가 있었다. 75시간의 긴 여정으로 온 몸이 지친 상태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지진 발생 5일차에 현장에 겨우 도착한 취재진은 진도 7.3 지진의 참상을 눈이 아닌 코로 먼저 느낄 수가 있었다. 콧속을 밀고 들어오는 비릿한 냄새, 1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실감하는 데는 후각 하나면 충분했다.

텐트를 준비하지 못해 프레스룸을 숙소 삼아 잠을 자던 첫날 밤. 아이티 모기들은 처음 맛보는 동양인 피가 그토록 맛있었는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양말 속으로 바지 밑단을 집어넣어도 보고 수건으로 얼굴을 덮어 신체노출을 최소화해도 덤벼드는 모기들은 피해갈 수 없다. 결국은 프레스룸을 뛰쳐나와 119구조대가 건네준 모기장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지만 모기장과 맞닿는 부분은 여지없이 아이티 모기들에게 헌혈보시를 해야만 했다.

낮에는 무질서와의 싸움이었다. 길거리 한가운데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시신, 그리고 아무도 치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울에서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취재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UN군이나 경찰이 보이지 않는 변두리의 피해지역은 안전을 위해 섣불리 들어갈 수도 없었다. 외국 대사관, UN군사령부, 외국기업체 주위에는 구호품과 일자리를 얻고 이민을 하려는 난민들이 구름떼처럼 모여서 그들을 달래가면서 취재를 했다.

아이티는 이번 출장팀이 꼽은 최악의 해외출장지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출장을 함께 다녀왔던 윤양균, 송상엽 선배 두 사람 모두 오지 험지 출장이라 하면 남부럽지 않게(?) 다녀봤다고 자부 했지만 아이티를 최악으로 꼽은 데는 순간의 망설임도 없었다. 편안하게 들어가서 잘 숙소가 없어 맨 바닥에 라면박스를 깔고 노숙을 했다. 세수할 물은커녕 마실 물도 부족해서 시내에 취재를 나갈 때면 UN군이 이재민들에게 나눠주는 생수를 챙겨 와야 했다. 우리도 난민이니까. ‘취재난민’

통상 좋은 그림들만 모아모아 편집을 하는 기존의 편집 룰은 아이티에서만큼은 예외였다. 넘쳐나는 시체들과 처참함 장면들은 골라서 빼냈다. 아무리 기자의 본분이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가감 없이 전해야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뷰파인더로 보기 힘든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그렇게 아이티에서의 악몽 같았던 일주일은 지나갔다. 아이티를 떠나 도미니카에서 만난 황상무 선배는 끔찍했던 일주일을 “이생에서 죄를 많이 지어서 지옥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면 아마도 지진 후 아이티에서의 일주일간이 지옥이 아닌가 싶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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