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했지만 활력이 된 설악산 빙벽 등반 교육
고영민 / KBS 보도영상팀
지난 1월 23일부터 7일 간 설악산 일대에서 고산지대 취재능력 향상을 위한 위탁연수를 받았다. 외부 위탁연수여서 KBS 선후배 동료들도 있었지만, 사회에서 각자 다른 일들을 하다가 모인 사람들까지 모두 28명이었다. 위탁 교육을 한 단체는 “한국등산학교” 로 1974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등산학교로 정규반, 암벽반, 동계반의 크게 세 가지 교육과정을 통해 약 1만 명의 산악인을 배출한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등산학교다. 그 명성에 맞게 정말 훈련은 혹독하게 이루어졌다. 매일 새벽 5시30분 기상하여 6시부터 40분간 비몽사몽간 3km 구보와 팔 벌려 뛰기 300회, 팔굽혀펴기 30회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빙벽 등반 야간 실내 이론교육 등 일주일간 조출하는 것 보다 더 힘들었다.
빙벽 등반을 위해 아이젠, 픽켈, 아이스바일, 8자하강기, 카라비너, 스패츠 등 생소한 단어들의 장비들과 고글, 기능성 내의, 빙벽화 등의 일주일간 필요한 개인 용품을 가방 한 가득 담았다. 그리고 23일 점심 무렵 회사 본관 앞에 모여 이번 연수를 같이 받기로 되어있던 선후배 6명과 회사버스를 탔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등산도 가끔 했었지만 난생 처음 경험해 보는 빙벽 등반에 대한 설렘과 긴장감이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4시간을 달려 드디어 설악산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도착해 입소식을 마치고 빙벽 등반에 필요한 장비들을 착용하니 몸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훈련(연수였지만 나는 훈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의 첫날, 평소 같으면 아직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인 새벽 5시30분 알람이 울리고 씻는 것도 귀찮아 머리엔 모자를 옷은 설악산의 새벽 찬 바람을 피하기 위한 두꺼운 것으로 입고 운동장에 집합했다. 가벼운 스트레칭 후 3km 구보, ‘이제 끝이겠지’ 하고 생각하는 순간 강사의 한마디. “팔 벌려 뛰기 100회!” 여기저기서 “아~” 하는 신음 소리가 들려오면서 힘든 일주일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훈련 첫날은 실내 이론 교육과 아이젠 착용 후 걷고 하강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가벼운 몸 풀기 정도의 교육이었다. 둘째 날 드디어 실전 훈련. 30m의 비룡폭포 빙벽 등반을 시작했다. 안전벨트와 빙벽용 아이젠를 착용하고 양손에 아이스바일을 들고 첫 발을 내디뎠다. 강사들이 시범을 보일 때는 간단해 보였지만 직접 등반을 시작하니 너무 힘들었다. 아이스바일도 얼음에서 빠질 것 같아 양손에 계속 힘이 들어가 있게 되고 아이젠도 얼음에서 미끄러질 것 같아서 얼음을 계속 차게 됐다. 그래서 한 번 타고 내려오면 온몸에 힘이 다 빠지고 발가락에도 통증이 왔다. 그렇게 30m 빙벽을 두 번 오르고 온 몸이 녹초가 되어서 숙소에 복귀 한 후 신발을 벗어보니 왼쪽 발 엄지발톱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다음 날 아침 운동이 걱정됐다.
또 다시 아침 5시 30분 알람이 울리고 기상, 피 멍이 든 엄지발가락에 통증을 조금 이라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바람에 반창고를 둘둘 감고 아침에 운동을 시작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통증은 덜 했다. 이날 빙벽은 미시령터널 건너기 전에 있는 매바위라는 곳이었는데 높이는 전날과 비슷했다. 여전히 이날도 팔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아이젠 킥은 여전했다. 힘겨운 8시간의 훈련을 마치고 복귀했는데 어제 피멍이 들었던 발톱에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졸업 등반은 장수대쪽에 있는 60m 짜리 실폭 등반이었다. 실폭이란 말 그대로 폭이 가느다란 폭포. 아무리 연습동안 발가락에 피가 나고 했어도 졸업 등반을 해내지 못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4일 간의 고생이 허사가 되는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명씩 등반하던 연습 등반과는 달리 졸업등반은 세 명씩 동시에 등반을 해야 했다. 앞 등반자가 30m 정도 등반을 하면 또 다른 사람이 등반을 하기 때문에 앞 등반자가 떨어뜨리는 얼음덩어리에 뒷사람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말이 60m지 높이로 따지면 건물 20층 정도의 높이였다. 그렇게 등반을 하다가 얼음덩어리에 뒤통수를 한 대 맞았는데 충격이 상당했다. 그래도 자진해 회사의 지원을 받아서 왔는데 수료증을 받지 못하고 돌아갈 수는 없어 마음을 다잡고 등반을 했다. 출발은 나름 좋았다. 바일도 아이젠도 나름 얼음에 잘 박히는 듯 했다. 그런데 절반 정도 지나가는 순간부터 팔도 아파오고 손가락이 얼어오는지 바일을 잡는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바일과 아이젠이 얼음에서 빠지면서 땅 밑으로 꺼졌고 30m 높이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강사가 줄을 풀어주고 밑으로 내려줬다면 내려갔을 텐데 내려 주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내려올 수 있는 방법은 정상에 올라간 후 직접 하강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다시 얼음에 아이젠과 바일을 박고 손을 녹이기 위해서 허벅지에 손을 비비고 팔 근육이 풀릴 때까지 한 10분을 공중에 매달려 있은 후에 다시 빙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반을 시작한지 얼마가 지난지도 모르겠지만 드디어 60m 빙벽의 정상을 밟았다. 빙벽을 오르는 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정상에 서서 저 멀리 눈 덮인 설악산 정상을 바라보니 속이 시원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빙벽 등반을 해냈다는 가슴 벅찬 보람도 있었다. 6박 7일간의 고산지대 취재능력 향상 과정 빙벽 등반을 통해 언제나 새로운 분야와의 접촉은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