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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지난 7월 28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취재를 위해 급히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한국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보훔에 도착했다. 보훔은 독일의 북서부 지역의 광공업 도시로 정대세가 속해있는 ‘VfL보훔’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실제로 독일과의 경기가 있던 날, 정대세 선수가 관중석에서 한국팀을 응원했다.

독일과의 경기 전날, 한국 선수들의 동정을 취재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여름비 치고는 적지 않은 양의 비가 내리는 와중에 최인철 감독과 지소연 선수를 비롯한 한국 대표팀을 만날 수 있었다. 주최국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도 긴장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씩씩하고 자신감 넘쳤다. 같은 피가 흐르는 한국인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4강을 넘어 우승이라는 큰 사고를 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기도 했다.

드디어 독일과의 준결승전, 사실상 결승전과 같은 홈팀과의 경기. 준결승전만 이긴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독일의 문턱은 높았다. 체격, 체력, 발놀림, 스피드 등 모든 면에서 독일이 우세했다. 거기에 응원열기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전후반 60여분 동안 무려 4골을 내주며 독일의 파상 공세에 무너져 가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 19분, 날쌘돌이 지소연의 슈팅이 독일의 골문을 갈랐다. 한국팀이 살아있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 것이다. 지소연의 골은 3-4위전 승리를 보여주는 복선과 같은 골이었다. 그러나 심판의 종료 휘슬과 함께 전광판에는 5:1의 점수가 보였다. 한국 선수들은 억누르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함께 위로하던 코칭스태프도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을 다시 만난 곳은 다음 경기가 열릴 빌레펠트 경기장이었다. 독일에 지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선수들 얼굴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날은 따로 연습 경기를 하지 않고 체조와 달리기로 컨디션을 조율했다.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코팅 스태프의 배려라고 했다.
콜롬비아와의 경기가 열리는 빌레펠트 구장, 3-4위전과 결승전이 함께 열리기 때문에 관중석은 경기 시작 훨씬 전부터 만원이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경기 내내 콜롬비아를 몰아 붙였다. 독일전과는 사뭇 달랐다. 모든 것이 한국팀 위주로 돌아갔고, 콜롬비아는 한국팀을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후반 3분, 지소연의 발끝에서 승리를 알리는 쐐기골이 터졌다. 6경기 동안 8골을 뽑아낸 지소연은 득점 2위상인 실버 부츠를 받은데 이어, 기자단 투표에서도 최우수 선수 2위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우리팀은 깔끔한 경기매너를 보여준 팀에게 주어지는 페어플레이상을 받기도 했다.
세계 3위라는 초유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이 귀국하는 날, 인천공항 입국장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렸다. 청와대는 대표팀을 초청해 홍보성 이벤트를 진행했고, 경북의 모 지자체장은 지역 출신 선수에게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황무지같은 환경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더 큰 보상도 아깝지 않다. 그러나 일회성, 전시성 행사에 선수들을 불러 사진만 찍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어느덧 기억 속에서 잊혀져버린 동계올림픽의 영웅들을 생각해보면 심히 걱정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 사상 첫 동메달의 쾌거, 그것은 선수, 코칭스태프, 국민 모두가 하나되어 이룬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 관심이 좀 더 활활 타올라 여자 축구 발전에 이바지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김태훈 기자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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