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다이어리
♬~~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어떻게 잊을까~ 어찌하면 좋을까~ 세월가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거리의 땅 사할린,
그곳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불러준 나훈아 영영의 노래다.
정복남 할아버지, 한인 2세인 정할아버지는 조국 땅을 단 한번도 밟아보지 못했다.
우리말은 서툴지만 가사발음은 정확했다. 노래실력이 훌륭해서 그런지 한국적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사할린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된 15만 명의 조선인들 중 5만 명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징용자와 정복남 할아버지와 같은 그 후손들이 있다.
지난 8월 29일, 징용1세부터 4세들이 사할린의 주도 유즈노사할린스크 가가린 공원에 모여
‘강제병합 100년 사할린 시민대회’가 열렸다. 일본의 배상과 참회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조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행사 하루 전 28일 한국에 있을 때 까지만 해도 내 조국에 대해서 그리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는 나다.
그러나 이곳에서 2천 여 명의 동포들과 내 조국을 생각했을 때, 그 광활한 아시아 대륙 동쪽 맨 끝에 자그마하게
자리 잡은 나의 조국! 지정학적의 슬픔뿐만이 아닌 한국인들만의 아름답고 소중한 정서.
난 내 조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영원히 영원히 네가 사는 날까지~ 아니 내가 죽어도~ 영영 못 잊을꺼야
아니 내가 죽어도 영영 못 잊을거야 ♪ 노래의 마지막 가사에 이어
♬ 므녜 까짓쪄 빠러유 슈또 솔다띄~~~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노래는 모래시계 주제곡 백학이었다.
조승연 / KBS 보도영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