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사건 캡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 황장엽씨가 사망했고 안가를 찾아 취재를 해야 한다. 주소는 논현1동!”번지수 없는 논현1동 하나로 보안 속에 둘러싸인 황장엽씨 안가를 무작정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네비게이션에 논현1동을 입력해 돌아다니다 과학수사용 경찰 승합차를 발견했다. 경찰차 옆에서는 신문사 사진기자들이 평범해 보이는 빌라 건물을 촬영하고 있었다.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황장엽씨가 보안 문제가 있을 법한 저런 빌라에 살았을까?촬영도중 취재기자로부터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곳이 아니고 차병원4거리 근처라는 얘기가 …”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단서를 잡기 힘들어 경찰차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주차해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적힌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경찰관이 받겠지……전화가 연결되고 신분을 밝히자 상대방은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린다.
‘왜일까? 아무 말도 못하는 곤란함을 피하고 싶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걸어봤다. 이번엔 받자마자 끊는다. 이곳 아니면 근처라는 생각을 굳혔다.그래도 혹시 몰라 이 평범해 보이는 빌라를 간단히 스케치하고 본격적으로 주변을 훑었다. 과학 수사대 차량이 있는 곳으로부터 300m 쯤 떨어진 곳에서 CCTV로 둘러싸인 단독주택 하나를 발견했다. 마침 대문에서 남자 한 분이 나오길래 나도 모르게 경찰 또는 당국자라는 생각이 들어“형님!”하고 외쳤다. (기자들은 경찰을 통상‘형님’으로 부른다)
그분은 취재진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며 자리를 피했다. 저곳이다! 처음에 유력했던 빌라는 과학수사 승합차와 경찰 몇 명으로 위장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단독주택의 앞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마당에는 양복을 입은 사람들과 과학수사관들이 분주히 다녔고 대문 지붕과 벽은 아무나 넘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되어 있었고 방에 있는 창문은 보안상 가리개를 해 놓은 상태였다. 정신없이 스케치를 했다. 1층으로 내려와 스케치를 하던 중 경찰공제회라고 적혀있는 앰뷸런스 한대가 들어왔다. 아직 고 황장엽 씨의 시신이 나가기 전이었던 것이다. 처음 도착했을 때만해도 이미 시신은 경찰병원으로 옮겼다고 얘길 들었는데……
다시 옥상으로 뛰어 올라가 기다렸다. 얼마 뒤 고 황장엽 씨의 시신이 나왔고 앰뷸런스에 실리는 순간을 순조롭게 촬영할 수 있었다. 번지수도 모르고 동네주민들 조차 알지 못했던 안전 가옥을 운좋게 취재할 수 있었다. 경찰차에 붙여진 휴대전화 번호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전화를 걸어 본 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김세경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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