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263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첨부 수정 삭제


돌잡이로 ‘초심’을 잡아본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취재 후기-



뜻밖의 만남

  “형!” 누군가 날 형이라 부르며 내 팔을 건드렸다. 집회 현장에서 날 형이라 부를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의아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이게 웬걸. 대학교 후배였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친구들과 광장에 왔는데 내가 보여 반가워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카메라가 신기하다는 둥, 화면발이 안 받으니 자긴 찍으면 안 된다는 둥, 농 섞인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러나 곧 후배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형, 좋겠어요. 직업도 있고 보람된 일도 하시고 요즘 우리는 등록금 때문에 장난 아니에요.”라는 말과 함께 후배는 약간 기가 죽은 모습으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후, 난 다시 뷰파인더를 바라봤다. 조금 전과 비교해 현장이 다르게 느껴졌다. 학생들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광장에 모여 목청을 드높였다. 그리고 난 그들을 기록하려고 현장에 와있다는 것을 후배를 통해 새삼 다시 느꼈다. 어깨가 무거워졌다. 하지만, REC버튼을 누르는 엄지손가락엔 힘이 들어갔다.

현장 분위기를 전하다

  주인공들은 축제를 즐겼다. 야구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간 파도타기로 흥을 돋우었다. ‘노찾사’의 노래가 울려 퍼질 때는 박자에 맞춰 손을 흔들었다. 또한, 무대 앞에서 학생대표가 연설할 때는 이내 진지해졌다. 학생 대표의 말에 동의하며 박수를 보내는 순간엔 비장함까지 묻어나왔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 아주머니, 그리고 나이 든 할아버지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열기는 더해갔다.
  집회 후, 학생들은 청계천에서 시청으로 거리행진을 했다. 약 1시간 가까이 계속된 행진이었지만 큰 이탈 없이 시청까지 이어졌다. 시청에선 수백의 경찰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로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경찰의 방송에 삼엄한 분위기가 흘렀다.
  ‘폭력사태가 벌어진다면…?’이란 가정을 해가며 머릿속이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냉정하게 관찰하자는 주문을 외우면서 사방을 주시한 긴장된 순간이었다. 다행히 학생들은 도로에서 구호한 번 더 외친 후, 거리행진을 마쳤다.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긴장했지만 평화롭게 끝난 집회였다.

현장에서 생각하다

  등록금은 비싸다. 많은 국민이 나와 같은 생각일 거로 생각한다.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비싸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알바를 하느라 학업에 지장을 받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과 비교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취업 경쟁력도 잃게 될 우려까지 생긴다. 또한, 등록금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중,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졸업 후에도 비정규직에 저임금이라는 덫까지 걸려 신용유의자로 전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등록금이 이 모든 결과의 원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관여했다는 사실을 면하긴 어렵다.
  반값이다! 30%인하다! 숫자놀음은 중요치 않다. 다만,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사라질 수 있는 현실적인 등록금 책정으로 대학생이 대학생다운 생활을 해야 한다.

이제 갓 돌잡이 한 촬영기자
  집회 취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 오늘 취재하며 느꼈던 것을 되돌아본다. 아직 경험이 미천한 신참 촬영기자인 나에게 이런 작업은 매우 어렵다. 후배를 만난 날이어서 그런가. 후배 눈에 난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지 자못 궁금해졌다. 집회의 본질을 그대로 담아내는 열정적인 기자로 비쳤으면 좋겠다. 그러나 금세 자신이 없어졌다. 기계적으로 소위, ‘그림이 될 만한 곳만 찾아다니진 않았는지.’ 반성이 밀려온다. 그러고 보니, 7월이 됨으로써 촬영기자가 된 지 정확히 1년이 흘렀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던 다짐을 한 지도 1년이 된 셈이다. 그러나 그 간에 난 초심을 잃고 흔들린 적이 몇 번 있었다. 촬영기자를 준비할 때의 확고했던 믿음이 현직에 와서 조금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 맞는 생일에는 돌잡이를 한다. 나 역시 촬영기자로 태어난 첫 번째 생일인 만큼 스스로 돌잡이를 시켜본다. 무엇을 잡을까? 특종을 잡는 내는 ‘예지력?' 욕심이 굴뚝이지만 참는다. 고민 끝에 다시 한 번 ‘초심’을 잡아본다. 초심을 잡고 진실을 포착하고자 노력하는 촬영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긴다. 이번엔 죽을 때까지 안 놓을 작정이다.


MBN 영상취재부 배완호

  1.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취재 후기

    돌잡이로 ‘초심’을 잡아본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취재 후기- 뜻밖의 만남 “형!” 누군가 날 형이라 부르며 내 팔을 건드렸다. 집회 현장에서 날 형이라 부를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의아한 시선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이게 웬걸. 대학교 후배였다. 반값 등...
    Date2011.08.05 Views12638
    Read More
  2. 평창올림픽 유치 취재기(남아공 더반)

    감격의 순간을 담느라 감격을 억눌러야 했다 평창,,,, 자크로케 IOC위원장의 발표순간 모든 유치위원회 관계자와 평창 서포터스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울렸다. 유치위원회 관계자와 기자단 숙소인 리버사이드 호텔에 마련된 야외 응원 장소에서 취재중이던 나...
    Date2011.07.22 Views11727
    Read More
  3. No Image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취재기(평창) 꿈은 현실이 되었다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이 열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쿨러닝> 혹은 800만 이상의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 영화 <국가대표>를 관통하는 주제는 동계 스포츠에 소외된 이들의 현실 극복이다. 대한민국 평창이라는 곳 역시 그간 동계올림픽에 소외되었다. 하...
    Date2011.07.22 Views5279
    Read More
  4.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 우리는 행복한 곳에서 산다 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현장을 가다 2011년 3월11일 15시30분쯤,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냐??” “지금 인터뷰하러 서강대에.....” “너 지금 일본가야 하니깐 그냥 빨리 들어와...
    Date2011.05.21 Views12040
    Read More
  5. 중계차 줄행랑사건

    쓰나미로 초토화된 일본 동북부 지역 취재를 마치고 영상송출을 위해 영사관이 있는 센다이 시내로 복귀하는 길. 로밍서비스를 통해 휴대폰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뜬다. “현지 중계차 철수로 송출 불가. 각자 현 위치에서 가능한 인터넷 송출 방법 강구 바...
    Date2011.05.21 Views11193
    Read More
  6. No Image

    리비아 전쟁취재기-우리는 선택과 판단을 해야했다

    인트로 얼마 전 선배로부터 리비아 취재기에 대해 글을 써줄 것을 요청받았다. 다녀온 지 두 달이 넘어가고 갑작스런 일이어서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에 중동 출장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길게 출장은 다녀왔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
    Date2011.05.21 Views5769
    Read More
  7.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일상의 아침은 짧은 문자와 함께 요동쳤다. 무라바크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그 시점이었다. 기자로서 이런 역사적 순간에 국제적 수준에서 취재할 수 있다는 것...
    Date2011.03.26 Views12637
    Read More
  8. 아덴만 여명 작전 -삼호주얼리호 취재

    이국의 바다에서 삼호주얼리호를 만나다 오만의 바닷가는 ‘클린스테이트’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말 만큼이나 푸르고 깨끗했다. 한국대사관과 무스카트항을 몇 번씩 오가며 삼호주얼리호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사살된 해적들의 시신처리와 생포된 해적들의 인도...
    Date2011.03.22 Views11390
    Read More
  9. 아프리카를 가다

    마지막 기회의 땅 - 아프리카를 가다 설레고 긴장하며 아프리카 취재를 준비했다. 남아공, 콩고, 우간다, 에티오피아, 카메룬, 케냐, 빠듯한 17일간의 여정이 시작된다. 마지막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는 깨어나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남아...
    Date2011.03.22 Views11013
    Read More
  10. 맷값 폭행사건과 재벌2세

    ‘chaebol’ 위키피디아 영영사전에서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땐 단어의 뜻을 잠시 고민 했었다. 발음그대로 읽으면‘채볼(?)’이라고 발음되어지는데, 한글을 영어로 고유명사화 시켰다는 정보로 단어를 유추한 필자는‘체벌을 한국의 교육방식 중 하나’라고 여긴...
    Date2010.12.16 Views13012
    Read More
  11. 작전중인 군과 취재진은 협력관계 유지해야

    지난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무차별적으로 포격을 감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북의 도발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퍼진 이후 온나라는 엄청난 혼란에 휩싸였고, 이를 취재하고 방송하는 기자들은 그들만의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했다. 어렵사리 연평도에 올라...
    Date2010.12.16 Views12826
    Read More
  12. 하버드대의 운동벌레들

    제목 없음 하버드대의 운동벌레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KBS 스포츠국에서는 학교 체육에 관한 특집물을 제작하였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학교 체육은엘리트 운동부를 중심으로 한 체육교육이었다. 이러한 형태의 체육 교육은 운동부 학생들의 수업 참...
    Date2010.11.16 Views13402
    Read More
  13.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제목 없음 저곳이다! 황장엽안가를찾다 사건 캡으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 황장엽씨가 사망했고 안가를 찾아 취재를 해야 한다. 주소는 논현1동!”번지수 없는 논현1동 하나로 보안 속에 둘러싸인 황장엽씨 안가를 무작정 찾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
    Date2010.11.16 Views11487
    Read More
  14. 한번의만남, 두번의헤어짐

    제목 없음 한 번의만남, 두 번의헤어짐 추석계기 남북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를 마치며... 1차 상봉행사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이루어졌다. 분단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만 했던 가족들의 이야기. 한국 근∙현...
    Date2010.11.15 Views12685
    Read More
  15. 강제병합 100년 사할린 취재

    출장 다이어리 ♬~~ 잊으라 했는데~ 잊어 달라 했는데~ 그런데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어떻게 잊을까~ 어찌하면 좋을까~ 세월가도 아직 난~ 너를 잊지 못하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3시간 거리의 땅 사할린, 그곳에서 어느 할아버지가 우리에...
    Date2010.11.04 Views10705
    Read More
  16.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지난 7월 28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취재를 위해 급히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자동...
    Date2010.09.28 Views10238
    Read More
  17. No Image

    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프랑스 기자교육양성센터(CFPJ) 방문기 난 2일, 프랑스 파리 2구에 위치한 기자교육연수센터(Centre de Formation et de Perfectionnement des Journalistes, 이하 CFPJ)에 다녀왔다. 이는 릴(Lille) 저널리즘고등교육원(Ecole Supérieure de Journalis...
    Date2010.09.28 Views6328
    Read More
  18.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태극 여전사, 월드컵 신화를 이루다! 지난 7월 28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취재를 위해 급히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고, 다시 자동...
    Date2010.09.08 Views10578
    Read More
  19.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축구 가능성 보여줘

    2010 남아공 월드컵 인천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24시간 만에 도착한 요하네스버그는 서울보다는 조금 서늘한 날씨였다. 낮엔 반팔 차림도 가능하지만 저녁이면 쌀쌀해졌다. 그래도 겨울이라기보다는 늦가을정도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에 태양이 눈부셔 선...
    Date2010.07.20 Views11177
    Read More
  20. No Image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기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 취재기 2002년에 고3이었던 나에게 거리응원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로 함께 어우러져 웃고 울었던 그날의 기분을 나는 그저 말로만 전해 들었을 뿐. 2004년 아테네 올림...
    Date2010.07.20 Views6034
    Read More
  21. 6.25전쟁 프랑스 종군기자 앙리 드 튀렌 인터뷰

    6.25전쟁 프랑스 종군기자 앙리 드 튀렌 인터뷰 戰後 5년… 또 3차 대전이 터진 줄 알았다… 1950년 긴장과 공포 속에 한국행 비행기에 몸 실어 지난 6월 7일, 6.25 전쟁 발발 60주년을 앞두고 당시 미군에 종군했던 앙리 드 튀렌 (Henri de Turenne, 이하 튀렌...
    Date2010.07.15 Views1126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