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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촬영 기자의 대선 취재기-선거의 법칙

국회 출입 이틀째. 뭐가 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하루가 끝나갈 때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전남의 수해 피해 현장을 방문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광주로 출장을 가야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나의 첫 출장이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얼마나 들어가는지 PC방은 찾기 어렵고, 네비게이션은 엉뚱한 길로 안내를 하고, 현장에는 얼마나 사람들이 모이는지 말 그대로 구름떼였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3개월이 남았는데 매일 이런 상황과 마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이 아찔했다. 출장과 출장, 야근과 조근, 주말 근무가 쉼 없이 계속 되면서 정신없이 두 달여가 지났다.

무슨 일이든 첫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다. 국회 출입 2달이 막지나, 11월 27일. 공식 선거운동일이 되었다. 본격적인 대선레이스의 개막이 다가온 것이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의 첫 선거운동 지역은 대전이었다. 대전역 광장. 아침 일찍 도착해 자리를 잡고,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몇 번을 빙 둘러봐도 사람은 많이 모여있지 않아 보였다. ‘여기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취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려 근접 취재를 하시던 KBS의 이규종 반장님을 찾았다. 그런데 KBS 오디오맨 마저 반장님을 놓친 것이었다. ‘화장실 다녀오시나?’하고 디스크를 건네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이동시엔 DMB로 각 사의 뉴스를 바로바로 모니터링 했다. ‘와 ~’하는 탄식이 나왔다. 대전역의 부감은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보여줬다. 화면 어디 빈곳 없이 빽빽이 들어찬 시민들이 보였다. 이래서 부감이 중요한 거구나. 단박에 알게 되었다. 취재 후 안보였던 이규종 반장님은 박근혜 후보의 차에 올라 창 밖으로 손을 흔드는 모습을 담아오신 거였다. 속된 말로 ‘이게 짬이구나’ 싶었다.

첫 날의 충격은 찌글찌글(?)한 경력의 초보 촬영기자에게 대선은 대통령 선거 취재의 법칙을 되새기게 했다. 이른바 부감의 법칙과 속도의 법칙이다. 부감의 위력을 알게된 뒤로, 부감을 찾아서 어딜 가든 높은 건물을 한번 둘러보고 무작정 올라가게 되었다. 강릉에서는 이른 아침에 실례를 무릅쓰고 가정집 문을 두드려 베란다를 열어달라고 한 적도 있다.(더 좋은 장소를 찾아서 실제 촬영은 하지 않았다.) 경찰들도 경호를 위해서 주변 건물 옥상에 올라가 있었는데, 부감 위치가 겹칠 때면 촬영을 통제하는 경찰과 그때마다 언성 높이며 싸우기 일쑤였다 - 경호상 이유라지만 특별한 이유없이 ‘그냥 안돼요’라는 말로 카메라 앞을 막아선 경찰들을 생각하면 화가 오른다. 그렇게 3개월을 선배들과 나는, 광화문의 세종문화회관, 홍천, 광주의 대형할인매장, 포항의 죽도시장 초입, 부산 자갈치 시장 근처 여관 옥상까지 오르고 또 올랐다.

이제 막 수습 딱지를 뗀 촬영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많지 않다. 워낙에 쟁쟁한 실력을 가진 선배들이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그저 조금 더 먼저 가서 좋은 자리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속도의 법칙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체는 점점 늘어났고 취재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타사보다 먼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현장을 파악해두어야 했다. 차량을 운전하는 형님에게 가장 많이했던 말도 바로 ‘형님 빨리요’였다. 폭우를 뚫고 진주에서 부산으로, 울산에서 포항으로 네비게이션의 예상시간도착을 앞당겨 달리는 일이 일쑤였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고 나니 날아온 과속 딱지 2장. 아찔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강원도 일정이었다. 고 이춘상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숨진 일정이었다. 그저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일까. 요즘에 차에 탈 때면 하는 말이‘형님, 빨리 가시는데, 천천히 가셔도 되요’다-이게 정말 말이 안되는 말이지만 어쩔 수 없이 ‘빨리’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집보다 모텔에서 자는 날이 더 많았던 3달이 지나고 12월 19일이 되었다. 대통령선거일.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강 대결. 최종 득표율 박근혜 후보 51.6%, 문재인 후보 48%.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당선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당선인의 집 앞은 벌써 삼엄한 경비, 경계가 준비되었다. 삼성동 자택을 나서는 박근혜 당선인을 기다리는데 문득 ‘내가 따라 다니던 후보자가 당선인이 되었다’라는 생각에 말로 못할 많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평생에 대통령선거 취재를 다녀 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앞으로 많아야 한번 정도, 아니 없을 수도 있다. 내가 배운 것 보다 앞으로 배울게 더 많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를 취재한 경험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류석규 YTN 영상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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