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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타클로반으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두 발의 총소리가 들렸다. 다리를 향해 긴박한 표정으로 걷던 사람들은 뛰기 시작했다. 혼비백산해서 뛰는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가 차를 돌리라고 손짓을 했다. 우리 취재차량도 차를 돌렸다. 길에서 뛰던 사람들은 썰물이 져나가듯이 무너진 건물의 폐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도 다리를 건너서 달리기 시작했다. 경주라도 하듯이 사람과 차량이 뒤섞여 달렸다. 차량마다 탈 수 있는 만큼 사람을 태우고 있었다. 울고불고하면서 뛰어 나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윗옷을 걸치지 못하고 달려오는 여자아이에게서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태풍으로 무너진 감옥에서 탈옥한 죄수와 정부군의 교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태풍 하이엔으로 폐허가 된 타클로반의 취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서울을 떠나 세부에 먼저 도착한 취재진은 타클로반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타클로반의 공항이 다 망가진 상태였기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SBS PD가 경비행기로 타클로반을 들어갔다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인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비행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날씨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미군이 주도한 타클로반 공항은 구호품과 치안을 담당할 군인과 물자를 나르느라 공항 계류장에 자리가 없었다. 하루 사이에 우리는 경비행기를 탈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경비행기를 포기하고 나니 우리에게는 여객기 외에는 방법이 없었으나 여객기는 이미 5~6일 후의 예약까지 매진된 상태였다. 결국 영사관의 도움으로 미군 수송기를 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짐짝 신세였다. 군인들이 무장하고 양옆의 좌석에 앉고 가운데 통로에는 군수물자를 쌓아놓고 군인들의 전투화와 짐 사이의 틈을 비집고 앉았다. 더위와 답답함, 게다가 소음까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래도 그 자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타클로반 공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처참했다. 강하게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수많은 군중들이 탈출하기 위해 몰려나와 있었다. 그들을 통제하고 수송기에 태워주는 모습이 전쟁영화에서나 보던 모습이었다. 공항은 계류장과의 경계가 없어져 무장한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었다. 그렇게 공항을 빠져나오자 한숨이 절로 났다. 공항대기실을 베이스캠프로 삼으려던 계획은 실현 불가능했다. 아무것도 없을 뿐 아니라 통신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영사관에서 힘들게 준비한 2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달려야만 했다. 7인승인 우리 차량에는 12명의 장정이 끼여 탔다. 송출장비를 포함한 많은 장비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누구하나 버리고 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묵묵히 받아들였다. 밤이면 약탈이 빈번한 상황에서 누구를 남겨두겠는가. 무릎에 가득 올려놓은 짐과 무릎에 앉은 사람들 때문에 앞을 볼 수 없었고 다리는 저려왔다. 창문틈으로 보이는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창문을 열지 말라는 운전기사의 당부가 머릿속에 각인되어 숨이 막혀도 창을 열 수 없었다. 사실 창문을 열면 짐과 사람이 튕겨져 나갈것만 같았다. 외국인이 표적이 된다는 말과 차 문을 열어두면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004년 푸켓 쓰나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푸켓은 도시는 피해가 적었기 때문에, 시내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취재를 다니면 됐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현장에서의 취재는 이른 아침에 시작되었다. 옛날 난지도 같은 모습이 공항 주변에 펼쳐져 있었다. 건물은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부서진 건물의 잔해만 가득했다. 곳곳에 수습되지 않고 방치된 시신이 사건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교민들의 피해를 중심으로 취재했다. 통신이 끊긴 상태여서, 가족들이 신고한 골프장이나 주소를 가지고 찾아 나섰다. ‘한국인 있어요,  한국인 본적 있나요.’를 외치며 찾아다녔다. 그렇게 만난 교민들은 우리 군 수송기에 태워 타클로반을 탈출시켰다.
통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방송취재는 어려움이 많다. 송출을 해야 하는 방송의 특성상 통신이 끊기면 어려움이 많았다. KBS, MBC, SBS는 비간을 가지고 현장에 도착했다. 생방송을 준비한 방송사들이지만 수송기에 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어 기술진은 세부에 두고 왔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SBS는 배를 타고 타클로반에 들어왔다. 호텔 옥상에서 송출하는 비간은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원하는 속도가 나지 않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드라이버 문제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난 서울에서 핫스팟을 로밍폰과 함께 빌렸다. 낮에는 속도가 너무 떨어져 테더링을 이용해 송출했다. 테더링의 경우, 평군 20~30K, 최대 150K를 넘지 못했다. 그 마저도 끊기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핫스팟은 달랐다. 사람들이 자는 야간상황이 되면 500K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몇만 원 밖에 하지 않는 삐삐사이즈의 장비가 비간을 능가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재해와 같은 열악한 현장에 가야 할 일이 많다. 그럴 때 우리는 다양한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 상황에 맞는 대처법이다. 장비가 다양해질수록 그에 합당한 지식도 습득해야 한다.
이른 새벽 일어나면 취재를 나가고 늦은 밤부터 송출을 해야 하니 새벽까지 송출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다. 결국, 이동하면서 잠깐씩 쪽잠을 자야 하는 재해현장 취재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이번 출장을 다녀온 후, 이틀 동안 어지럼증에 시달려야 했다. 시력도 많이 나빠진 것 같았다. 아마도 영양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에 재해현장 취재를 갈 때는 먹을거리를 챙겨가야겠다. 그런데 그 많은 짐을 가져가려면 그 무게와 부피는 또 어째야 할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최계영 / YTN 영상취재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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