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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촌놈 제주로 이직하다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제주 땅을 밟았다. 여행으로라도 한번쯤 다녀왔을 법도 한데 서른이 넘도록 기회가 닿지 않았다. ‘제주도 한번 못 가봤다’는 말에 ‘서울 촌놈’이라며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제주에 정착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여느 직장인처럼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며 부푼 기대를 안고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마침내 만난 제주는 눈이 부셨다. 일주일간 제주도를 일주하며 아름다운 풍경 하나하나에 시선을 빼앗기고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살면서 매일 이 풍경을 렌즈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제주에 매료된 나는 회사를 옮겨 제주도로 내려오게 되었고, 그렇게 그리던 제주를 매일 카메라로 담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의 제주와 현지인의 제주는 같은 공간의 다른 섬이었다. 관광객의 눈으로 바라본 제주의 쏟아지는 햇살과 아름다운 바다, 야자수가 늘어서있는 휴양지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주의 산은 험하고 바다는 사나웠다. 제주는 많은 오름과 척박한 땅, 높은 한라산을 품고 있고, 언제나 바람이 심해 파도가 거칠기 때문이다.


  제주에 정착하는 데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선 무엇보다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문화를 이해해야 했다. 제주는 돌, 바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고 한다. 화산활동은 제주를 돌이 많은 척박한 땅으로 만들었고,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서 늘 바람의 피해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는 제주 여인들을 남편 없는 가장으로 만들어 험난한 생활전선으로 내몰았고, 제주 여인들은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밭일을 하는 등 두 몫의 일을 하였다.

  또한 4.3이 할퀴고 간 역사의 상처는 긴 생채기를 남긴 채 제주 사회 내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환경, 역사적인 면들이 제주의 문화를 만들었고, 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제주 정착의 어려움
제주어를 알아듣는 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혼디손심엉 벵삭이 웃는 제주. 느영나영 모다들엉 제주를 지꺼지게. "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모두 손잡고 함께 웃는 제주, 너와 내가 모여 제주를 즐겁게하자 라는 뜻이다. 

유네스코에서 가장 빠르게 소멸하고 있는 언어로 제주어를 손꼽았고 젊은 사람들은 제주말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추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바람이 많이 불고 어업을 주업으로 하는 제주의 특성상 짧고 빠르게 말해도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지금의 제주어가 되었다고 한다.


시골에서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과 인터뷰를 할 때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속사포처럼 나왔다. 제주어를 듣고 있자면 내가 외국에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다시 물어보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론 지금도 100% 다 알아듣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게 무슨 얘기구나 하는 정도는 알아듣게 되었으니 그래도 한 10%정도는 제주사람이 된 것 같다.


제주에서의 인상적인 취재
아직까지 선배들에 비해 취재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주에서의 가장 인상적인 취재는 눈이 오던 날의 한라산 취재이다. 눈 내리는 한라산은 겨울왕국 그 자체였다. 다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식물들과 풍경이 나타났고, 윗새오름에 드넓게 펼쳐지는 눈밭 위로 솟아오른 백록담은 구름에 둘러싸여 신령한 느낌마저 주었다. 특히 구상나무에 펼쳐진 상고대는 눈과 바람이 빚어낸 한라산의 보석 같았다. 한라산의 아름다움은 눈과 바람에 맞서기에 충분한 대가를 주었다.

 

제주도는 마법 같은 곳이다. 인구 60만, 관광객 천 만 시대에 들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에 차있고, 4.3추념일 지정, 지방선거 등등 굵직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적응해야할 부분도 많고 배워야할 것들이 태산 같지만 마법 같은 제주도에서 제주만의 것들을 올곧게 지키는 일들(특히 제주바다 수중취재 등)을 취재하고 싶다. 제주에서 초보 카메라기자가 점점 영글어 알찬 열매를 맺는 모습을 기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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