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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 취재후기>
 
 진도 팽목항 그곳은...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정반대편에 위치한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그 참사의 아픔이 가장 큰 곳,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져버린 경기도 안산에서 병원·장례식장 취재를 다니길 1주일째...
 그들을 지켜보던 마음이 점점 무거워질 무렵, 나는 진도 1차 취재단 교대를 위해서 선배5명과 함께 2차 취재진으로 선발되었다.
 아무 준비없이 맨몸으로 현장에 투입됐던 1차 취재단의 상황을 들었기에 우리 2차 취재단은 나름대로  현장에 필요한 장비와 옷가지등을 챙겨 준비를 단단히 했다.
 2012년 입사, 이제 겨우 만 2년차에 접어든 내가 감당하기에 이번 참사의 피해규모와 무거움은 너무 컸고 진도로 향하는길내내 그 참담한 현장에서 촬영기자로서 무엇을 어떻게 기록하고 전달해야할것인가라는 고민이 컸다.
 
 그렇게 도착한 진도 팽목항, 발을 내딛자마자 들려오는건 차디찬 바닷물속에서 7일만에 뭍으로 데려온 자식의 시신을 본 어머니의 절규와 같은 곡소리였다. 세상 그 어느 장례식장과 영결식을 돌아다녀도 그렇게 사람 가슴을 파고드는 비명소리같은 큰 슬픔의 곡소리는 없으리라.
 부모로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그것도 내 눈에 뻔히 보이는 바다속에 갇혀 있는걸 알면서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자신들에 대한 분노와 한이 섞인 소리였다.
 
 팽목항에 1차 취재진에게 인수인계 받은 사항은 첫째, 절대 접근해서 취재하지말라. 둘째, 절대 웃음을 보이지말고 떠들지도 말라.
 대부분 취재는 건물 윗층에서 가족대책 본부에서 떨어져 멀리서 땡겨 찍으라는 것이였다.
진도에서 취재진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보단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의존해 오보를 연발하고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은 들어주지 않는 믿을수 없고 상처만 준 그런 존재였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며 그리고 입사해서 현장을 다니면서 가졌던 직업적 사명감과 가치가 흔들리는 순간이였다. 근접취재가 금기시 되어버린 현장에서 기획취재로 실종자 가족 24시라는 첫 취재미션이 떨어졌다. 참 난감한 상황이였다. 멀리서 촬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찌 실종자가족의 24시간 생활모습을 담으라는 것인가? 잠시 고민과 걱정에 빠져있다가 일단 움직여보자며 우선 취재기자 선배와 취재원을 찾기로 했다. 꽤 오랜시간 끝에 운좋게 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됐다.
 우선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이 바닷가를 바라보고 따뜻한 차도 한잔 권하며 진심을 가지고 그분에 말에 귀를 기울였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또 언론에 관해 가족들이 갖고 있는 서운한 감정을 풀고자 노력했다. 그는 자신의 손주를 찾을수있는데 도움이 된다면 또 자신의 의견이 편집되지 않고 방송에 나간다고 약속한다면 취재에 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결국 믿지 않는다며 취재에 반대했고 결국 실외에서 할아버지의 일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따라다닐수 있었다.
 할아버지 그리고 거부는 했지만 마음을 조금씩 열어주던 그 가족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이 취재가 더 두려워지기도 했다. 가족들 의도와 다르게 뉴스내용이 나가 또 한번 상처를 줄까봐 걱정이 됐다.
 그랬기에 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노력했다. 여태껏 뉴스방송에서 못담았던 그 목소리를 우리가 현장에서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 저녁때 진도 팽목항에 해수부 장관이 찾아왔고 실종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가족대책본부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나갈수 없게 되면서 팽목항 분위기는 급속하게 차가워졌다. 이젠 건물위에서도 멀리서 촬영하는것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했다. 가족대책본부 주변에 있던 촬영기자들뿐 아니라 중계카메라 감독들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조금 늦었지만 우리는 방송사 촬영기자 풀단을 짜기로 했다. 풀단이란건 인력 효율성 문제로 그리고 여러 취재원들이 들어갈수 없는 상황등에 대표로 대부분 이루어진다.
 물론, 이번 상황도 큰틀에서는 취재가 제한된 상황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팽목항의 분위기를 조금 진정시키고 우리도 자정적 의미로 과도한 취재 경쟁과 무리한 가족들 취재에 대한 반성의 의미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뉴스특보체제에 맞춰 24시간 정신없이 취재를 하며 방송뉴스제작을 위해 뛰어다니다보니 어느덧 일주일이 흘러 3차 교대자가 내려와 나도 교대하는 날이왔다.
 진도 팽목항 등대로 향하는 길에 빽빽히 매달려서 바닷바람에 날리는 노오란 리본들을 보며 한창을 걸었다. 내가 과연 슬픔에 빠진 원망에 가득찬 그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존재였을까 아니면 나도 단순히 그들을 소재로 뉴스 컨텐츠를 생산하러온 그런 뉴스 제작자는 아니였을까?
 노란 리본에 담겨있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메시지를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니 괜히 더 미안한 마음에 콧등이 시큰거렸다.

 

 

 

 

유성주 / KBS 보도영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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