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팽목항2.jpg



                                                           
세월호 참사, 비상식적인 사고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었다. 300여명에 이르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허술한 안전시스템에 국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지지부진한 세월호 법안처리에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론의 품격’을 잃었다. 

특히, 내가 속해 있는 종편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선정적인 보도, 본질을 흐리는 보도에 네티즌은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놀리기 일쑤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가슴 아픈 현장을 냉철하고 객관적인 프레임에 담겠다던 ‘우리의 맹세’는 온데간데없다.
아카이브 속 대답 없는 디지털 영상정보처럼 곤히 잠들어 버린 건 아닌지 반성이 밀려온다.   

남은 건, 국민의 호된 꾸지람이다.
참사 초기 보도부터 실수투성이였다. ‘전원 구조 오보’, ‘검증 안 된 민간 잠수사 인터뷰’, ‘앵커의 막말’ 등이 구설에 올랐다. 살벌한 취재경쟁은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최소한의 취재윤리마저 무용지물이 됐다. 우리가 자초해 국민의 꾸지람을 듣는 형국이었다.
실종자 구조 작업이 길어지면서 세월호 참사의 본질에 집중하는 언론은 점점 줄어만 갔다.
청해진 해운의 실질경영자인 유병언 검거관련 취재에 혈안이었다. 그의 행방에 사실 확인이 안 된 ‘썰’들이 기사에 묻어나왔다.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 되고, 그의 아들 유대균이 검거됐을 때 막장의 정점을 찍었다. ‘유대균이 치킨을 배달해 먹었다’ ‘유대균과 박수경은 무슨 관계냐’ 는 등의 보도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언론이 진실을 규명하지 못할망정, 선정적 보도로 여론을 호도한 것이다. 사안의 본질을 덮는 데도 일조했다. 비판받아 마땅했다.   


남은 건, 국민의 싸늘한 시선이다. 
만신창이가 된 보도행태에 국민의 시선은 냉엄했다. 신뢰받기는커녕, 취재 중에 만난 국민들은 제대로 보도하라며 핀잔까지 줬다. 
우리는 재난보도 매뉴얼에 충실하지 못했다. 오열하는 모습의 클로즈업, 반복되어 나오는 시신 운구 영상 등은 보도에 꼭 필요하지 않았다. 민감한 상황에서 근접 취재해 서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제 살 깎아 먹는 행위였다. 이 모두를 근절하자는 목소리는 이번에도 나왔다. 하지만 반복되는 과열 취재 속에선 여지없이 지켜지지 않았다. 각 방송사의 대표자가 모여 강제적 합의를 통해서라도 근절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또한, 지금부터라도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는데 집중해야 한다.  
청해진해운의 비리와 과실은 참사 원인의 일부에 불과하다. 유병언 일가는 위법행위에 책임지고 처벌받으면 끝이다. 하지만 그 일가의 일벌백계와 참사 원인의 본질은 궤를 같이 하지 못한다. 오직 ‘왜 침몰했는지’가 본질이고, ‘대형 참사를 막을 예방법은 무엇인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파헤치고 풀어야 국민이 원하는 알권리에 부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족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다. 


지난 6월, 나는 진도 팽목항으로 다시 향했다.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항 주위를 가득 메웠던 천막들이 많이 사라졌다. 추모객들의 발길도 줄었다. 바다를 향해 곱게 차려진 음식상만이 외로이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있었다. 활기차고 행복한 기운은 진도 앞바다의 썰물에 모두 쓸려 내려갔다. 비단 진도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진도의 차가운 바다처럼 냉랭하다.
차디 찬 국민의 마음을 따스하게 바꿀 수 있는 우리의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찾도록 사회에 힘을 불어넣는 일이 첫걸음이다.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잊혀진다는 것만큼 유족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행복을 빼앗긴 팽목항. 이곳을 시발점으로 치유의 밀물이 들어오도록 바람을 불어 넣자. 그 바람은 정론에 입각한 보도와 사람을 생각하는 취재윤리일 것이다. 이제 우리가 제 역할을 할 때다.




배완호 / MBN 영상취재1부

  1. 아시안게임취재기 - 인천, 아쉬움만 남았던 15일

    인천, 아쉬움만 남았던 15일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대회 시작 전 출입용 AD카드를 본인이 직접 방문하여 ‘활성화’해야 한다기에 지정된 장소중 하나인 주경기장을 찾았다. 어차피 출입 시마다 사진과 대조할 텐데, 뭔 ‘활성화’인가?! 테러위협으로 보안을 강...
    Date2014.11.18 Views7223
    Read More
  2. 아시안게임 취재기 -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진정한 축제가 간절하다 우리사회가 지금 축제를 축제답게 즐길 수 있는 여건인가 스포츠팀에 오자마자 인천 아시안게임 취재명단에 이름이 들어갔을 때 설렘이나 기대는 크지 않았다. 폐막 이후의 끔찍한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에. 경기장, 시설...
    Date2014.11.18 Views7027
    Read More
  3. <스위스취재기> "빅토리녹스, 작지만 커다란 꿈을 만드는 공장"

    “빅토리녹스 작지만 커다란 꿈을 만드는 공장“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알프스산맥의 능선에 걸쳐있고 고원과 깊은 계곡, 호수가 많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발달되었으며 세계 최고의 관광산업국가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뛰어난 풍...
    Date2014.11.18 Views7580
    Read More
  4. No Image

    MBN수습취재기 - 종이와 펜을 든 수습촬영기자

    종이와 펜을 든 수습촬영기자 “마포라인 수습 양현철입니다. 현재 위치 마포경찰서이고 23시 보고하겠습니다.” 일주일 간 진행되는 경찰서 생활의 첫 보고가 그렇게 시작됐다. 경찰서 생활의 대해서는 선배들이나 주변에서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투입 며칠 전...
    Date2014.11.18 Views2640
    Read More
  5. KBS 전문가 파견교육 후기 -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연변에서의 강의

    KBS 전문가 파견교육 후기 촬영기자 생활을 하면서 출장을 많이 다녔지만 늘 출장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가게 되죠. 이번에도, 여러번 갔던 중국으로의 출장명령을 받았습니다. 북한 일차 핵실험 때 북 중 국경에서 중국 측에 억류 됐던 좋지 않은 추억이 있...
    Date2014.11.18 Views7311
    Read More
  6. [특별기획-브라질 월드컵] 응원석 태극기가 펼쳐질 때의 뭉클함을 잊을 수 없어

    브라질은 멀다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한국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브라질이 아닐까합니다. 서울에서 땅을 끝까지 파면 반대쪽에 나오는 나라가 브라질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으니까요. 시차도 정확히 12시간...
    Date2014.08.13 Views7721
    Read More
  7. [특별기획-브라질월드컵] 4년 후 승리의 포효를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또 다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한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대략득점을 한다면 알제리 러시아전의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다.한국 선수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혼신을 다했다. 결과는 0 대 1 패배. 경기가 끝나고 대표팀 막내 손흥...
    Date2014.08.13 Views7449
    Read More
  8. [특별기획-브라질월드컵] 포르투알레그리에서의 3일

    월드컵 대표팀이 러시아와 비긴 후 포스 두 이구아수의 대표팀 훈련장에서는 웃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이구아수의 한국 대표팀 미디어센터인 코리아 하우스에서 대표팀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알제리 전에 대한 희망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Date2014.08.13 Views7383
    Read More
  9. <진도 팽목항 취재후기>치유의 밀물, 우리의 역할이다

    세월호 참사, 비상식적인 사고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잃었다. 300여명에 이르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허술한 안전시스템에 국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지지부진한 세월호 법안처리에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우리는 ‘언론의...
    Date2014.08.13 Views7532
    Read More
  10. <7.30 재보궐선거> 20년 이상 지속되어온 지역구도의 벽 무너져

    전국 15개 지역에서 치러진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 결과 가운데 최대이변은 역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으로 지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박(朴)의 남자'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친노'로 분류되는 서갑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Date2014.08.13 Views7651
    Read More
  11. No Image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지방 선거

    지난 1991년 지방의회 구성으로 시작된 지방자치가 2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6월 4일 지방선거는 민선단체장이 이번으로 6번째 배출되는데, 그동안 여당의 텃밭이던 부산*경남은 이번 선거에서는 어느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
    Date2014.08.13 Views1837
    Read More
  12.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세월호 침몰사고 안산 취재후기 먼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당한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4월 16일 오전, 평상시와 똑같이 수원지국 사무실로 출근을 해서 오늘의 촬영 일정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데,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갑자기...
    Date2014.05.21 Views8601
    Read More
  13.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세월호 침몰 사고가 언론에 준 숙제.. “기자들이랑 얘기해봤자 말도 안 통해!”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를 하고 갔다. 뉴스 보도 때문이다. 난 정신이 번쩍 들었고, 이곳이 어딘지 다시금 되새겼다. 실종자 가족의 애끓는 외침이 메아리치는 곳, 진도 팽목...
    Date2014.05.21 Views8393
    Read More
  14. 모두를 잃어버린 세월호 참사 현장

    모두를 잃어버린 세월호 참사 현장 #참사, 그 곳 4월 16일 오전 11시, 단원고 학생 325명이 전원 구조됐다는 낭보가 날아든다. “희소식이었다.” 4월 17일 세월호 침몰 이튿날, 애타게 기다리던 내 아들, 딸과 연락이 닿았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스며든다. “간...
    Date2014.05.21 Views8149
    Read More
  15. 진도 팽목항 그 곳은...

     <진도 팽목항 취재후기> 진도 팽목항 그곳은... 세월호 사고해역에서 정반대편에 위치한 그렇지만 대한민국에서 그 참사의 아픔이 가장 큰 곳, 도시 전체가 슬픔에 빠져버린 경기도 안산에서 병원·장례식장 취재를 다니길 1주일째... 그들을 지켜보던 마음...
    Date2014.05.21 Views7949
    Read More
  16. 참혹했던 베트남 쓸개즙 관광

    “찍지 마세요.” 마취된 채 끌려온 곰 앞에서 농장 주인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 망했다. 어떡하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옷을 잔뜩 껴입고 출근한 어느 날. “따뜻한 동남아. 좋겠네. 잘 다녀와.” 영문을 몰라 멍하게 있으니 선배가 출장이 잡혔...
    Date2014.03.21 Views10631
    Read More
  17. 초보 카메라기자의 제주 적응기

    서울 촌놈 제주로 이직하다 나는 작년에 처음으로 제주 땅을 밟았다. 여행으로라도 한번쯤 다녀왔을 법도 한데 서른이 넘도록 기회가 닿지 않았다. ‘제주도 한번 못 가봤다’는 말에 ‘서울 촌놈’이라며 친구들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제주에 정착하리라...
    Date2014.03.21 Views8765
    Read More
  18. 잠 못 드는 취재 288시간

    수습 취재기자 동기들과 함께 서울지역 경찰서로 투입된 지 3일차, 나는 강남라인 배치 후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두 시간마다 라인 선배에게 특이사항과 경찰서를 돌며 알아낸 정보를 보고한다. 혼자서 ‘형님’이라 불리는 취재원 경찰들과 부딪치며 하루 1...
    Date2014.03.21 Views8927
    Read More
  19. 폭설취재기 - 1미터 눈폭탄 '진짜 난리예요'

    <1미터 눈폭탄 '진짜 난리에요'> - 2월 6일. 하늘에서 함박눈이 쏟아진다. 원주를 떠나 강릉에 발령난 지 불과 사흘째. 좀처럼 볼 수 없던 탐스러운 눈발에 잠시나마 감상에 젖어든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솜털 같은 하얀 눈이 도로 위에 쌓여간다. ...
    Date2014.03.21 Views9337
    Read More
  20. 이산가족 상봉취재기 - 60년만에 허락된 만남

    11년 만이다. 다시 금강산을 다녀올 기회를 얻었다. 대학교 신입생이던 2003년, 우연치 않은 기회로 금강산을 다녀 올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 되고 경색되는 남북관계 속에서 언제 한번 다시 금강산을 가보나 했다. 그런데 11년 만에 기회는 찾아왔다...
    Date2014.03.20 Views8704
    Read More
  21. 마우나리조트 취재기 - 대형참사 속 배운 소명의식

    2월 17일,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퇴근했다. 지난주에 울산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공장은 예상치 못한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안타깝게도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렇게 바쁘게 1주일을 보내고 휴식을...
    Date2014.03.20 Views834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8 Next
/ 18
CLOSE